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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사랑하는 아마존과 생태적 회심: 찬미받으소서에서 사랑하는 아마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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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19 ㅣ No.1769

[경향 돋보기 - 「사랑하는 아마존」과 생태적 회심] 「찬미받으소서」에서 「사랑하는 아마존」까지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의 여정

 

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먹여 키우는 동물을 포유류라고 한다. 포유류 동물은 각기 임신 주기가 다르며, 새끼 수 또한 다양하다. 햄스터는 14일, 다람쥐는 30일, 호랑이는 100일, 고래는 300일, 임신 기간이 가장 긴 코끼리는 약 2년 동안 새끼를 태중에 품고 키운다.

 

인간도 40주 동안 엄마 배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오랜 기간 임신하는 동물에 속한다. 새끼들은 어미의 태중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며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게 되고, 어미는 새끼를 세상에 드러내고자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생명의 신비는 고통과 인내를 통해서 우리 곁에 다가오기에 숨어 계신 하느님의 숨결은 늘 새롭기만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또한 교회사 안에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겪으며 프란치스코라는 성인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중세 시기에 복음을 전하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 안에서 ‘선’(Bonum)을 관상하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을 찬미하도록 ‘피조물의 찬가’를 노래했다. 성인은 생애 마지막 시기에 오상을 받으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고통 가운데서도 피조물 모두에게 ‘하느님을 찬양’(Laudato si)하자고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800년 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기억하며 교회의 공식적인 회칙으로 ‘피조물의 찬가’(Laudato si)를 다시 탄생시킨다. 이 회칙이 나오기까지 교회 안에서는 8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생명을 잉태하는 산모는 해산에 가까워지면서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되는데, 「찬미받으소서」 또한 현대의 심각한 생태 위기 속에서 수많은 피조물의 울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생태 문제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67년에는 사회도 같은 상황이었다.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처음으로 열린 것은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였다. 같은 해에 「성장의 한계」(D. H. Meadows 외, Univers Books, 1972)가 출판되어 생태계 위기에 대한 세계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교회도 사회의의 이러한 움직임에 함께하고자 했는데 요한 바오로 2세 교종에 이르러서야 큰 관심을 갖게 된다.

 

1989년 스위스 바젤에서 첫 유럽 교회 일치 회의가 열렸다. 주제는 ‘정의와 함께하는 평화’였다. 이 회의에서는 「모든 피조물을 위한 정의와 함께하는 평화」라는 의미있는 문헌을 도출해 냈다. 그리고 1990년 서울에서 ‘정의, 평화, 창조 질서 보전’(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이란 주제로 세계대회가 열린다.

 

정의와 평화 문제를 생태 문제와 연관시킨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이 두 회의를 시작으로 중요한 변화를 시작한다. 가톨릭 수도 단체들도 교회 안에서 ‘환경’이라는 말 대신에 ‘창조 질서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 회의(UNCED)에서 채택한 리우 환경 선언은 전 세계에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더욱 널리 알린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종은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 변화 회의를 앞두고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한다. 그의 두 번째 회칙이면서 생태 문제를 다룬 가톨릭 교회의 첫 번째 회칙으로 「찬미받으소서」를 작성하며 기후변화로 울고 있는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통합적인 회개를 강조한 것이다.

 

유엔에 가입한 수많은 나라는 1979년부터 세계 기후 회의를 열지만, 생태계 파괴는 더욱 심각해졌으며, 각국 정상은 여전히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5년 프랑스 파리 기후 회의를 앞두고 세계 강국 정상들에게 호소하는 눈물의 회칙을 발표한다. 「찬미받으소서」는 공동의 집 지구에서 우리 누이가 울부짓는 눈물의 회칙이며, 비탄의 노래다. 2015년 12월 12일 파리 기후 회의에서는, 「찬미받으소서」의 영향인지 처음으로 총회에 참석한 196개국 모두가 합의한 ‘파리 기후협약’이 탄생한다.

 

 

기후 총회에서 만난 아마존 선주민들

 

2016년 모르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유엔 기후총회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이라는 중요한 대사회적인 요청 이후에 각 나라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엔 기후총회는 해마다 다른 대륙에서 개최하며, 각국 정부와 지자체, 기업인과 시민 사회단체 등 1만여 명이 참석한다.

 

처음 참석한 기후총회에서 가장 눈에 몇 장면은 아마존 선주민들(Indigenous peoples)의 울음이었다. 기후총회의 회의장에서는 2주 동안 수많은 회의가 진행되는데, 주요 내용은 대부분 정부와 기업의 주요 관심사인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시장을 통한 이윤 추구에 지나지 않았다.

 

회의장을 우연히 지나다가 아마존 선주민들이 발표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와 참석했다. 텅 빈 회의장에는 아마존 전통 복장을 한 선주민들만 상기된 얼굴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었다. 남미 아마존 지역은 지구 열대우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하기 때문에 지구의 허파라고도 불리는 절대 보존 지역이다. 아마존을 둘러싼 9개국 선주민들은 100만 명이 넘는다.

 

선주민들은 이미 지역의 멸종 위기 동식물의 죽음과 선주민들의 삶이 짓밟히는 상황을 영상과 함께 자세히 설명했다. 선주민들은 텅 빈 회의장 안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우리 어머니인 아마존을 지켜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2018년 폴란드 카토비체 총회의장에서도 선주민들은 울부짖었지만, 각국 정상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 기후총회에서는 전 세계 수만 명의 시민이 스페인 광장에 모여 횃불을 들고 아마존의 눈물을 들으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인들과 각국 정상은 이 또한 외면했다.

 

기호총회는 공동의 집을 지키려는 각 나라 정부가 앞장서 만든 국제기구이다. 2015년 12월 196개국이 모두 합의한 파리 기후협약이 체결되고 2021년부터 신(新) 기후 체제가 시작된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제로(Net-Zero) 배출을 목표로 5년마다 스스로 평가하고 목표를 수정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기후총회는 현재 방향성을 잃고 자국의 이해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 특히 파리 기후협약에서 중요하게 언급하는 기후 정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석유와 석탄 기업에게 자원을 약탈당하고, 삶의 자리를 잃어버린 아마존 선주민들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들리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마존」과 생태적 회심

 

가볼릭 교회는 2019년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로마에서 주교대의원회의 범아마존 특별회의를 개최하고 ‘아마존, 교회와 온건한 생태를 위한 새로운 길’이라는 제목의 최종 문서를 발표하며 폐막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20년 2월 2일, 주교대의원회의 범아마존 특별회의 후속으로 교황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을 발표했다. 교종은 이번 권고에서 아마존 지역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네 가지 원대한 꿈에 대하여 말한다. 곧 사회적 꿈, 문화적 꿈, 생태적 꿈, 교회의 꿈이다.

 

네 가지 꿈은 「찬미받으소서」에서 우리가 이미 배웠듯이, ‘통합 생태론’이라는 생태적 회심의 원리 안으로 연결된다. ‘통합 생태론’은 환경문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통찰에서 출발한다. 사회와 문화, 생태와 교회에 대한 꿈은 ‘통합 생태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교회에서도 이제는 ‘환경’ 대신에 ‘생태’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하면서 강조해야 한다. ‘환경’은 인간 중심으로서 자연을 바라보며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시각이지만, ‘생태’라는 의미는 생명이 있는 모든 피조물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을 말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영감을 얻은 네 가지 꿈은 통합 생태론의 핵심 원리인 복음적 가난(감사와 무상성)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복음적 가난의 영성은 “우리가 가진 것은 모두 하느님의 것이며, 우리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선’을 관상하고, ‘하느님의 선’을 찬미하며, ‘하느님의 선’을 되돌려 드려야 하는 역할을 할 때 참된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찬미받으소서」에서 강조하는 ‘공동선’의 의미는 이러한 복음적 가난에서 출발하며 ‘감사’와 ‘무상성’의 정신으로 다시 연결된다.

 

하지만 현재 아마존 지역에서는 「찬미받으소서」의 복음적 가치가 사라져 가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이 지역 정부들은 열대우림을 파괴하면서 목재, 광산이나 석유 사업을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인류 사회에 지혜를 가르쳐 준 아마존 선주민들은 도시 변두리로 밀려나 노예살이와 빈곤, 성 착취와 인신매매로 내쳐지고 있다. 소수의 권력자가 아마존을 파괴하면서 얻은 이익은 수많은 동식물과 선주민의 죽음을 요구하기에 우리는 기후 정의를 외치며 하느님의 선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사랑하는 아마존」에 나타난 네 가지 꿈은 아마존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이 마주하는 삶의 자리에서도 도전이 된다. 교종은 꿈들을 실현하는 데 마리아의 길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며, 성모님께 바치는 우리의 기도로 권고를 끝맺는다. 이 기도는 생명의 어머니이며, 모든 피조물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피조물을 통하여, 피조물과 함께,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쁨의 노래이다.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

 

* 김종화 알로이시오 –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사 신부로 저의 평화 창조 질서 보전 담당이며, 가톨릭기후행동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8월호, 김종화 알로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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