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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과 혼인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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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1-24 ㅣ No.341

[가정 ? 사랑의 공동체]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과 혼인하려는데

 

 

예전에는 서구의 그리스도교 사회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은 주로 신자들끼리 혼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특히 우리나라처럼 가톨릭 신자의 비율이 높지 않은 사회에서 신자들끼리 혼인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해마다 60-65%, 곧 신자 다섯 명 가운데 세 명 이상이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과 혼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비가톨릭 신자와 결혼하는 경우 혼인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갈등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혼인에서도 가톨릭 신자와 결혼하든, 다른 그리스도교 신자(성공회, 동방 정교회, 개신교 등)와 결혼하든, 비그리스도교인(비종교인, 불교, 이슬람교 등)과 결혼하든 본당신부의 도움을 받아 교회법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가톨릭 신자가 비가톨릭 신자와 결혼할 때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성사혼과 관면혼과 혼종혼이란

성사혼(聖事婚)

“혼인 서약은, 이로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인 바, 주 그리스도에 의하여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교회법 제1055조 ①항).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끼리, 또는 가톨릭 신자가 교회에서 인정하는 형식으로 세례받은 다른 그리스도교(성공회, 동방 정교회) 신자와 결혼할 때 그것은 성사혼입니다. 다만 성공회나 동방 정교회 신자와 결혼할 경우 ‘타교파 혼인에 대한 허가’(교회법 제1124조)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혼종혼’에서 설명하겠습니다.

관면혼(寬免婚)

“두 사람 중 한편은 가톨릭교회에서 세례 받았거나 이 교회에 수용된 자이고 상대편은 세례 받지 아니한 자 사이의 혼인은 무효다”(교회법 제1086조 ①항).

이것을 미신자 장애라고 합니다. 미신자 장애가 적용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가톨릭교회에서 세례 받은 사람과 비영세자와의 결혼.

② 다른 교파 신자였다가 가톨릭교회로 개종한 사람과 비영세자와의 결혼.

③ 정식 행위로 교회를 떠나지 아니한 가톨릭 영세자와 비영세자와의 결혼(비록 그가 냉담하여 성사를 거의 또는 전혀 받지 아니하더라고 역시 가톨릭 신자입니다).

이렇듯 미신자 장애에 걸리는 사람은 그 장애에 대하여 교구 직권자에게서 관면을 얻어야 합니다. 그것을 보통 ‘관면혼’이라 부릅니다.

혼종혼(混宗婚)

“세례 받은 두 사람 중 한편은 가톨릭교회에서 세례 받았거나 혹은 영세 후에 이 교회에 수용되고 정식 행위로 교회를 떠나지 아니한 자이고, 상대편은 가톨릭교회와 온전한 친교가 없는 교회나 교회 공동체에 등록된 자 사이의 혼인은 관할권자의 명시적 허가 없이는 금지된다”(교회법 제1124조).

그렇다면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혼인 양식 제4호(혼인 장애 관면서)를 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방 정교회와 성공회의 세례가 인정되므로, 동방 정교회나 성공회 신자의 혼인은 타교파 혼인을 허가해 주어야 한다. 기타 다른 교파의 세례는 본당신부가 그 유효성을 검증하여, 유효한 경우에는 타교파 혼인허가를, 무효한 경우에는 미신자 장애를 관면해 주어야 한다.”

정리해 보면 가톨릭 신자가 유효한 세례를 받은 다른 그리스도교 신자와 결혼할 때는 직권자의 허가를 받아 혼종혼을 하게 되고, 유효한 세례를 받지 않은 다른 그리스도교 신자나 비신자와 결혼할 때는 직권자의 관면으로 관면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관면혼과 혼종혼의 형식

가톨릭 신자의 결혼식은 교회법(제1108조)에 따라 교구 직권자나 본당 주임사제 또는 이들을 대신할 사제나 부제, 그리고 두 명의 증인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합니다. 관면혼 또는 혼종혼을 받으려면 먼저 가톨릭 신자 측이 자신의 신앙을 계속 보존하며 자녀를 가톨릭교회에서 영세하게 하고 양육하겠다고 서약해야 합니다.

또한 비가톨릭 신자 측이 신자 측의 서약내용을 인지할 뿐 아니라 결혼 당사자들이 결혼의 목적과 근본적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후에 교구 직권자(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본당 사목구 주임사제)가 이들의 혼인을 허락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1125조 ①, ②, ③항).

이것을 지킬 수 없을 때 신자의 교구 직권자는 결혼식이 있는 곳의 직권자에게 상의한 뒤 그 형식을 관면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1127조 ②항).

그러나 교회법적 혼인식을 앞뒤로 혼인서약이나 갱신을 위해 다른 종교예식을 행할 수는 없습니다(교회법 1127조 ③항). 곧 혼종혼이나 관면혼을 하면서 그 앞뒤로 다른 종교예식을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가톨릭 신자이면서 교회법적 절차 없이 이미 사회적으로만 혼인해서 살고 있는데요

가톨릭 신자라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교회법적 절차에 따라 성사혼, 관면혼, 또는 혼종혼을 했어야 합니다. 따라서 신자가 아무런 교회법적 형식과 절차 없이 사회적으로만 혼인하여 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성당에 나와 절차를 밟아야만 합니다.

이를 ‘단순 유효화(sanatio semplice)’라고 하며 방법은 간단합니다. 배우자와 함께 교적이 있는 본당의 사무실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본당신부와 혼인면담을 한 뒤 ‘혼인 전 당사자의 진술서’(혼인양식 2호)를 작성하고 혼인예식을 하면 됩니다.

배우자가 성당에 나와 단순 유효화하는 것을 거부하는데요


이처럼 비신자 배우자 또는 냉담자가 단순 유효화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본당신부는 상대방 배우자의 신앙생활을 위해 교구 직권자(보통은 교구법원)에게 ‘근본 유효화(sanatio in radice)’를 청원할 수 있습니다.

절차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먼저 근본 유효화를 청하는 청원자가 본당신부 앞에서 서약과 함께 ‘혼인의 근본 유효화를 위한 청원자의 진술서’(혼인양식 특6호)를 작성합니다.

그러면 본당신부의 ‘혼인의 근본 유효화를 위한 사제의 건의서’(혼인양식 특7호)와 세례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를 혼인문서봉투에 넣어서 교구 직권자에게 보냅니다.

교구 직권자는 모든 서류를 검토한 뒤에 ‘혼인의 근본 유효화 인정서’(혼인양식 특8호)를 두 부 작성하여 직인을 찍고, 한 부는 혼인문서봉투와 함께 다시 본당으로, 다른 한 부는 교구(법원)에 보관하게 됩니다.

혼인문서봉투를 돌려받은 본당에서는 당사자에게 근본 유효화가 성립되었음을 알리고, 혼인성사대장에 기입한 뒤 본당신부의 확인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비신자와의 혼인 : 새로운 부르심

「가톨릭교회교리서」 1637항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타종교 혼인을 하는 가톨릭 신자 배우자에게는 특별한 의무가 있다. ‘신자 아닌 남편은 아내로 말미암아 거룩해졌고, 신자 아닌 아내는 그 남편으로 말미암아 거룩해졌기 때문입니다’(1코린 7,14).

이 ‘거룩함’이 배우자의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자유로운 개종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그리스도교 신자인 배우자와 교회에 큰 기쁨이 된다. 부부의 진실한 사랑, 가정적 덕행의 겸손하고 참을성 있는 실천,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는 신자 아닌 배우자가 개종의 은총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게 한다.”

하느님 백성으로 세례 받은 우리는 그 신앙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가 혼인을 앞뒤로 해서 교회법적인 절차를 잘 모르거나 부담스러워 하여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가톨릭 신자가 아닌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준비할 때 더 심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지와 무시는 곧바로 흔히들 ‘조당’이라고 부르는 혼인장애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로 말미암아 그동안 소중히 간직하며 성실히 지켜온 신앙생활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같은 믿음을 고백하는 신자와 만나서 처음부터 성가정을 이룬다면 더없는 축복이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과 만나 가정을 이룰 때에도 신자의 의무인 혼인법 준수를 통해 혼인장애를 피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혼인생활 중에도 배우자가 참된 구원의 신앙을 접하고 고백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기도하며 모범을 보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이범주 사도 요한 - 의정부교구 신부. 현재 의정부교구 사무국장으로 사법대리(법원장)도 맡고 있다.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5년 11월호, 이범주 사도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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