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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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신학ㅣ교부학

[교부] 교부들의 사회교리6: 연대와 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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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14 ㅣ No.500

[교부들의 사회교리] (6) 연대와 환대


다른 얼굴 · 삶 지닌 이들과 '더불어'

 

 

“예전에 우리는 향락을 즐겼지만, 이제는 오직 절제만을 사랑합니다. 전에는 요상한 속임수를 썼지만, 이제는 선하시며 창조되지 않으신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봉헌합니다. 한때 우리는 부와 재산만을 탐했으나 이제는 가진 것을 공동의 몫으로 내놓고 궁핍한 이들과 함께 나눕니다. 전에는 서로 미워하며 죽이기도 했고, 우리 혈통이 아닌 사람들이나 다른 풍습을 지닌 사람들을 환대하지 않았지만, 그리스도께서 오신 다음부터는 공동체를 이루어 삽니다. 그리고 원수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부당하게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려 애씁니다. 그들도 그리스도의 선한 계명대로 살아감으로써 마침내 우리와 더불어 만유의 주님이신 하느님께 똑같은 상급을 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유스티누스, 「첫째 호교론」 14,2-3)

 

 

그리스도교야말로 참된 철학

 

성 유스티누스는 한평생 참된 철학을 추구한 위대한 평신도 교부이다. 젊은 시절에는 철학책에서 지혜를 찾아 헤맸으나, 마침내 성경을 통해 참된 지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우연히 만난 한 노인이 진정한 지혜는 철학책이 아니라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일러준 덕분이었다. 그리스도교야말로 확실하고 유익한 단 하나의 철학이라 확신한 유스티누스는 끝까지 철학자로 살다가 165년 로마에서 제자들과 함께 순교했다. 가장 빼어난 호교 교부인 유스티누스가 남긴 대표작은 「첫째 호교론」(150년경)이다. 이 작품에는 초기 그리스도인의 교회 생활과 사회 활동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그득하다.

 

 

서로 다른 혈통과 풍습을 지닌 사람들

 

유스티누스 교부는 이 짧은 인용문에서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과 후의 근본 변화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난민이나 이주민들처럼 “우리 혈통이 아닌 사람들이나 다른 풍습을 지닌 사람들”을 그리스도인들은 환대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전에는 깔보고 무시하던 다른 민족 사람들과 가난한 외국인들을 지금은 공동체에 따뜻이 맞아들여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낯선 이들을 배척하고 외면하던 혐오의 장벽을 허물고 연대와 환대의 공동체적 삶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우리 혈통이 아닌 사람들이나 다른 풍습을 지닌 사람들”을 환대하지 않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를 때의 관습이며, 그리스도를 외면하는 삶이다. 나그네의 모습으로, 떠돌이의 모습으로, 난민과 이주민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마태 25,31-46)을 환대하기는커녕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의 세계관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오심을 반대하는 것이 분명하다.

 

난민에 대한 환대는 교부들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그리스도교의 거룩한 전통이며, 그 성전(聖傳)은 오늘날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 전 세계 가톨릭 교회 안에서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난민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저마다 얼굴과 이름, 삶의 이야기를 지닌 난민들을 인격적으로 맞아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6년 4월 16일 인터뷰)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13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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