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진리를 찾아서: 성체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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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찾아서] 성체성사 (1)
삶에서
유학 생활 중 해마다 사순 시기와 대림 시기에는 언어도 배울 겸 해서 이탈리아 북쪽 토리노 근처에 있는, 토르토나 교구 소속의 ‘스타차노’라는 작은 시골 본당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 본당에는 부임하신 지 30년이 넘은 할아버지 신부님이 혼자 계셨다. 신부님은 고해성사를 보러 언제 올지도 모를 신자들을 기다리라고 하시며 나를 좁은 고해소에 하루 종일 감금 하기(?)도 하셨다.
유럽의 많은 성당처럼 스타차노본당도 지은 지 몇 백 년이 넘은 본당이다. 그곳에서 풍기는 세월의 향기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맡을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었다.
특히 성물을 비롯한 성당 기물 하나하나가 내 나이보다 열 배는 족히 넘는 것이었다. 향로와 향합, 성작, 촛대, 스테인드글라스….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미사 때 착용하는, 화려한 금실로 수놓은 바이올린 모양의 제의였다.
이 제의는 2백 년이 넘은 것으로, 다른 어느 것보다 세월의 향기가 짙게 묻어났다. 여러 가지 문양을 그려 넣은, 화려하고 꽤 무거운 제의였는데, 그 무게 때문인지 제의를 입을 때면 주님 앞에 나아가는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꿋꿋하게 지켜 주는 것만 같았다. 신앙 선조들이 왜 이렇게 제구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였는지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그들의 깊은 신심이 느껴졌다.
다가가기
교회 생활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는 우리 신앙의 요약이고 집약이다. 155년 무렵 순교자 유스티노 성인이 이교도 황제인 안토니누스에게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고자 쓴 글을 보자(가톨릭교회 교리서, 1345항 참조).
“일요일이라고 불리는 날, 도시나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한곳에 모입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사도들의 기록과 예언자들의 글을 읽습니다. 독서가 끝나면, 모임을 주재하는 사람이 그 훌륭한 일들을 본받으라고 권하고 격려하는 말을 합니다.
그다음에는 모두 함께 일어나 기도를 합니다. … 다음에 형제들의 모임을 주재하는 사람에게 빵과, 물과 포도주를 섞은 잔을 가져다줍니다. 그 사람은 이것을 받아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우주의 아버지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고, 우리가 그 선물을 받기에 합당한 사람으로 뽑힌 데 대하여 오랫동안 ‘감사’를 드립니다.
… 모임을 주재하는 사람이 감사 기도를 드리고 회중이 응답하고 나면, 부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모든 참석자들에게 ‘축성된’ 빵과 물을 탄 포도주를 나누어주고, 그곳에 오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가져다줍니다”( 「호교론」, 1,65).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성찬례는 오랜 세월 동안 두 가지 기본 구조를 보존해왔다. 곧, 모임과 독서, 강론, 보편 지향 기도로 이루어지는 말씀 전례, 그리고 빵과 포도주의 봉헌, 축성의 감사 기도, 영성체로 이루어지는 성찬 전례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46항 참조).
이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에서 신자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상식에는 다음 몇 가지가 있다.
말씀 전례 중의 복음 낭독 전에 노래하는 ‘알렐루야’는 사순 시기에는 하지 않는다. 교회는 성경 독서를 주일과 축일에는 3년 주기(가, 나, 다)로 나누고, 평일에는 2년 주기(홀수, 짝수)로 나누어 놓았다. 이는 하느님 말씀의 풍부한 식탁을 마련하고자 성경의 주요 부분이 일정한 햇수 안에 회중에게 봉독되도록 한 원칙에 따른 것이다(전례 헌장, 51항 참조).
미사 때 사용되는 신앙 고백은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과 ‘사도 신경’이다. 교회는 특별히 주일과 대축일, 지역의 성대한 축제 때에는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고백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사도 신경’도 필요에 따라 미사 전례 안에서 사용할 수 있다. 보편 지향 기도에서 그 지향은 간단명료해야 하며, 기도문도 자유롭고 짤막하게 공동체 전체의 청원을 표현해야 한다( 「미사 경본 총지침」, 71항 참조).
성찬 전례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될 예물을 제대에 가져가는 예물 봉헌으로 시작된다. 성찬을 위한 예물 봉헌 때 빵과 포도주뿐 아니라 예물(헌금)을 바침으로써 우리를 부요하게 하시려고 가난하게 되신 그리스도를 본받게 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51항 참조).
성찬례 때 사용하는 빵은 순수한 밀가루로 빚고 새로 구워 부패의 위험이 전혀 없어야 하며, 또한 포도주도 포도로 빚은 천연의 것으로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교회법 제924조 참조).
그리스도교의 다른 몇몇 교파도 우리의 성찬례와 비슷한 예식을 거행한다. 하지만 성체에 관한 교리는 사뭇 다르다. 개신교 교파들은 대부분 성체성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또 빵과 포도주의 ‘실체 변화’도 믿지 않으며, 성찬식의 제사 성격보다 공동체적 성격을 중시하여 주로 부활과 성탄, 세례 예식 등과 같은 중요한 때에만 지낸다.
성공회는 미사 형식과 용어가 천주교와 매우 비슷하지만 성체의 실체 변화를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직 동방 정교회만이 실체 변화를 믿으며 사제로 서품된 사람만이 성체성사를 유효하게 거행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누룩을 넣지 않은 밀떡을 사용하는 반면, 동방 정교회는 누룩을 넣은 빵을 사용한다는 점이 차이점 가운데 하나이다.
살펴보기
신앙의 모든 영적 보화가 담겨 있는 성체성사에 대한 교회의 지극한 관심은 여러 가르침에서 잘 드러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에서 성찬례에 관한 몇 가지 매우 중요한 요소를 우리 시대의 상황에 비추어 설명하셨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훈령 「구원의 성사」에서, 교회 구성원들이 각자 고유한 책임과 가능한 수단에 따라 성체성사를 거행하도록 권고하였다. 특별히 교회는 전례의 남용, 곧 일부 지역에서 행해지는 전례와 성사의 본질에 어긋나는 행동을 우려하며, 성찬례의 신비는 “너무나 위대한 것이어서 어느 누구도 그것을 가볍게 다루거나 그 거룩함과 보편성을 무시할 수 없다.”(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52항)고 강조한다.
하느님 말씀을 담고 있는 독서와 화답 시편을 성경이 아닌 다른 본문으로 대신한다든지, 평신도에게 미사 강론을 맡긴다든지, 신자들 스스로 축성된 빵과 거룩한 잔을 모시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구원의 성사」, 62.64.94항 참조).
이 모든 것은 교회의 전통과 권위로 결정되고 지켜져야 할 규범이다. 사목적 배려라거나 공동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리스도께서 직접 세우신, 변경할 수 없는 전례 요소들을 무시하거나 자기 마음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결심하기
교회의 규범을 준수할 때는 무엇보다도 생각과 말과 외적 행위, 마음가짐이 일치하여야 한다. 교회가 오랜 역사를 통해 지켜 왔던 신앙의 표현을 겉으로만 따르는 것은 전례의 본질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시지도 않는 것이다. 주님께서 제정하시고 교회가 거행하는 감사와 기념, 현존의 성사적인 희생 제사에 참여함으로써, 우리는 이 세상 순례 길에서 늘 힘을 얻고 영원한 생명을 바라며 살아갈 수 있다.
주님께서는 전례를 통해 우리와 한마음 한 몸이 되기를 원하신다. 그러나 늘 주어진 곳에서 주어진 시간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그치는 수동적인 신앙생활은 스스로 가만히 있으면서 복을 달라고 보채는 어린이와 같다.
이제부터라도 미사에 참석할 때마다 사제가 읽는 미사 경문 한 구절 한 구절에 귀를 기울여 보자. 비록 작은 노력이지만 그 순간 우리는 교회가 오랜 역사를 통해 거행해 온 성찬례에서 그리스도의 진한 향기를 맡을 것이고, 이미 주님의 큰 은총 속에 머물러 있음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 박종주 베드로 - 부산교구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장으로 일하며 차별화된 가톨릭 평생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랫동안 신학교에서 교리교육을 가르쳤다. [경향잡지, 2017년 5월호, 박종주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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