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수)
(백)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본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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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용서받지 못할 죄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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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19 ㅣ No.897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용서받지 못할 죄가 있나요?

 

 

질문

 

젊어서 아주 방탕한 생활을 했습니다. 부모님 속도 많이 썩여 드리고 주위 친지들에게도 해서는 안 될 짓들을 많이 했습니다. 가족을 잘 돌보지도 않았고 제 책임과 의무에도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너무 많은 잘못들을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렇게 많은 잘못을 하고도 용서받고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을까요?

 

 

답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다교는 모두 회개, 속죄, 용서에 관한 신학적인 이론과 그 실천 방안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회개의 과정은 용서의 서막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회개를 통해 사람들은 신에게 그리고 자신이 상처를 입혔거나 잘못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게 됩니다.

 

이런 회개가 개인의 생각, 감정, 행동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회개란 자신이 하지 말아야 했을 일을 했거나 해야 했을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뉘우침을 하고, 이런 후회나 뉘우침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것입니다.

 

용서란 다른 사람의 실수나 죄에 대해서 사면해 주고 더 이상 분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종교적 가르침에 따르면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화나게 한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합니다. 영성 심리학적인 지침에 따르면 상처를 주고 학대하고 혹은 속상하게 했던 다른 사람과 부모를 용서하고, 신의 용서를 받아들이라고 격려합니다.

 

그런데 용서를 하는 사람은 그전에 여러 가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먼저 타인으로부터 받은 충격이 있음을 인지하고, 학대받고 상처받았다는 자각과 인식을 발달시키는 일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상처, 슬픔, 분노의 느낌을 경험한 후에 상처를 준 사람에게 이런 느낌을 안전하게 표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학대 혹은 성학대를 보면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 준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니 상처받은 것을 표현할 기회조차 못 갖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기에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잘못한 일이었다는 것을 확인을 받고, 정의가 이뤄지고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학대나 공격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 후에 피해를 받은 사람은 용서할 수 있고,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용서를 하라고 강요를 받게 되면 피해자는 정서적으로 그리고 영성적으로 엄청난 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조급하게 용서하라고 하거나 스스로 용서하려고 하면, 미해결된 고통 속에서 슬픔, 죄책감, 수치심, 분노 등의 감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종교적 의무감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조급하게 용서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피해자들은 자신이 가해자를 좀 더 빨리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무가치하고 옳지 않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를 용서함이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화해의 과정입니다.

 

피해를 준 사람의 입장에서 조급하고 불성실하게 용서를 청함으로써 피해를 받은 사람이 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잘못으로 죄책감에 시달리시고 있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죄책감은 벗어버리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용서를 청하고 용서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의 평화가 가슴에 스며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죄를 고백하면, 그분은 성실하시고 의로우신 분이시므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해 주십니다.”(1요한 1,9)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1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7층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9년 1월 20일, 이찬 신부(성 골롬반외방선교회 · 다솜터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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