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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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언제나 틀릴 수 있다(확신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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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04 ㅣ No.552

[레지오와 마음읽기] 언제나 틀릴 수 있다(확신편향)

 

 

13일의 금요일, 숫자 4, 까마귀나 검은 고양이의 울음소리 등 떠올리면 대부분 불길하다고 생각하며 몸을 사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소위 말하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을 뜻하는 징크스이다. 징크스는 많이 알려진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피하고 싶은 것들인데, 이 징크스는 정말 맞는 걸까? ‘징크스를 깼다’는 표현도 있어 늘 맞는 것은 아닐 듯한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꼬여만 가는 경우’인 ‘머피의 법칙’과 일이 잘 풀리는 경우인 ‘샐리의 법칙’은 서로 반대되는 법칙임에도 불구하고, 둘 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뭘까?

 

1983년 심리학자 존 달리(J. Darley)와 폴 그로스(P. Gross)가 행한 실험이 있다. 그들은 한 어린아이가 시험 치는 비디오를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한 그룹에게는 그 아이가 상위계층 자녀라고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하위계층 자녀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시험점수를 알려주고 학업능력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평가하는 아이가 상위계층 자녀라고 들은 사람들은 아이의 학업능력을 높게 평가한 반면, 하위계층 자녀라고 들은 이들은 낮게 평가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평가자들의 판단 근거가 아이의 점수였는데 그 점수가 똑같았다는 사실이다. 결국 평가자들은 아이에 대한 사전정보로 아이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되었고, 그 선입견을 근거로 정보를 탐색, 수집하여 그것에 맞는 결과를 내었다는 것이 실험결과로 밝혀졌다.

 

이렇게 자신의 선입견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며, 자신이 믿는 것과 다른 정보들에 대해서는 찾으려고 그다지 노력하지 않거나 오히려 무시하거나 심지어 재해석하려는 경향이 우리들 안에 있는데, 이를 “확신편향”이라고 한다. 즉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징크스나 머피의 법칙, 샐리의 법칙 등도 같은 맥락이다. 대체로 이런 현상들은 일의 결과에 대한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할 때 생기는 현상이어서, 징크스나 어느 법칙에 내가 걸려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런 일만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일정기간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을 기록해 보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 중에는 좋은 일‘만’이나 나쁜 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확신편향에 빠지게 되면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와 저절로 대립해

 

이처럼 우리는 주어지는 정보를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로 인해 자기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에게 이런 확신편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이를 레이몬드 닉커슨(R. Nickerson) 심리학 교수는 “확신편향은 상당히 강력하고 침투력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편향이 개인, 집단 또는 국가차원에서 발생하는 온갖 마찰과 논쟁과 오해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니 우리가 확신편향에 빠지게 되면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와 저절로 대립하게 된다.

 

A자매는 현재는 유능한 단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 때는 레지오를 그만두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녀가 2년간 레지오를 하다가 이사한 곳에서 만난 Pr. 단장이 자신만을 미워하는 듯한 느낌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단장은 유독 자신에게만 시시콜콜 간섭을 하고 가르치려 들었기에 그녀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의기소침해지면서 점점 활동도 재미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특정지역 출신이며, 또한 차림이 화려한 것을 보고, Pr. 단장은 그녀가 신앙생활보다는 친교를 위해 입단하였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더 이상 레지오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쯤 다행히 성당이 분당되어 계속 레지오에 몸담게 되었다고 한다. A자매는 말한다. “기존의 단원들이 새 단원들에게 선입견을 갖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사람의 전체를 보지 못하게 하고 나아가 관계를 깨뜨리니까요.”

 

 

레지오 단원들은 입단한 단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필패(必敗)신드롬’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심리적 증후군으로 ‘본래 유능했던 직원이 상사에게 무능력하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점차로 무능한 직원으로 변한다’는 것으로, 이 신드롬의 주된 원인이 바로 ‘확신편향’이다. 즉 상사가 대개 어떤 사소한 실수나 원인으로 부하직원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게 되면, 그 부하직원을 더욱 꼼꼼하게 관리하려 하고, 그렇게 하면 할수록 그 직원은 의기소침해져 업무에 성과를 더 내지 못하여 결국 무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단장과 단원, 부모와 자녀, 선생님과 제자 등, 관계 안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니 누구나 상대에 대한 단정적이며 부정적인 판단을 조심해야한다.

 

특히 레지오 단원들은 입단한 단원에 대하여는 어떤 단서로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로 교본에도 “단원의 적격성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그 사람과 함께 활동해 보는 것이다.”(273쪽)라고 되어 있으니 단원들에 대한 어떤 규정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과나 성장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서문에 있듯 “당신(성령)의 위대한 목적을 이루는 도구”(교본 141쪽)인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이 쓰시는 단순한 도구만이 아니라, 인류의 영혼을 영신적으로 풍부하게 하고 구원하기 위해서 일하시는 성모님의 참된 협력자”(교본 60쪽)이기에, 사람을 볼 때 한 개인의 능력이나 성향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작용하시는 성령의 힘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이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주는 열린 마음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겸허한 자세와 자기 생각을 버리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옳다고 하는 만큼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언제 틀릴지는 알지 못한다.” <칼 포퍼(Karl Popper)>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1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 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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