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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다오 한인성당 설립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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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31 ㅣ No.488

中 칭다오 한인성당 설립 20주년


미사 봉헌할 곳조차 없었지만 ‘복음화의 끈’ 놓지 않았다

 

 

- 10월 22일 중국 칭다오천주교당에서 거행된 견진성사에서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가 한인 신자들에게 도유하고 있다.

 

 

종교활동이 ‘집회’로 여겨져 허가받아야 하는 땅, 중국에서 신앙의 꽃을 피웠다. 20년 전 중국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에 진출한 기업인 등 한인신자들은 미사를 제대로 봉헌할 장소도 없이 힘든 신앙생활을 이어가면서도 신앙의 끈을 절대 놓을 수 없었다.

 

중국 칭다오 한인신자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충실히 해온 칭다오 한인성당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중국 대외개방 정책과 함께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한 칭다오 한인성당은 이제 현 주임 김상호 신부와 함께 아시아 복음화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견진성사와 함께 설립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감동의 현장을 직접 찾았다.

 

 

한인 공동체 결실 맺다

 

10월 22일 오전 중국 칭다오시 관광명소 중산로(中山路)에 있는 칭다오천주교당(靑島天主?堂) 앞은 견진성사를 위해 모여든 한인신자와 그 가족들 500여 명으로 북적였다. 꽃다발을 한아름 가슴에 안은 이들은 견진성사를 받는 친지 가족에게 축하의 인사를 하며 들뜬 모습이었다.

 

이날 칭다오 한인성당(주임 김상호 신부)에서 47명, 칭다오 청양 한인성당(주임 김재호 신부)에서 42명의 견진자가 탄생했다. 견진성사는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가 주례하고 이종건 신부, 정삼덕 신부(대구 월성본당 주임), 이기수 신부(가톨릭신문사 사장), 김상호 신부와 김재호 신부 등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 중국 칭다오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신자들이 칭다오천주교당에 모여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특히 칭다오 한인성당은 견진성사와 설립 20주년 기념행사를 함께하는 큰 기쁨을 맛봤다. 오후에 열린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2대 주임 정삼덕 신부, 5대 주임 이기수 신부 등 역대 주임신부와 2대 총회장 이문희(베드로)씨 등 역대 총회장들이 신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칭다오 한인성당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견진성사를 집전했던 사제단은 10월 21일 칭다오 한인성당 교우들이 평소 기도모임과 친교를 나누는 ‘친교의 집’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칭다오 한인성당 김승욱(비오) 총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직 하느님만을 따르겠다는 일념으로 신앙생활을 해온 우리 공동체의 기도가 20년 역사를 만들었다”며 “주교님과 역대 주임신부님들까지 모시게 돼 무한한 영광”이라고 감격했다.

 

 

오로지 기도로 이룬 20년

 

1990년대 들어 중국 칭다오시 정부는 문호를 개방하고 외자 유치에 나섰고, 그 첫 번째 대상 국가는 한국이었다. 1992~1993년 100여 개 한국 기업이 칭다오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인신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4년 7월 칭다오천주교당에서 중국인 신자들과 함께 미사 참례하던 한국인 교우 9명이 함께 모여 ‘천주교 칭다오 한인 교우회’(이하 한인 교우회)를 결성했다.

 

한인 교우회는 척박한 중국 내에서 어려운 신앙 활동을 하면서도 굳센 의지로 신앙 주춧돌을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칭다오시에 산재한 한국인들을 일일이 찾아 전교하고, 중국 내 성당 존재도 모른 채 냉담중인 신자들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섰다.

 

- 1998년 11월 김영환 몬시뇰(앞줄 가운데)이 집전한 칭다오 한인성당 견진 기념사진. 당시 정삼덕 신부(김 몬시뇰 오른쪽)가 2대 주임이었다. 칭다오 한인성당 제공.

 

 

신자들의 오랜 숙원이던 한인성당 설립은 1997년 드디어 이뤄졌다. 그해 10월 20일 티엔진(天津) 천주교 한인 공동체에서 사목하던 김철재 신부가 주임 신부로 부임한 것이다. 당시 신자 수는 80여 명이었다.

 

이어 1998년 부임한 2대 주임 정삼덕 신부는 본격적으로 사목활동과 신심단체 활성화를 실시해 칭다오 한인성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효율적인 신자 관리를 위해 교적을 만들었고 신자들의 영명 축일 명부도 제작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사제관으로 사용하던 아파트가 중국 기업에 팔리면서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사한 곳은 누추하고 쥐까지 들끓었다. 온수를 쓰려다 감전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대구대교구의 도움과 신자들의 십시일반 덕분에 새 사제관으로 옮길 수 있었다.

 

2005년에는 한인신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칭다오 한인성당에서 칭다오 청양 한인성당이 분리돼 설립되기도 했다. 2006년(5대 이기수 신부 부임)에는 본당 기구를 개편하는 등 체계적인 사목활동을 펼쳤다. 구역을 재편성하고 구역별 친교모임을 시작해 소공동체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설립 10주년인 2007년에는 칭다오 인근 건물을 임대한 ‘친교의 집’이 문을 열어 주일학교 교리교육과 기도모임 등이 펼쳐졌다.

 

현재 칭다오 한인성당은 주임 김상호 신부 지도 아래 신자 319명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신자들은 칭다오 현지 기업가, 자영업자, 파견근무를 나온 주재원, 유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김승욱 총회장은 “사진과 사료들을 모아 20년사 편찬 작업을 하고 있다”며 “우리 신자들은 타국생활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고 설명했다.

 

 

칭다오 한인성당 주임 김상호 신부 - "종교활동 제한된 상황에도 기도하는 모범 공동체 이뤄"

 

“우리들 스스로 사랑과 일치의 공동체를 이뤄간다면 그것 자체가 중국교회에 큰 상징이 될 것입니다.”

 

중국 칭다오 한인성당 주임 김상호 신부는 설립 20주년을 맞게된 것 자체가 하느님 은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 신부는 특히 “중국교회에서 한인 공동체가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르는 현실”이라며 “그렇기에 더욱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앙생활하기가 모든 부분에서 취약한 이 곳 중국에서 설립 20주년을 맞아 감회가 깊으며, 앞으로 30주년, 40주년을 바라보며 정진하는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비전을 밝혔다.

 

그는 또 칭다오 한인성당이 중국 내 다른 어떤 한인성당보다도 중국 본당 또는 중국교회와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자부했다.

 

“역대신부님들과 교우들의 노력으로 가능했습니다. 중국인 신자들과의 직접 교류는 불가능하지만 사회복지분과나 신자 개개인의 자발적인 선행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보다 질 높은 신앙체험에 늘 목말라하는 신자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국이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교육과 피정, 서적과 성물 등 모든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신부는 “미안함이 앞서지만, 그래도 사제를 도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 20년이라는 신앙 금자탑을 쌓아올린 신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영향으로 신자 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김 신부는 “선교 방향을 새 신자 뿐만 아니라 외짝교우들의 배우자와 냉담교우 회두로 선회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한국에 있는 신자들에게도 부탁의 말을 잊지 않았다.

 

“중국에서 사목하는 신부님들을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20주년을 맞아 이제 성인이 된 칭다오 한인성당을 기도 중에 기억해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29일, 칭다오 방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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