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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교회 청년과 청년 사목: 그 많던 교회의 청년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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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21 ㅣ No.113

[경향 돋보기 - 우리 시대 교회 청년과 청년 사목] 그 많던 교회의 청년들은 어디로 갔을까

 

 

교회의 청년들, 현황 파악부터가 쉽지 않다

 

오늘날 많은 수의 청년이 젊음으로 가득한 역동을 보여 주는 모습을 본당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본당 공동체의 성장을 열정으로 이끌던, 그 많던 교회 청년은 모두 어디로 떠나간 것일까?

 

교회 내 청년들의 수도 줄고, 청년 그룹의 움직임 자체가 약해진 것은 본당 사목 현장에서 분명하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실제 현상으로 명확히 기술할 수 있게 조사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 명확하고 자세히 현황을 파악해야 그 원인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도 정확성과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법인데, 아직 한국 교회의 청년 사목 분야에서는 이러한 조사나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교회 청년들에 대한 현황 자료가 부족한 원인은 그 조사 대상인 ‘교회 청년’의 개념 자체가 모호한 데서 비롯되는 부분도 크다. ‘청년’이라는 단어는 19세기 즈음 사회 계몽을 주도하던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발달학적으로도 생애 주기상의 ‘이행기’ 곧 학교 졸업과 사회 진출의 시기로 개념화될 뿐 학자들 간 연령대 범위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1990년대까지의 사회 통념상으로는 10대 청소년 시기를 막 벗어난 젊은이들을 청년층으로 인식했고, 20대 후반부터 30대는 결혼과 함께 성인 세대에 편입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2000년대에 접어들어 초혼의 평균 연령이 30세에 이르고 예전과 달리 사회 진출도 30대 이후로 미뤄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점차 20-30대 전체를 청년 세대로 보는 시각이 확대되었다. 게다가 최근 고령화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되어 중위 연령대가 40대에 진입함에 따라 청년층의 범위는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청년기에 대한 사회적 개념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그 연령대 범위가 계속 확장되어 왔기에, 오늘날 ‘교회 청년’도 마찬가지로 특정 연령대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 그들의 교회 내 활동 또한 기존의 모습과 같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변화한 ‘교회 청년’의 연령대 범위에 대한 재고와, 그들의 교회 참여 모습, 곧 청년 사목의 활동 영역을 무엇으로 파악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 안에서 그 원인을 찾다

 

● 사회 변화에 맞추지 못하다

 

자료 수집도 중요하지만, 교회가 초점을 맞추어야 할 작업은 지금까지의 사목적 경험을 토대로 이 현상을 지속적으로 숙고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지난 30여 년 간 청소년·청년 사목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며, 또한 본당 사목 책임자로서 고민하는 가운데 필자가 통찰한 가장 첫 번째 요인은  교회가  사회적  변화에  맞추어  사목적  탄력성(또는 유연성, flexibility)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청년 시기를 포괄하는 연령대 범위가 계속 확장됨에 따라 ‘교회 청년’의 개념과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교회 청년 사목의 틀은 1980-1990년대의 형태 곧 20대에서 30대 초반의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청년 단체(주로 청년 연합회 또는 주일 학교 교사회)의 고정된 틀을 그대로 갖고 있어 그 달라진 모습을 담아 내지 못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100세인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20대는 오히려 예전의 10대처럼 학업과 진로 탐색에 집중하느라 교회 참여의 여유를 잃었다. 그 반면 30-40대는 사회 진출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교회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럼에도 기존의 틀에 따르면 이들 ‘늙은 청년’은 20대 중심의 청년 단체에 함께하면 안 될 것처럼 여겨진다.

 

또한 부부 생활 문화의 변화와 육아 지원 인프라 확대의 영향으로, 청년 신자로서 교회에 참여할 수 있는 20-40대의 젊은 부부들이 기존 청년 단체의 틀에서는 함께하기가 어려워졌다. 한때 교회 청년 활동의 중심이었던 20대는 계속 빠져나가고,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청년들은 활동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모른 채 교회 안에서 부유하고 있는 셈이다.

 

● 신앙 전수의 중요성과 책임

 

두 번째 요인은 2000년대부터 본격화된 청소년 공동화(空洞化)현상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자녀의 교회 참여보다 공부를 더 중시하는 부모들에게 신앙 전수의 중요성과 책임을 충분히 일깨우지 못했던 점이다. 성적과 입시 압박으로 가장 먼저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이 교회에서 사라졌다. 이는 그들이 10대 시절 성당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더라도 20대에 그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게 하는 단절의 원인이 되었다.

 

고3 선배들이 사라짐에 따라 고2, 고1 청소년들도 차례로 학업을 위해 교회 활동을 그만두는 경향이 이어졌고 점차 고등부 전체로 공동화가 확산되었다. 이미 10대에 교회와의 접점이 끊긴 상태에서 20대에 다시 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결국 이는 20대 청년의 전반적인 공동화로 연결된 것이다.

 

● 사제의 권위주의와 일에 대한 부담으로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하여 교회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겪게 되는 부정적 경험은 그들마저도 교회를 떠나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자 새로운 청년들의 유입을 막는 요소가 된다.

 

‘청소년 사목 지침서’ 마련을 위해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에서 2016년에 실시한 전국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교회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스스로 밝힌 부정적 경험 요소는 크게 ‘사제의 권위주의’와 ‘일에 대한 부담’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오늘날의 청소년·청년들은 어릴 때부터 민주화된 사회를 경험하며 성장해 왔기에, 독재나 불평등, 권위주의에 대한 반감이 큰 세대다. 이들이 교회의 교도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본당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제 중심으로 움직이는 본당의 모습을 기성세대의 권위주의 지배 형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성세대가 아니라 동일한 청년기에 있는 젊은 보좌 신부와도 권위주의로 갈등을 겪는 사례도 많다. 대부분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청년 그룹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데 ‘잠깐 머물다 떠날 사제’의 간섭을 받거나 결정권을 왜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데서 기인한다.

 

이러한 경우 교회 체계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사제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우정 어린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권위가 발휘되도록 하는 것, 곧 관계 사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하지만 청년 담당 사제가 1-2년마다 이동해야 하는 지금의 체제에서는 관계 중심의 사목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 봉사와 일 사이에서

 

교회 참여와 본당 공동체를 위한 봉사를 일(업무)로 받아들여 중압감과 부담감을 호소하는 것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성인 신자들에게서도 종종 발생하는 사례다. 복음화 사명에 초점을 두고 유연하게 공동체 활동을 조정해 나가는 ‘사명 중심(mission-oriented)’의 시선보다 각 단체별 또는 직책별로 할당된 과업의 수행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 중심(task-oriented)’으로 움직여 온 한국 교회 본당 구조의 안타까운 측면이다.

 

특히 청소년·청년 사목은 젊은이들이 복음화의 사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성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사도 양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청년 단체에 주어진 과업만을 강조하면 청년들은 성장에 필요한 직무 수행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일의 무게에 짓눌리게 된다.

 

게다가 기존 단체에서 수행해야 하는 직무는 그대로인데 참여하는 청년들의 수는 계속 줄고 있으니, 남아서 활동하는 청년들은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 결국 이들도 일에 지쳐 교회를 떠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회 밖에서 그 원인을 찾다

 

청년들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교회의 내적 요인이 자리하는 상태에서, 오늘날의 한국 청년들 특히 20대 젊은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사회적 압박을 받으며 물리적(시간)으로나 심리적으로 교회 활동에 함께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학생 대다수가 졸업 이후 무난하게 취업할 수 있었던 이전 시대와 달리, 청년 체감 실업률이 22.7%(통계청, 2017년 연간 고용 동향)에 달하는 저성장 사회의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상당수의 청년들은 취업을 준비하느라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렵게 얻은 일자리는 비정규직이거나 야근 또는 주말 근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주말을 포함한 일정 시간을 고정적으로 할애해야 하는 본당 청년 활동에 적극적,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청년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과 같은 삶의 중요한 결정도 미룬 채 그저 살아 나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는 오늘날의 청년 세대가 그 중요성과 매력을 제대로 체험하지도 못한 교회 활동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청년들을 찾아가는 교회로

 

막막한 현실에 좌절하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신앙의 힘,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희망이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지닌 복음적 희망은 오늘날 청년 세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단 한국 교회만의 문제라기보다 저성장 사회의 전 세계 모든 종교가 겪는 문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와 교회 외적 요인을 당장 변화시킬 수 없는 한계 앞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 드러난 현상을 교회의 실패로 여기며 부정적 패배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회는 늘 이러한 위기와 도전을 뚫고 나감으로써 새로운 삶을 일구어 왔다. 모두가 ‘해결할 수 없다.’, ‘대안이 없다.’고 말할 때일수록 지금의 현실에 더욱 주의를 집중하여 숙고하면서, 사목적 탄력성을 바탕으로 성령께서 펼쳐 주시는 창조적 방향을 발견해 내야 한다.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시선으로 지금의 청년 세대를 바라볼 때, 이들은 어쩌면 교회를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그저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조금 먼 길로 돌아서 걷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교회의 여정을 떠난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여전히 걷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곁으로 찾아가셨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나아가는 교회”(「복음의 기쁨」, 24항)로서 그들을 찾아가야 한다. 그들이 교회를 ‘떠나 버렸다’고 씁쓸하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갈망)를 듣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자리로부터 청년들과 함께 젊음을 꽃피우는 교회의 발걸음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 조재연 비오 - 서울대교구 신부. 면목동본당 주임 신부이며, 햇살사목센터 소장,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평신도가정사무국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10월호, 조재연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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