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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예상할 수 있는 일(후견지명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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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06 ㅣ No.504

[레지오와 마음읽기] 예상할 수 있는 일(후견지명 효과)

 

 

누구나 한번 쯤 미로 찾기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길이다 싶어 가면 막혀 있어 돌아 나와 다른 길로 가야하고 다시 길을 가면 또 막혀있어 나오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 놀이는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느냐로 승부를 결정하는데 이를 단번에 해 낼 수 있는 비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목적지에서 출발하여 거꾸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그렇게 복잡하던 미로가 희한하게 단순한 길이 되어 빨리 출발점에 다다르게 되고, 거기에서 다시 출발하면 금방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이렇게 ‘뒤에서 보면 앞의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이는 현상’을 말 그대로 ‘뒤에서 보니 명확하다’는 뜻으로 ‘후견지명(後見之明)’ ? ‘프레임’ 최인철 저 / 21세기 북스 - 이라 하고, 우리의 사고 안에도 이런 면이 있음을 ’후견지명 효과’(사후 과잉 확신)라고 한다. 즉 우리들은 결과를 알고 나면 처음부터 사건이 그렇게 전개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단어는 ‘앞을 내다보는 안목(眼目)’이라는 뜻의 선견지명에 빗대어 하는 말이다.

 

우리 안에 이런 현상이 있음을 증명한 사람은 심리학자 바루크 피시호프이다. 그는 냉전시기인 1972년에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소련을 방문했을 때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2주 뒤부터 6개월에 걸쳐 같은 사람들에게 다시 같은 질문을 하여 과거에 어떤 답을 했는지 물었다. 그 결과, 과거에 닉슨 대통령의 실패를 예측했던 사람들조차 자신들은 성공할 것으로 응답했다고 하는 등, 실제로 일어난 일을 알고 나면 그 일에 대하여 자신이 그렇게 예측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현상을 발견하였다. 더욱이 이런 경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져 3~6개월 뒤에는 사건 전에 결과와 다른 예측을 한 사람조차도, ‘나는 그 전에 그 일이 그렇게 될 줄 알았어’라는 식으로 답을 한 게 84%나 되었다고 한다.

 

 

과거 일을 현세나 후세의 관점에서 평가할 때 신중해야

 

후견지명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이것이 인간의 특징이라고 한다. 즉 인간은 특정 사건을 기억할 때 ‘인지 재(再)구축’이라는 ‘기억을 현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 있는 부분은 강화하고 관련이 없거나 약한 부분은 축소하여, 확정된 결과와 일치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견지명의 효과는 대체로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로 표현되며 일어난 현상에 대하여 별로 놀라지 않고 쉽게 설명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애정이 식는다.’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거야 당연하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도 있어”라고 한다. 그런데 반대로 ‘서로 떨어져 있으면 애정이 더 깊어진다’는 연구를 대하면 “당연하지, 아무래도 서로 떨어져있으면 그리움이 커지고 그러다 보면 애정이 깊어지는 거지”라고 말하게 되는 것과 같다.

 

‘후견지명’ 현상은 특히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예고된 참사”라거나 “인재(人災)”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즉 어떤 큰 일이 생기면 언론은 하루 만에 이런 사고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하며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예고된 것이었다면 사고 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 당연한데 그런 행위는 없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러니 과거의 일을 현세나 후세의 관점에서 평가할 때는 신중해야한다. 이는 마치 안전벨트를 매야한다는 규정이 없었을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에 와서 그 당시 사람들을 체포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후견지명은 사건의 결과에 대한 설명을 마치 진리인 양 오인하게 하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우리 삶에 후회되는 일들 또한 현재에서 과거를 보니 선택의 결과를 분명하게 알 수 있어 더욱 후회스럽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때는 그것을 몰랐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으니,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남의 행동 또한 우리가 결과를 보기 때문에 그 사람의 행동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알게 되는 것이지, 실제로 내가 그 사람 입장이 되었다면 나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함부로 남을 비판하는 것은 피해야할 일이다.

 

 

어떤 활동이나 사업을 결정할 때 충분히 토의해야

 

B형제는 매사에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으로 가정에서도 아주 독단적인 사람이었다. 50대에 영세를 받아 바로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단장이나 평의회의 결정이나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자주 비판을 하곤 했다. 그러다 자신이 Pr. 간부가 되고 곧바로 Cu. 간부가 되자 어려워지기 시작하였다.

 

그가 확신하여 한 결정들이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급기야 그리 좋은 결과를 내지도 못하고 잡음만 많아지자 자신이 결정하고 이끌어 가야할 사항들에 대한 결과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후, 그는 무엇을 결정할 때 신중해지기 시작하였다. 교본대로 운영하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영적지도자와 상의하여 결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본당의 레지오 뿐만 아니라 본인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고 한다.

 

레지오는 조직이 잘된 단체이다. 그러니 사소한 결정이라도 구석구석까지 전달되어 전체에 영향을 미쳐 그 변화는 지대하다. 그러므로 어떤 활동이나 사업을 결정할 때 충분히 토의하여 계획하고 진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본에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규칙대로 충실히 운영되는 레지오의 기관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19쪽)라고 되어 있으니, 규칙이 설명되어 있는 교본대로 운영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레지오의 역사를 살펴보건대, - 중략 - 심각한 착오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레지오 마리애에는 엄격한 규율이 서 있기 때문이다.”(교본 286쪽)라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자유롭게 의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한데 교본에는 “단원들의 ‘공정한 논평’은 환영해야 한다.”와 “모든 평의원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발언해야 한다.”(교본 240쪽)는 내용도 있으니 교본대로만 한다면 실수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단원들은, 교회의 지도에 따라, 뱀의 머리를 바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에 기도와 활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이(레지오의) 목적을 달성한다.”(교본 27쪽)라고 하니 영적지도자에 대한 순명을 기본으로 해 나가야 한다. 또한 1917년 레지오 첫 회합에서도 “이들이 맨 처음 취한 단체 행동은 무릎을 꿇는 일이었다.”(교본 24쪽)라는 말처럼 기도하며 이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 후 이들은 성모님과 굳게 결합하면 할수록 더욱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며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음을 알고, 성모님과 함께 행진하며 세상의 악과 맞서 싸워 왔다.”(교본 24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한국독서치료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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