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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생활 속의 교회법38: 빵과 포도주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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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07 ㅣ No.394

생활 속의 교회법 (38) 빵과 포도주만 되나요?

 

 

미사를 거행할 때 반드시 빵과 포도주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경우에 떡과 막걸리 같은 친근한 재료로 성찬 제헌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성경에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b).’ 하고 이르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 교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리고 반드시 빵과 포도주만을 성찬 제헌의 본질적 재료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교회법은 법 규정에 따른 빵과 포도주만이 성찬 거행의 유효한 재료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곧 떡과 막걸리뿐만 아니라 규정에 어긋난 빵과 포도주로 미사를 거행할 경우에는 성체성사가 무효가 됩니다.

 

성찬 제헌은 빵과 물을 조금 섞은 포도주로 봉헌되어야 합니다(제924조 1항). 포도주에 물을 조금 섞는 것은 합법성(liceitas)의 요소이기 때문에 물을 조금 섞지 않았다고 하였어도 성체성사는 유효합니다. 하지만 빵은 순수한 밀가루를 자연수로 빚어 불로 구워서 부패의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제924조 2항). 이는 유효성(validitas)의 요건이기 때문에 이를 따르지 않으면 성체성사는 무효가 됩니다. 따라서 쌀가루나 콩가루로 만든 빵이나 밀가루에 다른 재료가 많이 섞인 것을 사용하면 성체성사는 무효가 됩니다.

 

또한 라틴 교회의 사제들은 어느 지역에서 미사를 거행하든지 누룩 없는 빵을 사용해야 합니다(제926조). 동방 가톨릭 사제들은 누룩이 들어있는 빵으로도 미사를 거행할 수 있습니다. 라틴 교회 사제들이 누룩 없는 빵으로 미사를 거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합법성(liceitas)의 요건이기 때문에 누룩이 들어간 빵을 사용하면 비록 불법이지만 성체성사 자체는 유효합니다.

 

포도주는 포도로 빚은 천연의 것으로 부패하지 아니하여야 합니다(924조 3항). 따라서 포도가 아닌 다른 곡식이나 과일로 만든 술이나 화학적으로 만든 술을 사용하면 성체성사는 무효가 됩니다. 포도주가 아닌 포도즙은 유효한 재료이지만, 매우 부득이한 경우(알코올 중독, 알코올 섭취가 불가능한 질병을 앓는 사제)에 직권자(교구장 주교)에게 허가를 받지 않는 한 불가한 재료입니다.

 

밀가루는 글루텐(gluten)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심한 장염을 앓고 있는 신자가 글루텐을 섭취하지 않고 성체를 모시기를 원하면 글루텐이 아주 적게 들어간 제병을 특별히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교구장 주교님이 허락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루텐이 완전히 제거된 제병은 밀가루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게 되면 성체성사는 무효가 됩니다.

 

성찬 거행은 극도로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라도, 비록 사제가 죽을 위험에 있다고 하여도 한 가지 재료를 빼놓고 다른 한 가지만 축성하거나 또는 두 가지 재료라도 성찬 거행 없이 축성하여서는 안 됩니다.

 

[2018년 5월 6일 부활 제6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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