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일 (다해)

이사야 62.1-5       1코린토 12.4-11      요한 2,1-11

2019. 1. 20. 이태원.

주제 : 놀라운 일의 영향

사람의 삶에는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때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놀라운 일을 찾는 때가 더 많아서 아쉽습니다만, 그런 놀라운 일을 찾을 때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는 무엇이겠습니까?

사람이 놀라운 일을 만나고 체험하면, 그의 삶이 좋게 바뀔까요? 흔히 사람은 그렇다고 말합니다만, 그 결과로 사람이 어떻게 바뀌는지 또 그 말이 얼마나 진실인지는 모를 일입니다.

오늘 요한복음2장이 전하는 ‘카나-혼인잔치’의 기적이야기는, 하느님의 사랑이 인류에게 드러난 사건으로 전하는 내용입니다. 다른 말로 설명하면, 요한복음이 전하는 첫 번째 기적이면서도 예수님의 공현사건으로 구별하는 내용입니다. 공현이란, 하느님의 힘이 인류에게 드러났다는 뜻인데, 세상에서 통용되는 철학적인 표현으로 말하면 ‘본질변화사건’의 대표작인 일입니다.

카나촌의 혼인잔치기적은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말하는 과학의 법칙을 넘어선 사건입니다. 사람은 과학을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카나촌의 기적사건입니다. 이러한 모양으로 과학과 신앙은 충돌하고 부딪칩니다.

여러분은 물이 포도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과학의 논리를 앞세우는 현실에서는 그 일을 증명할 수 없으니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고, 그래서 신앙에서 말하는 그 일은 말 그대로 신앙의 이야기로 머물기가 쉽습니다. 그런 일은 글자그대로 기적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기적의 뜻을 과학에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기적은 ‘논리의 학문’인 과학이 보기에 그 논리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세상에 살면서 과학의 기준을 앞세우면서도 과학의 논리에 어긋나는 기적을 요구합니다. 내가 기적을 체험하면, 더 나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람이 기적을 체험하면 정말로 바뀔까요? 사람이 바뀌는 것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놀라운 일만 찾는다면, 사람의 마음은 무뎌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제라고 구별할 지난시간에 내가 경험한 ‘놀라운 일’을 오늘과 내일에도 또 체험한다면, 사람은 그 일들을 처음과 똑같은 효과를 가진 것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 일에서 더 나아간 충격이 강한 새로운 것을 찾을 것입니다. 그러면 지난 시간에 체험한 처음의 그 놀라운 일은 오늘과 미래의 내 삶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고, 그 일은 더 기적으로 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신앙에서는 과학의 논리에 어긋날 수도 있는 기적을 말합니다. 사람은 세상의 삶을 바꾼다는 방법으로 기적을 찾지만, 기적을 찾고 그에 영향을 입어서 바뀌는 것은 올바른 변화가 아닙니다. 기적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축복입니다. 신앙의 일은 세상과학의 증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내가 원한다고 체험할 수 있는 놀라운 일도 아닌 것이 기적입니다. 또한 내가 그 축복을 받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그것은 내가 알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포도주가 없어서 혼인잔치의 흥이 깨질 수도 있던 상황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힘을 드러내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일으키는 놀라운 기적을 당연히 예상했겠지만, 예수님은 기적이라는 놀라운 일을 행하시기를 처음에는 거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예수님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요한복음이 전하는 첫 번째 기적이고 첫 번째 표징입니다.

사람은 세상에서 큰일을 합니다만, 모든 일들의 앞뒤 사정을 한꺼번에 아는 것은 아닙니다. 이사야예언자의 선언대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놀라운 일은 생길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류를 찾아오시면 인간은 기뻐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우리에게 이루어지는 일에 우리가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대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힘이 인간에게 드러나는 것은 인간에게는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축복을 어떻게 대하는 사람들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