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강론자료

마태오복음 1,18-24 예수 그리스도의 잉태와 탄생 (2016. 12. 18. 대림 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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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충희 [korangpo] 쪽지 캡슐

2016-12-16 ㅣ No.2154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경위는 이러하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을 하였으나 그들이 결혼하기 전에 그녀는 자신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아이를 낳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요셉은 늘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마리아를 공개적으로 불명예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이 일을 생각하는 중에 주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나서 말하였다. “다윗의 후손 요셉,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녀가 임신한 것은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그녀가 아들을 낳을 터이니 예수라고 이름을 지어라. 그 아이는 자신의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말씀하신 것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다.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는 임마누엘이라 불릴 것이다.” (임마누엘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이다.) 요셉은 잠에서 깨어나 주님의 천사가 일러준 대로 마리아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그녀와 동침하지 않았다. 요셉은 그 아이에게 예수라는 이름을 지었다.

 

 

1. 요셉의 망설임

(루가 1:26-38)에서도 예수의 잉태를 보도하는데 거기에는 마리아의 반응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도 요셉이 파혼 여부를 고민하였다는 내용은 없다. 루가와 마태오는 각각 마리아와 요셉의 믿음에 중점을 둔다. 마리아는 자신의 전 존재, 온몸으로 성령의 은총을 받고 있으므로 그녀의 믿음은 확고하다. 그러나 요셉은 아직 마리아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요셉은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어떤 방식으로든 마리아가 그에게 통보를 해주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들리는 소문으로 안 것일 수는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이미 스캔들로 비화되어 요셉으로서도 자유로운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요셉은 마리아의 전언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이해한다. 요셉은 분명 마리아를 인격적으로 신뢰하였을 것이지만, 그가 추측컨대, 그녀는 아마도 어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임신을 하였으리라. 요셉이 마리아를 받아들이려고 하여도 당시의 관습상 그럴 수가 없다. 사정이 그렇다면 마리아의 명예를 보호하는 선에서 점잖게 파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마리아의 곤란한 처지는 그녀가 해결해야할 몫이고 요셉이 간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2.

우리는 잠을 자는 중에 을 꾼다. 잠은 삶과 죽음의 경계 지역이며 하느님을 뵙는 광야이다. 꿈을 꾸는 자아는 깨어있을 때와는 판이한 활동을 일으킨다. 깨어있을 동안에는 잠자고 있던 마음의 그림자들이 잠을 자는 동안에 꿈이라는 환영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자아는 꿈속에서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며, 하느님께서는 종종 꿈을 통하여 자아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말씀을 건네신다. 요셉의 꿈은 야곱이 꾸었던 매우 인상적인 꿈과 관련이 있다.

 

해가 질 무렵 야곱은 어떤 장소에 도달하여 그곳에서 야영하였다. 그는 돌을 머리에 베고 누워 자다가 꿈을 꾸었다. 그가 보니 땅에서 하늘에 닿은 층계가 있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리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주님께서 그의 옆에 서서 말씀하셨다. “나는 주님이며,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하느님이다. 나는 네가 누워 있는 이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주겠다. 네 후손은 땅의 먼지처럼 많아지고, 그들은 영토를 사방으로 늘릴 것이며, 나는 너와 네 후손을 통하여 모든 민족을 축복할 것이다. 기억하여라. 나는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나는 너를 떠나지 않겠다.”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말하였다. “주님께서 여기에 계시구나! 그분은 여기에 계시는데 나는 그것을 몰랐구나!” 그는 두려워서 말하였다. “여기는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여기가 바로 하느님의 집이며 여기가 바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로구나.”(창세기 28:11-17)

 

야곱이 머리에 베었던 은 성령이며 야곱이 거듭 지적하는 여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실이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집이며 하늘로 통하는 문이다. 야곱은 이에 두려움을 느낀다. 하느님께서 늘 나와 함께 계시다면 나의 숨은 생각도 모두 그분께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는 것은 나를 감시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고 이끌어주시기 위한 것이다.

 

요셉은 자신에게 닥친 혼란스러운 상황을 하느님께 맡기면서 잠이 들었다. 잠은 하느님을 뵙는 최상의 장소이다. 요셉은 천사로부터 두려워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리아를 믿고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인다. 하느님은 두려움을 없애는 분이시다. ‘예수하느님께서 구원하시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천사는 그 이름의 의미를 확장하여 그 아이가 자신의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임을 예언한다. , 예수는 자신의 백성을 다스리는 왕이다. ‘예수의 백성이란 예수를 제자 또는 예수를 믿는 이들을 지칭하지만 또한 모든 인류를 지칭한다. 원하는 누구나 예수의 제자가 되어 예수를 믿고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요셉의 믿음과 임마누엘

인용된 성서는 이사야 7:14절이다. 또한 이사야서 7, 2열왕기 16장을 참조하기 바란다. 아하즈 왕(BC735-720)은 가나안의 풍속을 따라 자신의 아들들을 번제물로 바칠 정도로 미신에 열심이었다. 또한 앗시리아의 왕 티글랏빌레셋에게 아첨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앗시리아의 우상숭배를 도입하여 하느님의 눈을 벗어났다. 당시의 유다 왕국을 둘러싼 국제정치적 상황을 보면, 시리아 왕 르신-이스라엘 왕 베가의 연합과 앗시리아 왕 티글랏빌레셋-유다 왕 아하즈의 연합이 서로 대치하는 가운데 남쪽의 이집트가 호시탐탐 개입을 노리고 있었다. 시리아-이스라엘 연합군이 유다를 침공하려고 하자 하느님께서는 아하즈왕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사야를 보낸다. 전후맥락을 좀 넓게 인용하여 임마누엘의 의미를 조명해보겠다.

 

주님께서 아하즈에게 다시 전갈을 보내셨다. “너의 주님이신 하느님께 죽음의 세계 깊은 곳에서 오는 것이든지 드높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든지 어떤 표징을 달라고 청하여라.” 아하즈가 대답하였다. “저는 표징을 청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시험하지 않겠습니다.” 이에 이사야가 응대하였다. “다윗 왕실은 잘 들으시오! 당신은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나의 하느님까지 성가시게 하려 합니까? 그렇다면 주님께서 몸소 당신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아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그가 나쁜 것을 물리치고 좋은 것을 선택할 줄 알게 될 때, 사람들은 젖과 꿀을 먹을 것입니다. 그때가 오기 전에 당신을 두렵게 하는 저 두 왕의 땅들은 황폐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앗시리아의 왕을 데려와 당신과 당신의 백성, 당신의 왕실을 치실 것인데 그것은 이스라엘이 유

다에서 떨어진 이래로 겪은 적이 없었던 고통의 날이 될 것입니다.”(이사야 7:10-18)

 

얼핏 보아서는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또 이것이 예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아하즈는 시리아-이스라엘 연합군의 침공을 앞두고 공포에 떨고 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사야를 보내어 하느님께서 지켜주실 것을 미리 알려주었지만 아하즈는 앗시리아에게 의존하려는 생각을 거두지 못한다. 하느님의 도움은 근본적, 내적인 것이되 앗시리아의 도움은 일시적,

외형적이다.

 

죽음의 세계에서 오는 표징은 불안, 부조리, 멸망이며 하늘에서 오는 표징은 평화, 지혜, 생명이다. 각각 욕망과 성령의 활동이다. 이사야는 아하즈에게 죽음과 삶의 표징을 분명하게 알아볼 것을 촉구한다. 아하즈는 짐짓 경건한 사람의 태도를 취하여 하느님을 시험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하느님께 표징을 청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나를 도우시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에 비해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은 나의 요구사항을 채워달라고 하느님을 강요하는 것이다. 전자는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일이요 후자는 육적인 것을 추구하는 일이다. 아하즈는 앗시리아의 도움만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사람의 지혜로는 하느님의 표징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성가시게 함은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며 하느님을 성가시게 함은 하느님께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성가시다조건을 붙이는 거짓 사랑=인간들의 사랑무조건적인 참사랑=신의 사랑을 가리키는 것을 주목하기 바란다. 아하즈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앗시리아 왕에게 의지하려고 하면서 자신을 진실로 도와주시려는 하느님께는 의지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 아하즈를 도와주시는 일에 너무나 적극적이라는 의미의 언어유희이다.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기꺼이 도와주실 터인데 아하즈가 그 쉬운 일을 마다하기 때문에 성가시게하느님 쪽에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시겠다는 것이다.

 

처녀는 순수한 믿음을 상징한다. 영적인 처녀는, 마치 처녀가 신랑만을 바라듯, 욕망에 초연한 자유로운 의지를 지닌 채 하느님 앞에 나선다. 이때 처녀는 영적 자아라는 아들을 잉태한다.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 영적 자아와 일치하여 모든 것을 베풀어주신다. 이때 아버지는 아들 안에 계시고 아들은 아버지 안에 있다. 이 아이는 생명과 죽음을 식별하며 세상에 통달하는 지혜를 지닌다. ‘나쁜 것은 죽음이요 좋은 것은 생명이다. ‘은 믿음이며 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적인 생명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젖과 꿀의 실체는 성령이다.

 

두 왕은 시리아 왕과 이스라엘 왕을 가리키지만 영적인 의미에서 욕정과 욕망, 몸과 마음, 이성과 경험을 가리킨다. 성령의 지혜 앞에서 사람의 지혜는 빛을 잃는다. ‘황폐는 이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아하즈 왕은 사람의 지혜를 고집하지만 그것은 애초부터 성공할 수 없다. 이것이 그가 겪는 두려움의 근본 원인이다. 이를 두고 이사야는 아하즈 왕이 도움을 기대하는 앗시리아 왕은 오히려 더 끔찍한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앗시리아왕이 아하즈를 돕는 것은 그로부터 더 큰 것을 빼앗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아무 대가를 받지 않고 아하즈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하신다.

 

임마누엘은 이스라엘 백성의 별칭으로서 성령의 구체적인 활동을 강조한다. 하느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 지금, 여기에서, 나와 함께일하고 계시다. 이사야의 예언은 아하즈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의 왕(=그리스도)인 예수의 출현을 예고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예언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므로 하느님께서는 이제 처녀의 잉태를 통하여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실 것이다. 그는 임마누엘의 진면목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성령에서 오는 비가시적인 표징에 대한 무지를 깨우치기 위해 예수라는 가시적인 표징을 보내시는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께 성가신일이다. 말하자면, 이스라엘 백성이 예언자의 말을 믿었다면 굳이 이런 일이 필요 없었을 것을 그들의 불신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부가적인 일을 하셔야만 하게 되었다.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함으로써 이사야의 예언이 완전하게 실현되었다. ,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 것을 넘어 그보다 더 훌륭한 선물을 얹어주셨다. 이제부터 누구든지 예수를 믿는 사람은 임마누엘을 누리며, 이로써 이스라엘 백성이 된다. 사람은 임마누엘로 말미암아 생명과 지혜와 자유를 누리며 하느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닌다. 이제 정치적 불확실성은 물론 천재지변과 죽음까지도 그에게 더 이상 두려움을 주지 못한다. 하느님과 일치한 자아는 스스로 죽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요셉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은 아하즈의 시대와 비슷하게 로마의 압제를 받고 있는 처지이다. 하느님께서는 요셉에게 예수라는 아들을 선사하시고 그 아들을 온 인류를 구원하는 왕인 그리스도로 삼으신다. 이 모든 것은 요셉의 믿음에 대응하여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선물이다. 이리하여 인류는 정치적인 압제와 재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육신의 생사를 초월하는 참된 생명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시대든지 그 나름대로 각양각색의 곤란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그 모든 곤란을 넘어서는 희망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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