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전례ㅣ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88번: 임하소서 구세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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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18 ㅣ No.2423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88번 “임하소서 구세주여”

 

 

찬미 예수님!

 

‘이달의 성가’ 원고를 새로이 쓰게 된 송재영 야고보 신부입니다. 앞으로 성가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달에는 대림 시기를 맞아 가톨릭 성가 88번 <임하소서 구세주여>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이 곡은 예수님께서 오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잘 담겨 있는 곡입니다. ‘기다린 지 오랬도다’, ‘주님께 애원하오니’ 등의 가사는 그야말로 ‘간절함’이 잘 드러나는 표현입니다.

 

이중에서 특별히 제가 나누고 싶은 부분은 3절 가사입니다. ‘불의에 찬 이 세상에 억눌리어 신음하는 당신 백성 구하소서.’ 이스라엘 역사를 떠올려 보면 가슴 깊이 다가오는 가사입니다. 북왕조 이스라엘과 남왕조 유다의 멸망, 바빌론 유배,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행한 일들, 그리고 현재 로마 제국의 압제. 이러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유다인들이 얼마나 간절히 구세주를 기다렸을지 떠올려 봅니다. 세상은 불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악한 사람은 큰소리치며 잘 살지만, 수많은 의인과 예언자들은 오히려 박해를 받으며 다치고 죽어가는 현실이 그야말로 절망스럽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야말로 간절히, 간절히, 구세주를 기다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이 이 가사에 담겨 있습니다.

 

이 간절함은 오늘날에도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만연한 불의 앞에서, 우리는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들과 비슷한 마음으로 이 곡을 부르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는 모자라고, 취직해도 열악하기만 한 임금과 근로 조건으로 내몰립니다. 학생들은 각박한 경쟁에 쫓기며 고통 받고, 이 때문에 수많은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노인들도 가난과 외로움으로 극심한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으며,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고도의 경제 개발을 이룬 세대가 이러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불의’합니다. 없는 이들은 자그마한 범죄에도 가혹한 형벌을 받는데, 돈 많은 이들은 어마어마한 부정을 저질러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곧 사면되어 풀려납니다.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조금도 나눌 생각을 하지 않고 마치 진공 청소기인양 모든 이익을 삼켜 버리려고 합니다. 나열하면 끝이 없을 이러한 불의들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할 공권력은 무능력해 보이기만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느님께서 오시어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가사를 쓰고 선율을 얹으면 바로 이 성가, <임하소서 구세주여>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대림 시기에 우리는 이곡을 자주 부르는데, ‘불의에 억눌리어 신음하는’ 우리 이웃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주님께서 ‘신음하는 당신 백성’들을 구원으로 이끌어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길잡이, 2016년 12월호, 송재영 야고보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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