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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완벽한 사람(조하리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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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05 ㅣ No.493

[레지오와 마음읽기] 완벽한 사람(조하리의 창)

 

 

친절한, 솔직한, 융통성 있는, 용기 있는, 차분한, 까다로운, 독립적인, 소심한, 관대한, 수줍어하는, 어리석은, 참을성 있는, 논리적인, 박식한, 활동적인, 독창적인, 등의 형용사 중에 나를 설명한다고 생각되는 단어는 어떤 것인가? 그리고 타인에게 나를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단어를 고르게 한다면 어떤 단어들이 거론될까? 그리고 이 두 부류의 단어들은 과연 몇 개나 일치할 것인가?

 

위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여 관계속의 자신을 이해하고 나아가 타인과의 소통을 연구한 학자가 있다. 바로 조셉 러프트(Joseph Luft)와 해리 잉햄(Harry Ingham)으로 1955년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이 이론을 두 사람 이름의 앞부분을 합성하여 “조하리”라고 써서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라고 하는데, 이는 나를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고르고 타인에게도 나를 표현하는 단어를 고르게 하여, 일치하는 단어는 “열린 창”에, 나만 고른 단어는 “숨겨진 창”에, 상대만이 고른 단어는 “보이지 않는 창”에, 그 외 나머지 언급되지 않은 단어는 “미지의 창”에 넣는 방법을 사용한다.(그림 참조) 이때 창의 넓이는 그 창에 들어간 단어의 수에 비례하여 단어 수가 많은 곳이 나의 인간관계의 창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대인관계가 그리 불편하지 않고 “열린 창”에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으면, 그는 자신을 잘 표현할 줄 알고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줄 줄 알아 상대에게 호감과 친밀감을 주는 인기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자칫 자신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 경박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로 자신을 공개할 것인지 그 영역을 정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남들이 나를 잘 모르고 가끔 오해도 받는다고 생각된다면 “숨겨진 창”의 영역이 넓을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신중형이어서 경청은 잘하고 수용적이긴 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 자신과는 다른 이미지를 타인에게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자주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들은 적절한 자기개방을 통하여 인간관계를 좀 더 깊고 넓게 할 필요가 있다.

 

대인관계에서 가장 조심해야할 부분은 “보이지 않는 창”이다. 이는 ‘남은 아는데 나는 알지 못하는 나의 모습’ 영역으로, 이 영역이 넓으면 자신의 기분이나 의견은 잘 표현하여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고 자신감에 찬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반응에는 무관심하거나 둔감할 수 있다. 그래서 다소 독선적이거나 독단적이어서 트러블메이커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특히 이 영역이 넓을 때에는 ‘나는 그렇지 않은데 다른 사람은 나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도록 노력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미지의 창”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관계에 소극적이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지나치게 주관이 강하여 다소 부적응적인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와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지니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자각하기 위해 제 삼자의 시각 필요

 

B형제는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아내의 우울증 증세가 계기가 되어 부부가 함께 영세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단체 활동을 시작하였지만 신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이 단체 저 단체를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결국 레지오도 입단하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역시 잦은 분란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결국 한 단원의 권유로 가족치료를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즉, 상담 중에 그는 현재 경제적 안정이 자신의 올바른 선택의 결과라고 믿어 자기 주관을 중요시한데다, 성공을 향해 달려온 과정에서 늘 이성적으로 모든 상황을 대하며 자기감정을 보살피기보다는 억압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감성적이고 관계를 중요시하여 늘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극단적으로 상황을 몰아가기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자연히 그는 아내의 그런 모습이 이해되지 않아 우유부단한 아내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매사에 충고를 하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게 화를 내곤 하였던 것이다. 결국 남편은 자신이 너무 독선적이었음을 발견함과 동시에 그동안 묻혀 있었던 감정 또한 보살피기 시작하면서 아내와 단원들과도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조하리의 창은 조직에도 적용가능하다. 자신이나 단체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속성은 비록 의도하지 않아도 그 자체의 울타리에 갇히게 하여 내부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규칙을 강조하는 단체인 경우, 모든 것을 그냥 받아들이게 되면서 더욱 문제를 지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제 삼자의 시각이 필요하다. 마치 조하리의 창을 이용하여 개인이 자신의 객관적 상태를 제대로 인지한 듯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레지오에서 순방은 아주 중요한 장치이다. 교본에 “꾸리아는 정기적으로, 가능하면 일 년에 두 번씩, 각 쁘레시디움을 방문하여 쁘레시디움을 격려하고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247쪽) “꾸리아의 쁘레시디움 방문은 쁘레시디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249쪽) 라고 되어 있으니 순방은 쁘레시디움이나 평의회로서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순방은 마리아의 눈으로 형제와 조직을 보는 사랑의 행위

 

“쁘레시디움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나자렛 성가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교본 200쪽) 그리고 “만일 단장이 쁘레시디움의 결함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그와 같은 잘못은 되풀이될 뿐만 아니라 결국 점점 더 커지게”(교본 324쪽) 되어 레지오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평의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더욱 치명적이 될 수 있으므로 순방을 통해 그 쁘레시디움이나 평의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객관적 시각으로 알아내어 그 해결에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순방을 할 때는 다음을 명심해야한다. “쁘레시디움 방문을 통하여 발견된 결함은 처음부터 쁘레시디움이나 꾸리아 회합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교본 249쪽)와 “쁘레시디움이나 단원의 결점에 대해서는 참을성을 발휘해야 한다. 열성이 부족하고, 향상될 가능성도 없고, 세속적인 결함마저 뚜렷하게 보이더라도 실망해서는 안 된다.”(교본 454쪽)는 것이다. 그러니 순방은 그 자체가 마리아의 눈으로 형제와 조직을 보는 사랑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전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나쁜 사람도 없고, 완벽한 사람도 없다.”(교본 441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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