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전례ㅣ미사

[전례] 성모 동산의 꽃과 풀들: 순백의 꽃들, 스노드롭 그리고 베들레헴 별 꽃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2-06 ㅣ No.1752

[성모 동산의 꽃과 풀들] 순백의 꽃들, 스노드롭 그리고 베들레헴 별 꽃

 

 

스노드롭(설강화)

 

12월25일에 아드님을 낳으신 성모님은 이스라엘의 율법의 가르침에 따라 40일이 되는 이듬해 2월2일에 그 맏아드님을 성전에 봉헌하셨다. 이로써 출산으로 불결해지신 성모님의 몸도 다시 조촐해지셨다. 교회는 이날을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그런데 전에는 이 축일을 ‘성모 취결례 축일’이라고 했다. 한편, 교회가 8세기 후반부터 이 축일에 초를 축복하게 되면서 서양에서는 이날을 캔들마스(Candlemas)라고도 불렀다.

 

아직 겨울인 그래서 여전히 눈이 쌓여 있고 추운 시기에 꽃이 핀다. 이 꽃은 긴 겨울 동안 추위에 움츠려 있던 사람들에게 머지않아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전해 준다. 희고 작은 눈덩이 같은 꽃, 스노드롭(Snowdrops)*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꽃을 세상과 사람들의 희망으로 오신 예수님을 상징하는 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이 꽃이 캔들마스 무렵에 피기에 ‘캔들마스 종’(Candlemas Bell)이라고도 불렀다. 나아가 성모 취결례 축일 전후에 피는 이 흰색 꽃이 성모 마리아의 정결을 상징한다고도 보았다. 그래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몇몇 나라들에서는 이날 제단에 모셔져 있던 성모상이나 성모화를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 모시고 그 자리에다 이 꽃의 꽃송이들을 뿌려 두곤 했다.

 

이 꽃과 관련해서 교회에는 애틋한 이야기 하나가 전해 온다.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을 때, 하느님께서는 온 세상에 끊임없이 눈이 내리게 하셨다. 세상은 이내 추위로 얼어붙었고 황폐해졌다. 하와는 낙원에서 쫓겨난 데다 자기로 말미암아 세상에 추위와 죽음이 들어오게 되었다는 자책감으로 몹시 절망했다. 속절없이 울기만 하는 하와 앞에 천사가 나타났다. 천사는 하와를 다독였다. 그러다가 마침 내리는 눈송이 하나를 손으로 잡아채고는 입김으로 그것을 불었다. 눈송이는 팔락이며 땅으로 떨어졌고, 거기에서 스노드롭이 싹을 틔웠다.

 

독일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눈을 만드시고는, 세상의 꽃들에게 가서 꽃의 갖가지 색깔들을 얻어 오라는 과제를 눈에게 주셨다. 그러나 꽃들은 눈에게 협조하지 않았다. 눈은 마지막으로 스노드롭을 찾아갔다. 눈은 천성이 친절하고 너그러운 스노드롭에게 그의 색깔을 주면 그 대가로 해마다 가장 일찍 꽃을 피우게 해 주겠노라고 제안했다. 스노드롭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뒤로 쌓인 눈 속에서 꽃을 피우게 되었다.

 

몰도바의 설화에 따르면, 스노드롭은 겨울 마녀와 봄 선녀 사이의 싸움에서 생겨났다. 어느 해엔가, 봄 선녀가 왔는데도 겨울 마녀는 세상을 지배할 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작심했다. 둘이 서로 싸우는 중에 봄 선녀의 손가락에서 피 한 방울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 핏방울은 쌓인 눈을 녹였다. 그 자리에서는 자그마한 스노드롭이, 봄 선녀가 겨울 마녀에게 이겼다는 표시가 솟아올랐다.

 

루마니아의 설화에 따르면, 태양은 해마다 봄이 되어 대지를 덥힐 때 어린 소녀로 탈바꿈을 하였다. 그런데 겨울이 자리를 내어 주기를 거부하고 그 소녀를 인질로 잡았다. 이내 영웅 하나가 사랑하는 소녀를 겨울의 손아귀에서 구하기 위해 나타났다. 겨울과 영웅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영웅은 부상을 당하였다. 무사히 풀려난 태양은 하늘로 떠올랐고, 다친 영웅은 땅으로 떨어졌다. 영웅이 흘린 핏방울들은 점점이 땅을 물들였고, 그 자리에서는 봄이 다시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듯 작은 스노드롭 송이들이 피어났다.

 

아직 추운 계절에 눈을 뚫고 피어나는 스노드롭은 ‘희망, 위안, 첫사랑, 역경에서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친구 또는 그러한 우정’이라는 꽃말처럼 새로운 재생과 밝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기대감을 주는 꽃이다.

 


베들레헴의 별 꽃

 

이스라엘의 별은 5각 모양(☆)이 아니라 정삼각형 두 개를 겹친 6각 모양(✡)이다. 꽃잎이 6개로 이 별을 닮은 꽃이 있는데, 그 이름도 베들레헴 별 꽃(Star of Bethlehem Flowers)**이다. 히아신스 과에 속하는 구근 식물로 마늘, 양파와 같은 부류인 이 식물은 ‘아라비아의 꽃’, ‘아라비아의 별’, ‘들양파’, ‘경이로운 꽃’, ‘비둘기의 똥’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이 탄생하셨을 때 동방의 박사들이 하늘의 별을 보고 구세주를 찾아 길을 나섰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동방 박사들을 안내하기 위해 특별한 별 하나를 만드셨다. ‘베들레헴의 별’이다. 박사들은 이 별의 인도를 받아 마침내 아기 예수님을 뵙기에 이르렀다.

 

별은 나름의 소임을 다했으니 이제 사라져야 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대로 없어지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별이라 생각하시고, 찬란하게 빛나던 별을 수천 개로 조각내어 땅으로 내려 보내셨다. 자그마한 베들레헴의 별들이 희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서 베들레헴 일대의 산비탈을 뒤덮었다. 그리고 ‘베들레헴의 별 꽃’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름이 생긴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꽃은 일찍부터 그리스도교회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세례, 혼인이나 장례 같은 그리스도교 의식들을 거행할 때 꽃다발(부케)이나 장식으로 흔히 쓰였다.

 

이 꽃은 노란색도 있지만 대부분 흰색이다. 흰색 꽃으로서 정결, 무구(무죄), 진리(진실), 정직함, 희망, 속죄, 용서, 화해, 안내 등을 상징한다. 예수님의 성탄과 관련되는 꽃답게,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의 특징적인 속성들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징성은 이 꽃을 결혼식장의 장식이나 신부(新婦)의 부케에도 부합하는 꽃이 되게 하고도 남는다.

 

* 스노드롭의 학명 Galanthus nivalis는 ‘우유처럼 흰 꽃’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Galanthus와 ‘눈과 비슷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nivalis가 합쳐진 이름이다.

 

** 이 식물의 학명 Ornithogalum umbellatum에서 Ornithogalum은 ‘새 우유 꽃’(bird’s milk flower)이라는 뜻의 그리스 말이다. ‘새 우유’라는 말이 생소한데, 비둘기 종류는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기 위해 새 우유(bird’s milk 또는 crop milk)를 생성한다고 한다. 어미 비둘기는 부화한 새끼에게 필요한 고단백, 고지방의 영양 물질을 알을 밸 때부터 천천히 만들어 몸 안에 보관해 두었다가 부화한 새끼에게 공급한다. 새끼가 자라면 이것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2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10,31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