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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사회교리 문헌 해설: 80주년(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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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10 ㅣ No.1410

[사회교리 문헌 해설] 80주년(O.A.)

 

 

개요

 

『80주년』은 바오로 6세 교황님이 회칙『새로운 사태(노동헌장)』반포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1971년 5월 14일에 ‘평신도 위원회 및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로이 추기경에게 보낸 교서’ 형식으로 반포하신 사회교리 문헌입니다(1항). 1971년은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열린 제2차 중남미 주교회의가 『메데인 문헌』(1968)을 발표한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제2차 주교 시노드(세계 주교대의원회의)에서 「세계의 정의에 관하여」(1971)를 토의하기 직전이었습니다(6항).

 

바오로 6세 교황님은 『80주년』에서 『메데인 문헌』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셨으나 이 문서를 작성한 중남미 교회 활동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표현들을 사용하십니다. 일례로, ‘특정 지역의 사회, 정치,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복음 말씀뿐 아니라 교회의 사회교리에 비추어 사회 상황을 판단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적당한 방법과 지침을 찾아내는 것은 지역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사명이고 책임’(4항 참조)이라는 구절이 대표적입니다. 이 외에도 교서 전체에서 『메데인 문헌』의 문제의식을 적지 않게 반영하십니다. 따라서 교황님은 이 문헌을 통해 『메데인 문헌』의 기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려 했던 것 같습니다.

 

 

반포 배경

 

이제껏 살펴본 문헌들은 반포 직전에 세계사적으로 큰 사건이 있었고 그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담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이 문헌은 좀 다릅니다. 1960년대에 이미 『사목헌장』(1965), 『민족들의 발전』(1968)을 통해 어느 정도 당대 상황을 반영한 터라 이런 사건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문헌은 세계사적 사건에 대한 성찰보다는 다른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초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으셨기 때문에 문헌 전체에서 의도를 유추해보아야 합니다. 교황님은 6항에서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용기를 갖고 일하도록 ‘세계정의에 관한 걱정과 의견을 개진한다’고 하십니다. 또한, 선임 교황들이 다룬 문제들과 달리 생산의 인간적 조건, 상품의 교역이나 재화의 재분배, 소비 수요의 의미와 책임의 분담 같은 현대 경제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다루겠다고 하십니다(7항).

 

그러나 1장에서만 현대 경제가 야기한 문제 곧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르는 문제를 간단하게 다루었을 뿐, 2~4장에서 다른 문제들을 더 비중 있게 다루십니다. 특히 3장 ‘현대 사조에 관한 걱정’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문제를 다루시려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황님이 걱정하셨던 ‘현대사조’에 대하여는 간단히만 살펴봅니다. 교황님은 어떤 지역에서 일부 신자들이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해결책을 사용하려 드는 데 대하여 다음과 같이 걱정하십니다. “여러 지역과 문화와 사회 · 정치 조건이 다양하므로 좋든지 나쁘든지 그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리 신자들이 당하고 있는 환경은 틀림없이 천차만별일 것이다. … 거기서 어떤 신자들은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해결책의 유혹을 받으며 그런 방법으로써만 보다 행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현존하는 불의에 무관심하고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혁명적 이념에 사로잡혀 결정적으로 개선될 세계를 약속하지만, 그것은 가끔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3항)

 

여기서 “어떤 지역”은 중남미를 가리키고 폭력적 해결책이란 해방신학자와 그 동조자들이 마르크스의 사회 분석법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는 듯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80주년』은 『메데인 문헌』뿐 아니라 해방신학에 대한 반응이라 볼 수 있습니다.

 

 

교황이 우려한 사조

 

현대에 유행하던 사조들에 대한 교황님의 염려가 문헌의 가장 큰 발표 동기라고 하였는데, 이 문헌에서는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유토피아 그리고 실증주의 등을 다룹니다. 분량 면에서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언급이 가장 길었습니다. ‘일부 신자들은 마르크스주의를 정의와 연대성 그리고 평등을 위한 운동으로만 생각하는데, 그리스도인은 무신론, 물질주의, 폭력적 변증법을 주장하고 개인과 중간집단의 자유를 부정하는 마르크스주의를 인정할 수 없다.’(26항)이 가운데서도 교황님은 신자들과 지역교회가 계급투쟁의 실천이나 사적 유물론에 기초한 사회 분석법 수용을 경고하셨습니다. 해방신학이 마르크스주의의 분석법을 가장 적합한 것으로 수용하였고, 유럽에서는 그리스도교 사회주의를 모색하는 집단이 생겼으며, 70년대에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매력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신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도 이 점이 여러 사조 가운데서도 마르크스주의를 특히 걱정하셨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물론 교황님이 염려하신 것일 뿐 단죄하진 않으셨습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셨기 때문입니다.

 

 

80주년의 의의와 공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문헌은 두 가지 면에서 이전 문헌들과 달랐고, 그런 면에서 사회교리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첫째는,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선정하는 일이 지역교회 책임이고 그 해결책을 찾을 때 지역교회들과 신자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으며 그렇게 나타난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점입니다. 또한 사회현실을 인식할 때 귀납법을 강조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현실 진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입니다(4항).

 

두 번째는 ‘정치적 행동’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강조한 점입니다. 경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의 기본 소망인 평등과 참여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때 최종 결정을 정치권력이 하고 있습니다(46항). 그런데 이전 문헌들에서는 사회 ·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적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명시적으로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문헌에서는 이 점을 강조하였으니 이전 문헌들(교황님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7월 9일 연중 제14주일 의정부주보 5-6면, 박문수 프란치스코 박사(사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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