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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아시아복음화의 구심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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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02 ㅣ No.453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아시아복음화의 구심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가난한 민중과 다양한 문화·종교 ‘삼중대화’ 강조

 

 

- 아시아 주교단이 2016년 11월 29일~12월 4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제11차 FABC 총회 개막미사를 공동집전하고 있다. FABC 제공.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는 아시아 전체 교회 기구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도 혁신적인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내 다양한 가톨릭 공동체와 주교들 사이에 소통을 촉진하고 아시아교회의 전망을 열어나가며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는 FABC의 주요 활동을 알아본다.

 

 

FABC의 창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는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주교회의들의 자발적인 협의체로서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 설립되었으며, 아시아교회와 사회의 번영을 위하여 회원들 사이의 연대와 공동 책임을 강화하며, 선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모든 것을 장려하고 보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FABC 정관 제1조 1항)

 

FABC의 태동은 1970년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의 필리핀 사목방문에서 시작됐다. 당시 아시아 주교 180여 명은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마닐라에서 회의를 열었다. 주교단은 회의 결의사항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상임기구 조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고, 이듬해 3월 홍콩에서 이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아시아 11개국 주교회의 대표들은 FABC의 조직을 논의, 정관 작성을 위한 실행위원회(위원장 고(故) 김수환 추기경)를 구성했다. 여기서 작성된 정관은 1972년 12월 6일자로 교황의 인준을 받았다. 비로소 김수환 추기경을 초대 의장으로 한 FABC가 창설됐다.

 

 

삼중대화 제창

 

FABC가 창설된 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아시아 주교단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 특히 공의회가 제창한 ‘대화’ 정신이 아시아교회에서 지속적으로 전파되길 바랐다. 당시 마닐라 회의에서 주교들은 최종 성명서에 아시아 가난한 민중과 다양한 문화 및 종교 전통들 간 대화를 강조했다. 삼중대화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어 1974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현대 아시아의 복음화’를 주제로 열린 FABC 제1차 정기총회는 ‘삼중대화’라는 FABC 신학의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FABC는 정치·경제적으로 복잡하고 종교·문화적으로 다양한 아시아 대륙에서 교회가 진정으로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삼중대화에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실행해 왔다.

 

FABC는 아시아인과의 대화는 아시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를 의미하며, 문화와의 대화는 그리스도교의 메시지가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현지화, 곧 토착화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종교 전통과의 대화는 아시아인의 삶과 나뉘지 않는 이들의 다양한 종교와의 대화를 뜻한다. 따라서 삼중대화는 아시아 그리스도교의 복음화 방법론이자 교회의 생존이 달려 있는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FABC의 역할

 

FABC 정관에 따르면, FABC 결의사항은 아시아 각국 교회의 사목 활동에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공동책임의식을 바탕으로 이를 수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FABC의 각국 주교회의의 독자성과 지역 회의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FABC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공의회 이후의 공식 문헌들에 비추어 아시아가 필요로 하는 사도직의 증진 방안을 연구한다. 또한 아시아 민족 전체의 총체적인 발전을 위해 활동하고 이를 위한 교회의 역동적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FABC의 임무다. 

 

FABC는 아시아교회 공동 관심사에 대한 연구를 도와주고,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조정 활동을 한다. 이를 위해 아시아의 지역교회들과 주교들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한다. 또한, 아시아 지역 주교회의들이 하느님 백성의 요구에 더욱 부응할 수 있도록 봉사하며, 교회 단체와 운동들이 국제적 차원에서 더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후원한다. 그리고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대 주요 총회 결의 사항

 

총회는 FABC의 최고 의결 기구로 모든 위원회와 위원을 관장한다. 총회는 모든 회원국 주교회의 의장 또는 공식 지명을 받은 대리 주교와 교회의 구성원 수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출된 대표 주교, 준회원, 상임위원회 회원으로 구성된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FABC 총회는 시대별 아시아교회의 관심과 주요 사목과제를 보여준다.

 

1974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차 총회는 삼중대화를 제창하고, 토착화와 종교간 대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아시아에서 복음 선포를 위한 핵심과제로 선포했다. 제3차 총회는 1982년 태국 삼프란에서 ‘교회, 아시아의 신앙 공동체’를 주제로 열려, 영성과 교리교육, 평신도 양성 등 8가지의 사목 과제들을 제시했다. 1986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차 총회는 ‘교회와 아시아 세계에서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을 주제로, 아시아 지역교회에 평신도의 참여 확대와 평신도 양성 등을 강조했다.

 

‘제삼천년기를 향한 공동 여정’을 주제로 1990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제5차 총회는 새 천년기를 맞는 아시아교회에 ‘교회가 되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2004년에는 우리나라 대전에서 ‘생명 문화를 지향하는 아시아 가정’을 주제로 제8차 총회가 열려 생명과 가정의 수호라는, 현대교회가 직면해 있는 가장 커다란 도전에 응답했다.

 

FABC 창립 40주년을 맞은 2012년에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40년 - 아시아의 도전들에 응답하며 :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제10차 총회가 열렸다. 총회는 아시아교회가 지역사회 안에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비관주의·염세주의에 대항, 새로운 복음화의 특별한 열정을 드러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가장 최근에는 2016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아시아의 가톨릭 가정 : 자비의 사명을 실천하는 가난한 가정교회’를 주제로 열려 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지키는 교회,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되도록 힘쓸 뜻을 다졌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1일, 최용택 기자]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FABC 의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


“다른 전통과의 공존, 전 세계에 모범”

 

 

“FABC는 아시아 각 지역의 주교회의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같이 큰 교회는 인력과 전문지식, 자원 등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FABC는 각국의 사목활동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서 사목정보를 교환하고 라오스나 캄보디아, 카자흐스탄과 같이 작은 교회를 돕는 창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FABC 의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인도 주교회의 의장·사진)은 FABC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보편교회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종교와 문화 사이의 대화에서 아시아교회가 보편교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아시아는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불교, 유다교, 이슬람, 힌두교 등 세계 주요 종교의 요람”이라면서 “종교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날 아시아교회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다양한 문화와 종교 속에서 조화롭고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또한 “종교자유는 보편적 권리”라면서 “우리는 인류의 선과 상호존중과 연대, 평화라는 가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교인은 모두 진리의 추구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에 우리는 서로를 나누는 것보다는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 “아시아 대륙은 전 세계에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대화법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나날이 세속화되는 세상에서 주님과 가정을 향한 아시아교회의 깊은 신앙과 전통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노인 공경과 약자 배려, 자녀 사랑과 같은 아시아의 가치들은 모든 문화와 종교에 걸쳐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서 “세속화는 우리를 주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며, 가정의 분열을 이끌지만, 아시아교회의 신앙과 전통적인 가정관은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FABC는 활동과 사명 수행에 있어 역사와 문화, 종교, 정치·사회, 경제적 현실 등 오늘날 아시아의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아시아의 풍부한 문화를 통해 이해라는 다리를 짓고 종교간 대화를 증진하면, 하느님 나라 건설이라는 보편교회의 목표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4월 1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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