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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정, 성모병원 80년 (중) 반포와 여의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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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08 ㅣ No.64

사랑의 여정, 성모병원 80년 (중) 반포와 여의도 시대

 

그리스도의 빛으로 세상 밝히는 생명의 등불

 

 

- 1980년 완공을 앞둔 강남성모병원 전경.

 

 

성모병원은 1960년대 말 들어 의과대학과 병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종합 캠퍼스 건립을 추진하면서 1970년 말 여의도 땅 6만 6115㎡를 매입했다. 1974년 5월 지하 1층, 지상 7층, 전체면적 5586㎡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짓고 먼저 정신건강연구원을 개원했으나 여의도에 종합 캠퍼스를 짓는 계획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종합 캠퍼스가 들어서기에는 장소가 비좁고 환경도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던 성모병원은 1975년 강남 반포 일대의 땅 11만 2396㎡를 새로 매입하고 1980년 5월 3일 지하 2층, 지상 10층, 전체면적 2만 7123㎡, 520병상 규모의 강남성모병원을 신축했다. 명동 성모병원에 있던 많은 의료진이 강남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종로구 경운동에 있던 가톨릭대 의대도 1982년 8월 이곳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바야흐로 성모병원 반포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후 성모병원은 1986년 7월 기존 여의도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13층, 625병상 규모의 최신식 건물을 새로 짓고 이전을 완료했다. 이로써 성모병원은 50년에 걸친 명동 시대를 마감하고 강남과 여의도, 두 곳의 성모병원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명동 성모병원 건물은 외형을 그대로 보존한 채 현재 서울대교구 가톨릭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86년 7월 완공 당시 여의도성모병원 전경.

 

 

명동 시절 활발했던 성모병원의 자선 활동은 병원 이전 이후 활기를 더해갔다. 성모병원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987년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 의약품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자선 활동의 영역을 국내에서 해외로 확대했다. 케냐(1992년) 몽골(1997년) 동티모르(1999년) 콜롬비아(2003년) 캄보디아 · 네팔 · 필리핀(2010년) 등 세계 각지로 파견된 의료진은 극빈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의료 봉사 활동을 펼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호스피스와 가정간호로 최상의 돌봄 선사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말기 암 환자들이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한 채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만큼 교회의 생명 존중 정신을 잘 보여 주는 활동도 드물다. 성모병원이 호스피스 병동을 개설한 것은 1988년의 일이다.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았을 뿐 아니라 호스피스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 성모병원은 국내 최초로 호스피스 병동을 열고 말기 환자들의 편안한 임종을 도왔다.

 

성모병원이 1996년에 시작한 가정간호 역시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길을 내민다는 점에서 치유자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활동이다. 성모병원은 호스피스와 마찬가지로 수익성 때문에 다른 병원들은 꺼리는 가정간호를 통해 환자들에게 최상의 돌봄을 제공하고자 노력해 왔다.

 

가정간호는 2001년 본당 연계 가정간호로 발전한다. 본당 연계 가정간호는 본당에 파견된 성모병원 가정간호 전문 간호사와 본당 봉사자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방문해 전인적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가톨릭 교회의 탄탄한 조직망이 뒷받침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50여 개 본당에서 50여 명의 전문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가정간호를 받는 환자는 2300여 명, 간호사들의 월평균 방문 건수는 5000여 건에 이른다.

 

- 성모병원은 1983년 3월 국내 최초로 백혈병 환자에 대해 형제간 동종 골수 이식에 성공했다. 사진은 당시 의료진과 환자 모습.

 

 

국내 이식 분야 선구자의 명성 이어가

 

성모병원이 2005년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을 꾸린 것은 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대신 교회가 대안으로 제시해온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촉진하고 생명문화 확산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국가나 기업이 아닌 한 의료기관이 100억 원(서울대교구 생명기금)을 바탕으로 난치병 치료를 위해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하는 것은 성모병원이 유일하다. 생명 존중이라는 가톨릭 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투자였다.

 

명동 시절 국내 이식 분야를 선도해온 성모병원은 이전 후에도 그 명성을 이어나갔다. △ 1983년 국내 최초 형제간 동종 골수 이식 △ 1986년 국내 최초 뇌사자 간 이식 △ 2002년 세계 최초 조혈모세포 이식 후 간 이식 △ 2004년 국내 최초 소장 이식 △ 2008년 국내 최초 뇌사자 소장 이식 등 장기 이식 분야에 화려한 금자탑을 쌓았다.

 

 

국내 최대 첨단의료센터 개원

 

2009년 4월 30일 서울성모병원의 개원은 한국 교회 의료사에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강남성모병원 구내에 지하 6층, 지상 22층, 전체면적 1만 9000㎡, 1200병상 규모로 건립된 서울성모병원은 단일 병동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첨단의료센터였다.

 

강남성모병원을 모태로 한 서울성모병원이 문을 열면서 기존 강남성모병원 건물은 서울성모병원 별관이 됐다. 한국 교회의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이 서울성모병원이 완공되기 직전인 그해 2월 16일 하느님 품에 안긴 곳도 강남성모병원이다.

 

[평화신문, 2016년 10월 2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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