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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생활 속의 교회법52: 혼인과 결혼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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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7-08 ㅣ No.430

생활 속의 교회법 (52) 혼인(婚姻)과 결혼(結婚)의 차이는?

 

 

혼인성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기 전에 우선 먼저 ‘혼인’과 ‘결혼’이라는 단어의 차이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어 교회법전은 ‘어머니가 된다.’ 혹은 ‘어머니의 의무를 지닌다.’는 의미를 지니는 라틴어 Matrimonium(마뜨리모니움)을 흔히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결혼(結婚)’이 아니라 ‘혼인(婚姻)’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혼인’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이라 정의하고 있고, ‘결혼’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두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의미상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혼인’과 ‘결혼’은 역사 속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혼(婚)자는 어두울, 황혼 녘 혼(昏) 앞에 여자 여(女)자가 붙은 형태로 예로부터 혼인이 양과 음이 만나는 황혼 무렵에 거행되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혼 녘에 혼례를 치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혼부부의 초야가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혼(婚)이란 말은 또한 ‘며느리의 집’을 의미하여 ‘신랑이 장가(신부의 집)에 가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에 인(姻)자는 말미암을 인(因) 앞에 여자 여(女)자가 붙은 형태로 여자는 남편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동시에 ‘사위의 집’을 의미하여 ‘신부가 시집(신랑의 집)에 가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혼인’이라는 말은 ‘신랑이 장가가고 신부가 시집가는’ 혼례의 모습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15세기부터 여자와 남자가 부부의 관계를 맺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되어 온 단어라고 합니다.

 

반면에 ‘결혼’이라는 말은 고려 원종 15년(1274)에 원(元)나라에서 새로 원군에 편입된 군인들을 위하여 남편이 없는 여인을 고려 조정에 요구하자 고려 조정은 어쩔 수 없이 독신 여성들을 원나라에 보내기 위하여 ‘결혼도감(結婚都監)’이란 관청을 설치하면서 ‘결혼’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또한 맺을 결(結)자와 남자가 장가에 가는 ‘혼’이라는 단어만을 결합하여 여자가 시집에 가는 의미는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두 집안이 자녀들이 혼인을 하게 되면 김 대감과 이 대감이 ‘결혼’을 맺었다고 표현하여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아니라 한 가문과 다른 가문이 혼인관계를 맺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였고, 또한 어린 나이에 ‘결혼’한 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 ‘성혼’하였다는 표현 등을 통해 지금으로 말하면 ‘결혼’은 ‘약혼’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 단어라고 합니다.

 

라틴어로 된 교회법전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부 관계를 맺는 일(Matrimonium)을 결혼이 아니라 혼인이라고 번역한 것은 혼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혼인이라는 단어와 결혼이라는 단어의 역사를 살펴볼 때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교회법에서는 혼인성사, 혼인서약, 혼인법, 혼인교리나 혼인교육이라 표현하며 결혼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교회법에서 성사혼인, 관면혼인, 사회혼인이라 하지 않고 성사혼, 관면혼, 사회혼이라 부르며 남자가 장가에 가는 의미는 표현하지만 여자가 시집에 가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인’자를 생략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2019년 7월 7일 연중 제14주일 제주주보 3면, 사법 대리 황태종(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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