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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심리학이 만난 영화: 음악의 진화 심리학, 보헤미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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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20 ㅣ No.899

[심리학이 만난 영화] 음악의 진화 심리학, 보헤미안 랩소디

 

 

“쿵쿵, 짝!” “쿵쿵, 짝!”

 

“발을 먼저 두 번 구르고, 세 번째 박자에는 손뼉을 치라고.”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말한 대로 드러머 ‘로저 테일러’와 베이시스트 ‘존 디콘’이 열심히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친다. 연습실에 함께 있던 여자 친구들도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소리는 더 커졌다.

 

“쿵쿵, 짝!” “쿵쿵, 짝!”

 

뒤늦게 연습실에 나타난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다.

 

“뭐 하는 거야?”

 

“관객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어. 상상해 봐, 수많은 사람이 함께 이런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장면을.”

 

브라이언 메이의 마음은 이미 수만 명의 관중이 자신들과 함께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는 공연장에 와 있다.

 

“쿵쿵, 짝!” “쿵쿵, 짝!”

 

브라이언 메이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알아챈 프레디 머큐리가 묻는다.

 

“가사는 뭔데?”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2018년 작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미 전설이 된 록 그룹 ‘퀸’(Queen)에 대한 전기적 영화다. 팀의 결성에서부터 이들의 성장과 갈등,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중심에는 퀸의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있다. 그는 록 음악 역사상 가장 파괴력이 있는 보컬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단지 노래만 잘하는 가수가 아니었다. 그의 어마어마한 가창력 때문에 우리는 그가 곡을 만들기도 했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프레디 머큐리는 팝 음악사에 길이 남을 천재적인 작곡가이기도 하다.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비롯해서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the Champions),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등이 프레디 머큐리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양성애자였던 그는 에이즈(AIDS) 합병증으로 마흔 다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대중은 그의 음악을 사랑했지만, 그의 삶을 존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가 죽을 때까지 한 여성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소년이기도 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그가 친구와 가족, 그리고 음악과 팬들에 대해 품었던 순수한 마음과 사랑을 보여 준다. 덕분에 영화 내내 다시 듣게 되는 퀸의 노래들은 더 큰 울림으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마마, 우우우”

 

 

음악의 진화 심리학

 

진화 심리학적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을 선호하도록 진화해 왔다. 음악도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기능을 했기에, 우리는 음악을 좋아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 무의식적으로 발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진화학적인 설명에 따르면, 발을 맞추지 않고 걸을 때 나는 혼란스러운 소음은 맹수를 포함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내는 소리를 탐지하는 데 방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리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선조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발을 맞추어 걷게 되었다는 것이다.

 

함께 발을 맞추어 스스로 예측할 수 있는 리듬을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들의 리듬과는 다른 소리를 쉽게 탐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발을 맞추면서 만들어 낸 리듬이 인류가 최초로 만들어 내고 경험한 음악이라는 주장이다.

 

사람들이 발을 맞추며 만들어 낸 리듬은 자신들의 소리와 외부의 소리를 분리시켜 주는 동시에 자신이 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지 않았던 지난날에는 사냥하거나 농사지을 때, 그리고 다른 부족과 전쟁할 때, 집단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음악은 집단 구성원들의 긴장감을 증가시키고, 집단이 지금 어떤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지를 구성원들에게 상기시킴으로써 통일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집단 구성원 모두를 하나의 집단 목표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집단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함께 부르는 노래의 힘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를 관람하는 특별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싱어롱’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함께 크게 따라 부르는 것이다.

 

함께 발을 맞추거나 같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우리 편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 낸다. 국가, 군가, 노동요, 응원가, 시위대가 부르는 노래, 심지어 생일 축하연에서 부르는 축하곡은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과의 동질감과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의 뇌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 옥시토신은 사람들 간의 친밀감과 유대감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산할 때 분비된 옥시토신은 어머니가 아기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갖도록 만들고, 사랑의 과정에서 분비된 옥시토신은 상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더욱 강화시킨다.

 

따라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에 휩싸인다.

 

노래, 특히 함께 부르는 노래는 각성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각성은 일종의 정서적인 흥분 상태인데, 증가된 각성은 자신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기분과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따라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사람들간의 친밀감과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을 응집시킨다.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1985년 7월 13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 에티오피아의 기아 구제를 위해 기획된 ‘라이브 에이드’ 공연. 7만여 명의 관중이 함께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친다. “쿵쿵, 짝!” “쿵쿵, 짝!” 그리고 드디어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We will, we will, rock you!”(우리가 당신을 흔들어 버릴 거야!)

 

노래는 우리를 흔든다, 함께 노래하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하나가 되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노래는 사랑을 더욱 크게 만들고, 친구와 함께하는 노래는 우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

든다.

 

우리가 함께 노래할 수만 있다면 경쟁은 협력으로, 전쟁은 평화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함께 부르는 노래는 우리와 세상을 변화시킨다.

 

* 전우영 -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무료 온라인 공개 강좌 서비스인 케이무크(K-MOOC)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디자인한 ‘심리학 START’를 강의하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무의식 프라이밍」, 「내 마음도 몰라주는 당신, 이유는 내 행동에 있다」 등을 펴냈다.

 

[경향잡지, 2019년 1월호, 전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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