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전례ㅣ교회음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06번 찬바람 스치는 마구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22 ㅣ No.2399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37) 106번 찬바람 스치는 마구간


소들이 우는데 아기는 왜 울지 않나?

 

 

영화 「네이티비티 스토리」에 나오는 예수님 탄생 장면.

 

 

한바탕 가을비가 내리고는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다가오는 성탄 성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사순이나 부활과는 달리 성탄 성가는 작고 귀여운 아기 예수님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성가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106번 성가는 그중 대표적인 곡의 하나다. 본래 이 성가의 모태가 되는 원곡은 ‘구유 안에서’다.

 

이 성가는 1996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곡의 가사는 루터가 지은 것이라고 알려졌었으나 사실은 미국에서 나온 가사다. 모두 3절로 돼 있는데 1절과 2절은 1885년 필라델피아 루터교회에서 출판된 「학교와 가정용 어린이 노래집」 등 여러 책에 등장하며 작자 미상으로 돼 있다. 반면 1887년 나온 찬송가집 「젊은이들을 위한 우아한 노래들」에는 ‘루터의 자장가’로 소개하며 ‘여전히 많은 독일 어머니들이 아기들을 위해 불러주는 노래’라고 설명하고 있어서 루터의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이는 꾸며낸 이야기며 작자 미상이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고 한다.

 

한편 3절도 1892년 출판된 「가브리엘의 포도밭 노래들」에 등장하는데, 이 3절도 루터의 것이라며 ‘자장가’로 소개하고 있는 반면, 인디애나에서 목사로 활동했던 맥파랜드(John Thomas McFarland, 1851~1913)가 지은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작자 미상이 더 유력한 설이다.

 

이 가사에 붙여진 선율은 적어도 39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선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1887년 출판된 노래집에 수록된 선율로 머레이(James Ramsey Murray, 1841~1905)의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필라델피아의 음악가 커크패트릭( William J. Kirkpatrick, 1831~1921)이 뮤지컬 ‘성탄을 맞이한 온 세상(Around the World with Christmas)’에 사용한 ‘자장가’라는 선율이다. 이 가운데 후자가 우리 성가책에 쓰인 선율이다. 커크패트릭은 음악 공부도 했지만, 목수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음악가다. ‘헨델과 하이든 성음악협회’ 회원이기도 했고, 15번 ‘주님을 찬미하라’의 작곡자인 스위니와 함께 49권의 찬송가 모음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우리 성가책의 가사는 원곡 가사를 비교적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2절에 나오는 “소들이 예수를 깨울지라도 아기 예수는 울지 않으십니다”라는 표현을 문제 삼기도 한다. 이 구절이 예수님께서 참된 인간이셨다는 육화의 신비를 해치는 구절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성가는 아기 예수님께 불러드리는 자장가에서 비롯됐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평화신문, 2016년 10월 23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5,88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