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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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손길: 강생의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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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28 ㅣ No.93

[사랑의 손길] 강생의 터

 

 

2014년 어느 날, 수녀님께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수녀님,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듭니다. 이제는 정말 끝내고 싶어요.”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들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던 안토니오 형제님(67세)의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전화를 끊자마자 한달음에 형제님께 달려갔습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형제님께서 수면제를 복용한 뒤였습니다. 쓰러진 형제님을 급히 병원으로 이송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언제 같은 상황이 발행할 지 몰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꾸준한 방문을 통해 관리해 오고 있습니다.

 

마침 수녀님께서 안토니오 형제님을 만나러 가신다기에 함께 따라나섰습니다. 형제님께서는 극심한 정신질환자인 아내 때문에 도저히 집에서 생활할 수가 없어 이웃의 농장에 방치된 낡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변변한 가재도구 하나 없이 이곳저곳에서 주워온 물건들로 컨테이너 내부는 엉망이었고, 부탄가스 살 비용도 없어 산에서 주운 솔방울에 불을 붙여 라면을 끓이고 계셨습니다. 지병까지 있으신 형제님께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컨테이너에서 겨울을 어찌 보내실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려는데 형제님께서 급히 밭으로 뛰어들어 가시더니, 농장 한편에 조그맣게 기르신 채소를 가지고 와 손에 쥐여주십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그중에서도 도시의 3분의 1 면적이 공단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저임금 일용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다른 지역보다 위기가정이 유난히 많습니다. 실직, 질병, 재해 등으로 생계가 곤란해지고, 공공복지제도의 지원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위기가정은 가족해체나 자살이라는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러한 위기가정을 돌보고자 성가소비녀회에서는 안산 선부동에 ‘강생의 터’를 마련했습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속으로 들어가 강생의 여정을 지속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곳의 수녀님 두 분께서는 자살위기가정, 중독가정,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성폭력 · 가정폭력가정, 이주노동자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위기가정을 돌보고 계십니다.

 

강생의 터에는 위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손과 발이 되어주는 자동차가 한 대 있습니다. 비록 낡긴 했지만, 위기상황이 닥치면 수녀님들과 함께 이 차가 빛을 발합니다. 특히 자살기도자나 자살위기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할 때는 그 성능이 배가 됩니다. 그런데 14년이 된 이 차가 운행 중단 상황에 놓였습니다. 잦은 고장도 문제지만, 수도권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으로 당장 차를 교체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입니다. 아직 후원회가 없는 강생의 터에서 스스로 이 비용을 마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여러분께서 조금씩 도움을 주신다면 자살 방지 및 환자 수송 등에 쓰이는 이 차량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병원비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가장 절박한 곳에서 하느님의 뜻에 귀 기울이며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는 수녀님들께서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서 힘이 되어주세요.

 

*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803-271075 (재)바보의나눔

* 후원 기간 : 2017년 11월 25일 - 12월 22일

 

[2017년 11월 26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6면, 김지선 레지나(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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