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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생명] 생명을 사랑합시다: 연명의료 결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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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06 ㅣ No.1767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을 사랑합시다 (9) 연명의료 결정 문제


죽음도 삶의 일부… 생명 연장 집착하기보다 죽음에 순응해야

 

 

2009년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생명 연장만을 위한 기계 사용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폐렴 합병증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인공호흡기 등 기계에 의존한 무의미한 생명 연장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스스로 호흡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 그에게 일각에서는 ‘존엄사를 택했다’고 했지만, 당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결코 존엄사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죽음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며, 김 추기경의 선종은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겸손한 순응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가톨릭교회에서 생명은 마지막까지 존귀하고,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죽음은 인간 실존의 한 부분, 영원을 향해 열려 있는 문으로, 사람들은 죽음을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생명의 복음」 97항)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톨릭교회가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유보) 중단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나는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신명 32,39)는 말씀처럼 생명과 죽음의 주인은 오직 하느님이시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생명만 연장하면 된다는 태도는 그 뜻을 거스르는 ‘의료 집착’(「새 의료인 헌장」 149항)이다.

 

그렇다면 생의 말기에 실행하거나 실행하지 않을 의료 행위는 어떻게 구별할까. 주교회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관한 지침과 해설’에서 그 기준으로 ‘균형성’을 제시했다. 환자 상태에 비춰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과다한 부담·부작용을 동반하지 않는 적절한 의료 행위는 ‘균형적 의료 행위’로 실행할 의무가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끼치는 부담·부작용은 과도하게 큰 ‘불균형적 의료 행위’는 실행할 의무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주교회의는 “중대한 의무가 있다면 불균형적 의료 행위를 실행할 수 있다”며, 어떤 경우든 기본적 돌봄인 영양·수분 공급 등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결정과 관련해 의사를 표할 수 있는 문서는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 신부는 “자신의 질병 상태에 따라 환자가 의사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쓰는 문서가 아니므로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환자와 의사 관계 안에서 질병 상태를 정확히 알고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적절치 않다는 의미다. 특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질병에 걸리기 전과 후 당사자 생각이 바뀔 수 있고, 발전하는 의학 상황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박 신부는 “연명의료결정법에 규정된 대로 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들었다는 의학적 판단이 먼저 이루어지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환자 의사를 적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놨다는 이유로 환자나 그 가족이 무작정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 오용될 수 있고, 이 경우 의료인들이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죽음을 준비하는 더 올바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는 ‘의료에 관한 가톨릭 생명윤리의 맥락과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성찰’ 논문에서 연명의료 결정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토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신부는 “삶·죽음·고통의 의미에 대한 성찰, 생명 가치,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 대한 돌봄 등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의식을 일깨우는 작업, 의료인들이 임상 현장에서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위해 적절한 의료 수단을 판별하도록 각종 교육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작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명의료ㆍ연명의료계획서ㆍ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에 따르면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본인 의사를 직접 작성하는 문서다. [가톨릭신문, 2020년 9월 6일, 이소영 기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궁금해요, 성(性)! (9) Q. 이혼하면 안 되나요? A. 교회법상 이혼 불가능… 교구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 제기할 수 있어

 

 

교회법상 이혼은 불가능합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죽을 때까지 이루는 유대로, 배우자 사망이나 ‘바오로 특전’, 교회의 혼인 무효 선언을 통한 해소가 있지 않고는 절대 풀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성립되고 완결된 혼인은 사망 이외에는 어떠한 인간 권력으로나 어떠한 이유로도 해소될 수 없다”(「교회법전」 제1141조)고 말합니다. 혼인 유대는 하느님께서 정하신 것으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는 뜻입니다.

 

이렇게 해소할 수 없는 유대를 끊으려는 이혼은 ‘혼인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죄’입니다. “부부가 죽을 때까지 서로 함께 살기로 자유로이 합의한 약속을 파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와 가정에 폐단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버림받은 배우자에게도, 부모의 결별로 충격을 받고 흔히 부모 사이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자녀들에게도, 그 파급 효과 때문에 사회에도, 참으로 큰 폐해를 끼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382~2386항)

 

때문에 네덜란드 로테르담교구 미헬 레메리 신부는 책 「하느님과 트윗을」에서 “배우자 서로가 끊임없이 자신을 내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부부가 자신을 위하는 것만큼이나 상대를 위해 살아야 하고, 사랑이 시험당할 때 더 큰 사랑을 나눠야 하며, 이렇게 시련을 함께 견뎌 내고 서로 참고 용서하는 부부들은 사랑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하고 깊어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결혼 관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됐거나, 영적·육체적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은 별거할 수 있고, 이를 교회에 통보해야 하며, 이처럼 생활 공동체가 깨졌더라도 혼인 관계는 유효합니다. 혼인 계약을 맺을 당시 신랑과 신부 중 한 사람이나 두 사람 모두가 혼인을 성립할 능력이나 온전한 혼인 의사를 지니지 못했던 사실 때문에 혼인의 위기가 초래되는 경우, 이러한 혼인은 무효가 되며, 교구 법원에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YOUCAT」 269번) [가톨릭신문, 2020년 9월 6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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