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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사회교리7: 성체성사의 사회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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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19 ㅣ No.501

[교부들의 사회교리] (7) 성체성사의 사회적 특성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사랑의 양식

 

 

“태양에 따라 이름을 붙인 날(일요일)에 도시들이나 바깥 여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공동체 모임을 가집니다. 우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사도들의 회고록들과 예언자들의 책들을 읽습니다. 독서가 끝나면 장상은 말로 훈계하고 이러한 훌륭한 행위들을 본받을 것을 권합니다. 그러고서 우리는 모두 함께 일어서서 우리의 기도를 바칩니다. 

 

기도가 끝나면, 위에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빵과 포도주와 물이 봉헌되며 장상은 정성을 다하여 기도와 감사를 드리고 백성은 아멘 하면서 동의를 표합니다. 성찬의 음식은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지고 부제들은 그것을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날라다 줍니다.

 

부유한 사람들과 원하는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대로 그들이 내놓고 싶은 그들 자신의 소유물을 바치고, 장상은 모여진 것을 맡아 고아들, 과부들, 병 또는 다른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 묶인 이들과 다른 지방 출신의 나그네들을 도와줍니다. 한마디로 그는 궁핍한 사람들을 모두 보살펴줍니다.”(유스티누스, 「첫째 호교론」 67,3-6. 유충희 옮김)

 

 

가장 오래된 성찬 교부 문헌

 

평신도 교부 성 유스티누스는 150년경 로마 교회의 성찬에 관한 매우 소중한 기록을 「첫째 호교론」에 꼼꼼하게 남겼다. 네 복음서가 전해주는 최후의 만찬에 관한 기록과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한 대목을 제외하면 성찬에 관한 상세한 증언이 보존된 가장 오래된 교부 문헌이다.

 

유스티누스의 이 진술은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드리는 미사의 핵심 요소들과 거의 일치한다.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여 주일마다 함께 모여 미사를 드렸는데, 성경 봉독이 끝나면 장상이 강론했다.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치고 나면 빵과 포도주와 물의 봉헌이 이어졌고, 장상이 정성을 다해 감사 기도를 드리면 신자들은 아멘이라고 응답했다. 모든 이가 성찬의 식탁에서 축성된 음식을 나누었으며,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부제가 일일이 날라주었다고 한다.

 

 

성찬과 가난한 사람들

 

특히, 미사 때마다 힘닿는 대로 가진 것을 내어놓고 모아서 고아와 과부, 병자들과 가난한 이들, 갇힌 이들과 떠돌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보잘것없는 이들과 먹고 마시기를 즐기시던 주님의 성찬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던 성체적 삶에 관한 빛나는 증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체성사의 사회적 특성을 강조하면서 ‘모령성체’(冒領聖體)를 경고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성체성사의 신비가 사회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분열과 증오와 불평등에 동의하는 이들은 모령성체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성체를 정기적으로 모시는 가정은 형제애, 사회적 양심,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한 헌신에 대한 열망을 강화합니다.”(「사랑의 기쁨」 186)

 

성체성사는 의롭고 완전한 인간들에게 내리시는 상급이나 보상이 아니라 가난하고 나약한 이들에게 거저 베풀어주시는 사랑의 영약이며 양식이다.(「복음의 기쁨」 47) 이 사랑의 식탁에서 주님께서 기쁘게 맞으시는 주빈은 가난하고 헐벗고 억눌린 사람들임을 교부들은 잊지 않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20일,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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