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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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성사] 혼인은 왜 교회의 성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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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25 ㅣ No.190

[커버스토리-이땅에 평화] 혼인은 왜 교회의 성사인가

 

혼인은 하느님이 맺어주신 천륜… 부부는 서로 ‘은총의 표지’ 돼야

 

 

세상 사람들은 혼인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부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큰일이라는 뜻이다. 혼인은 태어나고(출생), 죽는 것(사망)만큼이나 중요한 인간 대사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합해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는 시작이다. 이 가정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고, 이 가정 안에서 인생의 마지막인 죽음을 맞는다. 혼인으로 맺어지는 부부의 인연과 그로 인한 가정의 탄생은 인간 사회의 기본이 된다. 가정을 시작하는 혼인은 그래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축복에서 출발한다. 혼인은 참으로 인륜지대사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혼인을 인륜지대사를 넘어 천륜지대사(天倫之大事)로 여긴다. 두 남녀의 결합은 인간이 맺어준 것이 아니라 하늘이, 곧 하느님이 맺어주신 것이다. 그러기에 하느님이 맺어주신 혼인의 끈은 결코 인간이 함부로 풀 수 없다. 하늘의 자연스러운 섭리, 곧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혼인의 끈이 풀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천륜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몸이 될 것이다.…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7-9). 

 

나아가 가톨릭교회는 신자들 사이의 혼인을 ‘성사’(聖事)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는 거룩한 일, 곧 거룩하신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볼 수 있도록 드러내는 표지’를 말한다. 

 

따라서 신자들에게 혼인은 단지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다.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는 이제 서로에게 하느님 은총의 표지가 돼야 한다. 배우자가 나에게서 하느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평생 노력하는 일, 이것이 혼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많은 이들이 성당에서의 혼인을 싫어하고 있고, 많은 부부가 이혼하거나 다시 혼인해 살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커버 스토리, 이 땅의 평화’가 함께한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박수정 기자]

 

 

[커버스토리-이땅에평화] 왜 성당에서 혼인하지 않는가?

 

"배우자는 신자 아니고, 전례도 길고..."

 

 

가톨릭 신자라면 성당에서 혼인예식을 치르는 것이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성당이 아닌 곳에서 예식을 하는 신자들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성당에서 혼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배우자와 종교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교세통계에 따르면 2013년 전체 혼인성사 중 관면혼 비율이 61.4%에 이른다. 관면혼 비율은 2002년 이후 58~62%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신자가 아닌 이와 결혼을 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 비율이 10.4%에 그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미신자와 결혼은 흔한 일이다. 미신자인 배우자가 세례를 받은 후 혼인성사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가 지난해 수원교구 카나 혼인강좌(혼인교육)를 수강한 예비부부 200여 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당에서 혼인예식을 하는 부부는 37.3%에 그쳤다. 예식장을 비롯한 다른 장소에서 혼인하는 부부는 62.7%에 달했다.

 

 

성당 혼인 꿈꾸지만 현실은 

 

수강생 중 신자 청년들에게 성당에서 혼인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미신자인 배우자 때문’이 19.6%로 가장 많았고, ‘혼인미사 전례가 길어서’가 19%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본당의 일방적 사진 촬영ㆍ뷔페 선정(14.4%), 교통ㆍ주차 불편(12%), 성당 혼인예식 전문 플래너 부재(8.9%), 비싼 예식 비용(6.7%)이 뒤를 이었다. 

 

내년 봄 혼인 예정인 정 체칠리아(31)씨는 오래전부터 ‘성당 혼인’을 꿈꿔왔지만 종교가 다른 시댁의 반대로 포기해야 했다. 정씨는 미래 배우자에게 관면혼배는 하자고 부탁했지만 그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가톨릭 신자가 1시간이 조금 넘는 혼인 미사가 길다고 대답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지만 냉담 청년 신자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식장의 혼인예식은 사진 촬영을 제외하면 10~15분 사이에 끝난다. 

 

최근 가톨릭굿뉴스(catholic.or.kr) 게시판에 한 신자가 △ 지정 업체(사진, 뷔페 등) 반드시 이용 △ 비싼 장소 사용료 △ 다른 본당 신자 차별(혼인 비용) 등 ‘혼배 미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작성하자 130명에 이르는 누리꾼이 이 글을 추천하며 공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예비부부들이 선호하는 ‘인기 성당’ 대부분은 사진 촬영과 음식(뷔페) 업체를 본당이 지정해줘 혼인 당사자들은 선택권이 없다. 지정업체의 사진이나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성당 혼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 예식장보다 비싸기도

 

비싼 예식 비용을 지적한 이들도 있었다. 본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규모가 큰 성당은 이용 비용(2시간가량)이 200만 원에 이른다. 또 본당 신자가 아닌 사람은 30~50만 원가량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일반 예식장 사용료는 80~100만 원 선이다. 위에 언급한 이유 외에도 △ 야외 촬영의 어려움 △ 성당 내부 시설이 맘에 안 들어서 △ (신자가 아닌) 하객들이 불편해 해서 등이 있었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임영선 기자]

 

 

[커버스토리-이땅에 평화] 혼인 교육 현황과 과제

 

통일된 혼인 교육 방안 모색

 

 

많은 부부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만 주다 결국 헤어지고 만다. 그래서 교회는 주님 앞에 하나가 된 부부가 이런 아픔을 겪지 않고, 혼인을 기쁨의 성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혼인 교육에 힘쓰고 있다. 각 교구 실정에 맞춰 혼인을 앞둔 약혼자들에게 혼인성사의 의미와 가정의 중요성을 교육한다.

 

서울대교구는 18개 지구마다 대표 성당을 두고, 한 달에 한 번 혼인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시간은 3시간 30분~5시간으로 다양하다. 수원교구는 월 1~2회 혼인강좌를 실시한다. 교육은 하루 동안 이뤄지며, 가톨릭 신자일 경우 혼인 전 견진성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제주교구는 기초ㆍ심화 과정으로 나눠 혼인교리학교를 연다. 기초 교육은 홀수 달에 열리며 4주에 걸쳐 진행된다. 짝수 달에 열리는 심화 교육은 1박 2일간 합숙 교육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전국 교구에서 마련한 혼인 교육을 통해 많은 약혼자가 혼인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나 조건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일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몇몇 예비부부들은 시간적 편의만 따지며, 교육 내용과 상관없이 교육 시간이 가장 짧은 혼인교육을 듣기 위해 다른 교구로 원정을 다녔다. 또 오랜 냉담 후 혼인성사를 받기 위해 교육을 신청한 한 부부는 내용이 어렵고 난해하다며 교육을 중간에 포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 혼인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황철수(부산교구장) 주교를 비롯한 전국 가정사목국장과 담당 신부 10여 명이 17일 부산교구청에 모여 각 교구 혼인 교육 현황을 나누고 상호보완 방안을 논의했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총무 송현(부산교구 사무처장) 신부는 “전국 교구 가정사목 담당자들이 각자의 교육 지향점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자 “피드백을 통해 상호보완을 모색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의의를 설명했다.

 

송 신부는 “혼인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는 예비부부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교육 대상자들의 수준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교육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신부는 “회의 된 내용을 토대로 각 교구의 장점을 모아 전국적으로 혼인교육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혼인강좌 지침서와 자료집을 발간, 각 교구 실정에 맞게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백슬기 기자]

 

 

[커버스토리-이땅에 평화] 송영오 신부(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교회가 좀 더 배려해야"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예식장이나 호텔에서 혼인하는 신자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혼인은 거룩한 성사라는 것을 꼭 기억하고 하느님 앞에서 혼인 생활의 첫걸음을 떼길 바랍니다.”

 

송영오(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신부는 “가톨릭 신자임에도 성당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혼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하며 “교회에서 예비부부들을 좀더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이 많습니다. 적어도 소속 본당에서 혼인하는 청년에게는 성당 사용료를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주일에는 혼인 미사를 할 수 없는 본당이 많은데 주일 혼배를 허락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성당에서 혼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신자 하객들에 대한 배려도 당부했다. 송 신부는 “미신자들은 혼인 전례가 상당히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 “주례 사제가 미신자들은 앉아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이어 “신자가 아닌 배우자와 부모가 성당 혼인을 싫어할까 봐 처음부터 예식장을 예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당 혼인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미신자들이 꽤 많다”면서 “배우자에게 성당에서 혼인하자고 적극적으로 권해보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임영선 기자]

 

 

[커버스토리-이땅에평화] 혼인 교육 받는 예비 부부

 

잘 살아갈 밑거름으로

 

 

“지금까지 결혼식 준비하는 데만 신경을 썼는데 혼인 교리교육을 받으면서 혼인의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 배우자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18일 서울 구로3동본당(주임 이해동 신부) 혼인 교육에 참석한 김고운(마리아, 일산 백석동본당)ㆍ신택수씨 예비부부는 “혼인 교리를 통해 ‘결혼식’이 아닌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예식 준비에만 파묻혀 정작 부부가 될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날 교육은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가 펴낸 교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 오리엔테이션(담당 최순란) △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담당 곽노혁) △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론(담당 곽노혁) △ 혼인성사(담당 이기성 보좌신부) 순이었다.

 

김씨는 혼인성사 시간에 예비 신랑에게 편지를 쓰고 읽어주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직접 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느님을 통해서 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마음에만 두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예비 신랑에게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김씨의 눈이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로 촉촉했다.

 

미신자인 신택수씨는 “혼인 교리가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색채가 진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면서 “오늘 배우고 느낀 것들이 앞으로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혼인 강좌가 실제 부부 생활에 도움이 된 예도 있다. 지난 6월 결혼한 류하람(헬레나, 가락2동본당)ㆍ박재혁(요셉)씨 부부는 신앙생활과 부부 생활에 혼인 교육이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류씨는 “오랜 기간 냉담을 했던 남편이 혼인 교리교육을 계기로 냉담을 풀었다”면서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신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된 교리를 통해 남편이 성당을 친숙하게 느끼게 됐다”고 기억했다.

 

이들 부부는 특히 혼인 교육 시간에 ‘너의 이력서’를 써본 것이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류씨는 “상대방 이력서를 써보면서 서로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며 “상대방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 계속해서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했던 다짐이 현재 결혼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혼인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이다. 예비부부들은 혼인 교리교육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을 준비를 한다. 서로 사랑하고 일치하며 세상에 주님의 현존을 드러내라는 소명을 말이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김유리 기자]

 

 

[커버스토리-이땅에평화] 가톨릭 신자의 혼인 문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혼인 장애 신자들, 사목적 도움 필요

 

 

이혼한 뒤 재혼한 신자들은 왜 영성체를 못 하나요? 가톨릭 신자들은 꼭 신자하고만 혼인해야 하고, 성당에서만 식을 올려야 한다는 게 진짜인가요?

 

교회에 관해 잘 알고 교리에 능통하다는 이들도 혼인과 관련된 질문에는 머뭇거리기 마련이다. 야심 차게 교회법전을 들춰보고,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명확하게 답을 해주기가 어렵다. 불가해소성, 혼종혼인, 무효 장애, 단순 유효화, 근본 유효화, 바오로 특전 등 뜻을 알기조차 어려운 혼인법 용어들이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가톨릭 혼인은 남녀 가톨릭 신자가 만나 혼인교리를 받고, 혼인성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성당에서 혼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를 낳고 복음적인 가정을 꾸리며 살면 된다. 

 

문제는 현실이다. 성당이 아닌 곳에서의 혼인, 비신자와 혼인, 이혼과 재혼 등 교회법에 어긋나는 일들이 흔해졌다. 이 경우 신자들은 가톨릭 교회가 인정하지 않는 혼인을 하게 돼 본의 아니게 죄를 짓게 된다. 죄 중에 있으니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할 수 없는 등 성사생활에 제약을 받게 된다. 혼인장애(조당)에 걸렸다는 것은 이를 뜻한다.

 

대부분 신자는 어느 경우에 혼인장애에 걸리는지, 또 혼인장애를 풀고 신자로서 온전한 성사생활을 하기 위해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혼인법 자체가 복잡하고 사례마다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에 혼인을 준비하는 이들이나 혼인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사제를 찾아가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혼인장애는 본당 사제의 권한으로 해소될 수 있기도 하고, 교회법원의 소송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혼인무효소송

 

교회법원에서 이뤄지는 소송은 ‘혼인무효소송’이다. 이는 대부분 이혼한 뒤 재혼한 신자들에게 해당하며 첫 번째 혼인이 처음부터 유효하지 않았다는 것을 선언하는 절차다. 가톨릭교회엔 사회에서 인정하는 이혼이 없기에, 재혼자들은 이전 혼인이 무효하다는 것을 교회법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법상 혼인한 상태에서 간음하는 죄를 짓는 게 된다.   

 

현재 한국교회는 교구마다 법원을 두고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이라고 해서 겁낼 필요는 없다. 실제론 면담과 상담에 가깝다. 혼인무효소송 신청자는 소송에 따른 서류를 준비한 뒤 법원을 방문해 재판관 사제에게 혼인장애에 놓인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 서류는 본당 사제나 법원 누리방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법원 재판관 사제는 신청자의 증언과 상황을 바탕으로 혼인무효에 관한 증거를 수집한다. 이후 재판을 통해 판결이 나면 당사자에게 결과를 알려준다. 이 기간이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되며 비용은 10~20만 원 선이다.

 

 

바오로 특전

 

재혼이지만 혼인무효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기 위한 ‘특전’으로, 대표적으로 ‘바오로 특전’을 들 수 있다. 바오로 특전은 “신자 아닌 쪽에서 헤어지겠다면 헤어지십시오. 그러한 경우에는 형제나 자매가 속박을 받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평화롭게 살라고 부르셨습니다”(1코린 7,15)라고 한 바오로 사도의 말에서 유래됐다. 

 

바오로 특전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이전 혼인이 비신자끼리 혼인이어야 한다. 이후 배우자 중 어느 한 사람만이 세례를 받은 뒤 이혼한 경우에 해당하며 재혼할 상대방은 반드시 신자여야 한다. 이 특전은 신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유효화 제도가 있다. 혼인무효장애나 혼인합의 및 교회법적 형식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한 혼인을 교회법적으로 인정(유효화)해주는 절차다. 예를 들면, 신자들이 예식장에서 혼인한 경우나 신자와 비신자가 혼인하는 경우 등은 교회법에 따라 성당에서 절차를 밟아 혼인 예식을 거행하면 유효한 혼인이 된다. 흔히 말하는 관면혼이 이에 해당한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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