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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과학 교육과 신앙: 자연 과학 교육과 인성 교육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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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28 ㅣ No.349

[과학 교육과 신앙] 자연 과학 교육과 인성 교육을 돌아보며

 

 

요즈음 북한은 로켓 발사와 핵무기로 남한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은 수학과 물리학, 공학 등 과학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과학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무척 서글픕니다.

 

한편, 경제 부흥이라는 구호 아래 배금사상이 만연한 남한 사회의 모습 또한 과학 교육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런 현상들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기초 과학과 기능 기술 교육의 혁신’을 운운하며 벌여 온 여러 가지 사업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과학 기술의 악용과 과학 교육자의 후회

 

6·25로 파괴된 국토를 회복하고자 과학 기술을 부르짖으며 기초 과학 교육과 기능 교육을 강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보릿고개를 어렵게 넘으면서도 온갖 정책과 차관까지 서슴지 않고 동원해 그야말로 모두가 힘을 모아 ‘한강의 기적’을 일궈 냈으니, 우리의 자랑입니다.

 

하지만,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정작 공교육은 붕괴되었고, 물질 숭배는 도를 넘었습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마주하게 된 이러한 사회 문제에는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거기에 핵무기로 위협을 받아 생존의 위기까지 몰리고 있으니, 한반도의 현 상황은 여러모로 심각합니다.

 

 

인성 교육 진흥법

 

정부는 과학 영재 교육과 과학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열중해 왔으나, 2015년에 다음의 명목으로 제정된 규제와 지시는 인성 교육을 통해 구체적인 무엇인가를 기대하기란 이른 감이 있습니다.

 

제1조(목적) : 이 법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 기본법」에 따른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인성 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

2. ‘핵심 가치·덕목’이란 인성 교육의 목표가 되는 것으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을 말한다.

3. ‘핵심 역량’이란 핵심 가치·덕목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 또는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소통하는 의사소통 능력이나 갈등 해결 능력 등이 통합된 능력을 말한다.

 

참으로 좋은 문구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교장의 훈화, 상담 교사나 담임 교사들의 교육, 그리고 학교에 써 붙이는 교훈이나 ‘도덕’, ‘윤리’ 교과의 교육을 통해서겠지요.

 

하지만, 한국 교육의 기틀을 바로잡고,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며,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 내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인성 교육과 관련한 연구 보고서’를 보더라도 인성 교육을 하나의 사업으로 포괄해 달성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 과학과 서구 과학

 

우리의 선조 중에는 일찍이 인성 교육 진흥법보다 더 상세하게 경세서(經世書)를 집필한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입수한 문서를 통해 수리, 천문, 기상 등에 대한 글도 읽긴 했으나, 대부분은 정작 손에 흙을 안 묻히고 마당에 널어놓은 벼가 비에 다 쓸려 내려가도 글만 읽는 그런 ‘선비’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의 ‘학자’, ‘정치가’, ‘법관’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지식에 대한 욕구와 실용성을 조화시켜 손과 머리가 함께 어울리는 서구 과학 활동의 결과는 인류 역사에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우리나라도 요즈음에 이르러 서구 사회를 모방하려 애쓰고 있지만, 한국 과학의 풍토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연 과학 교육의 새로운 지향

 

자연은 변덕스럽지 않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는 우주를 참으로 질서 있고 아름답게 펼쳐 놓으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적을 바라고 찾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만물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창조 질서의 기적’을 두고 무슨 기적을 더 바랄 수 있을까요?

 

아동 교육에서 자연의 현상과 사물에 대한 관찰뿐 아니라 어른들의 행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새삼 논의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어른들의 요즘 행실이 어떻습니까? 얼마나 많은 거짓과 표리부동한 모습이 아이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습니까? 그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에 관심이 없는 방송, 정치인의 정직하지 못한 발언과 행태, 기업인과 노무자의 대립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인간상을 심어 주고 있습니까? “우리는 정직해야 한다.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만 하고 정작 자신은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기준을 지키지 않는 어른이 무슨 교육을 할 수 있겠습니까?

 

참다운 관찰과 실험 활동을 통해 자연을 탐구하면, 그 안에서 누구나 변하지 않는 질서와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하느님께서 주신 질서를 찾아 교훈으로 삼아야 하고, 우리의 행동에도 질서를 부여해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정의롭고 참다운 곳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연 과학 교육은 단순히 현대의 많은 과학 지식을 그저 받아들이게 하거나 목적 없이 고도의 전산 기술만을 사용하는 실험 활동은 넘어서야 할 것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슴 깊이 느끼며 자연을 아끼되, 그 멋진 불변의 질서를 찾는 과정에서 지적으로 정직하게 관찰하고 질문하며, 논리와 수학을 존중하여 적절하게 사용하는 역량을 함께 함양해야 할 것입니다.

 


인성 교육을 돌아보며

 

인성 교육은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가 아닙니다. 모두 함께 힘써야 합니다.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만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학교에서는 관련 과목의 일부 교사만이 아니라 모든 교사가, 사회에서의 전문 직업인은 자기 자신과 더불어 다른 모든 이를 위한 인성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 103위 성인 가운데에는 양반으로 큰 벼슬을 한 분이나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도 계시지만, 무인과 궁녀, 농부와 행상인, 그리고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조차 외우기 어려운 분이나 장애인도 계십니다.

 

이렇듯이 덕을 쌓고 하느님을 찾는 이가 오직 수도자나 성직자뿐이겠습니까?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이가 자신의 일터에서 덕을 쌓으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일 것입니다. 참인간이 되려면 모두가 수도자처럼 침묵하는 시간도 마련하고, 죽음을 묵상하는 기회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를 바랍니다.

 

자연 과학 교육은 먼저 인성 교육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핵무기나 개발하고 돈과 대우가 보장되기만 하면 대상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학 기술인을 양성하는 것은 그릇된 일입니다.

 

‘인성 교육은 부모가 밥상머리에서 끝내야 한다.’는 식의 협소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끝없이 공부하며 계속해서 덕을 닦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한 해 동안 ‘과학 교육과 신앙’을 집필해 주신 박승재 소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 박승재 데시데라도 - 과학문화교육연구소 소장. 대구대학교 석좌 교수. 서울대학교 명예 교수. 미국 노던콜로라도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국제물리교육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경향잡지, 2017년 12월호, 박승재 데시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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