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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짜 뉴스 그리고 평화를 위한 언론: 가짜 뉴스의 현황과 확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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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5-21 ㅣ No.1516

[경향 돋보기 - 가짜 뉴스 그리고 평화를 위한 언론] 가짜 뉴스의 현황과 확산 이유

 

 

2016년 11월 17일 미국의 뉴스 웹사이트 ‘버즈피드’(Buzzfeed)는 지난 미국 대선 당시 전 세계 사회 관계망 서비스(이하 SNS)인 ‘페이스북’에서 ‘가짜 뉴스’의 영향력이 진짜 뉴스를 넘어섰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한 기사 가운데 주목도가 높았던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 각 스무 개의 ‘공유’ 수, ‘좋아요’ 수, ‘댓글’ 수 등 페이스북 이용자의 참여 수를 집계하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은 참여 수를 기록했다. 잘못된 정보와 고의적으로 조작된 허위 정보로 이루어진 가짜 뉴스의 영향력이 데이터로 입증된 것이다.

 

[그림]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 출처 : https://www.huffingtonpost.com/

 

 

가짜 뉴스의 파급력

 

버즈피드가 제시한 스무 개 가운데 가장 많은 참여 수를 기록한 가짜 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림]에서 보듯이 이 가짜 뉴스는 2016년 7월, ‘WTOE 5’라는 뉴스 사이트에서 작성했다. ‘WTOE 5’는 ‘WTOE’라는 미국 지역 방송사의 이름을 모사한 ‘가짜 뉴스 사이트’이다.

 

이 뉴스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그 뒤 ‘엔딩 더 페드’(Ending the Fed)라는 사이트에서 내용의 일부를 수정한 뒤 게재하였다. 그해 연말까지 96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이 뉴스를 조회하였다. 하지만 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돈을 벌려고 만든 완벽한 가짜 뉴스였다. 엔딩 더 페드는 루마니아에 사는 스물두 살의 오비디우 드 로보타가 용돈을 벌 목적으로 만든 가짜 뉴스 사이트다.

 

별생각 없이 만든 가짜 뉴스 때문에 핵전쟁의 위기가 올 뻔한 적도 있다. 2016년 12월 24일, 당시 파키스탄 국방부 장관인 카와자 아시프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스라엘에 핵 공격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파키스탄을 핵으로 위협한다. 파키스탄도 핵보유국임을 잊지 마라.”

 

그러나 이는 가짜 뉴스에 속은 결과였다. 아시프는 ‘AWDnews’라는 가짜 뉴스 사이트에 게재된 “이스라엘이 파키스탄을 핵으로 위협한다.”는 기사를 진짜 뉴스로 오인했다. 다행히 이스라엘 국방부가 해당 기사는 가짜 뉴스임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가짜 뉴스는 돈벌이 수단

 

가짜 뉴스를 왜 만드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 사이트들은 기존하는 언론사와 이름을 비슷하게, 또는 중요한 사안을 다룬다는 인상을 주는 제호를 사용해 뉴스 사이트를 만든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클릭할 것 같은 내용을 거짓으로 조작하여 게재한 뒤 구글 애드센스(Google AdSense) 등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는다.

 

실례로 남유럽의 작은 나라 마케도니아의 벨레스에 사는 열여덟살 청년 보리스는 자신이 직접 만든 사이트에 미국의 대안 우파(Alternative right)사이트에서 만든 선정적인 가짜 뉴스를 짜깁기하여 게재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는 트럼프와 힐러리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고, 단지 돈이 더 되는 쪽으로 움직였다. 가짜 뉴스를 잘 공유하지 않는 클린턴 진영보다는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자신의 가짜 뉴스를 열정적으로 공유한 트럼프 진영이 그에게 훨씬 큰돈을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 자신이 만든 친 트럼프 사이트 두 곳에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넉달 동안, 그는 1만 6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구글은 보리스가 운영하던 사이트의 광고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구글과 페이스북이 세상의 수많은 시시콜콜한 거짓말을 잡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보리스는 이제 정치 뉴스가 아닌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 계속 뉴스를 게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1년 유고에서 독립한 이후 마케도니아의 경제는 쇠락하였고, 청년들은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웹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이 퍼졌고, 적지 않은 수의 청년들은 이 일에 뛰어들었다. 보리스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인구 5만여 명에 지나지 않는 마케도니아 벨레스에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는 수상한 사이트가 백여 개 이상 등록되었다고 한다.

 

 

정치 수단으로 이용되는 가짜 뉴스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다. 가짜 뉴스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독일에서도 다음과 같은 가짜 뉴스가 문젯거리가 된 바 있다. ‘러시아 태생의 열세 살 소녀가 베를린에서 중동 난민에게 강간당하다.’ 베를린 경찰은 이 소식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지만, 독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에 반대하는 무리와 우크라이나를 두고 독일과 대립하던 러시아는 이를 정치적으로 크게 활용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프랑스 대선의 무소속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을 가리켜 ‘미국의 정보 요원이며 동성애자’라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유포되기도 했다.

 

2016년 12월 개헌안 국민 투표를 실시한 이탈리아에서는 개헌안과 관련하여 사전 조사한 결과 SNS에서 가장 많이 유포된 뉴스 열 개 가운데 다섯 개가 가짜 뉴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헌안 찬성으로 표기된 투표용지가 투표 전에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23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기록했다. 다른 진짜 뉴스보다 더 많은 수였다. 결국 이 개헌안은 가짜 뉴스로 말미암아 부결되었다.

 

이러한 가짜 뉴스들은 특정한 정치적 관점과 목적에 따라 독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거나, 사실에 기초하더라도 그 사실을 왜곡해 편향된 정보를 전달하여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다.

 

 

가짜 뉴스의 기원

 

사실 가짜 뉴스는 오늘날 새롭게 등장한 것이라 볼 수 없다. 하버드대학교 교수이자 역사학자로 유명한 로버트 단턴은 6세기 비잔틴 제국의 역사학자 프로코피우스의 「비밀 역사」를 가짜 뉴스의 기원으로 본다. 프로코피우스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관련한 숨겨진 내용과 비난하는 내용을 「비밀 역사」에 담았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인 제이콥 솔에 따르면, 가짜 뉴스의 기원은 14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75년 이탈리아에서 수많은 무고한 유다인이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 사건의 배경에 ‘트렌토에서 실종된 유아가 유다인에게 납치되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허위 사실 보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자로 기록된 흔적을 추적한 결과일 뿐이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 통치자들이 자신의 업적을 포장하여 소문을 퍼뜨렸던 것까지 포함한다면 가짜 뉴스의 기원은 더 오랜 과거까지 거슬러 갈 수 있다. 뜬소문과 풍자, 오보, 음모 등은 인류가 언어를 사용한 뒤부터 다양한 형식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가 최근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디지털 생태계’라는 유통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이 디지털 생태계가 가짜 뉴스가 살아남도록 거의 완벽한 형태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환경이 어떠하기에 가짜 뉴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째, 콘텐츠 생산량의 급격한 증가다. 누구나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콘텐츠를 무한하게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생산되는 기사의 양만도 6만 건을 넘어선다고 파악된다.

 

둘째, 콘텐츠 원본의 식별 불가능성이다. 기사가 생산된 뒤 웹 플랫폼을 활용한 유통 과정 속에서 이용자들이 이 기사를 지속적으로 재가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원본 내용을 확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셋째, 콘텐츠를 작성한 주체의 불명확성이다. 원본 식별이 불가능할 뿐더러 그 출처도 유통 과정에서 자주 사라진다. 출처를 식별하더라도 콘텐츠의 급격한 증가로 해당 주체의 신뢰성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가짜 뉴스의 소비 심리

 

이러한 환경적 특성은 가짜 뉴스의 소비 심리로도 이어진다. 가짜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사를 클릭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선택적 노출’과 ‘유유상종’이라는 심리적 요인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만을 선택하고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만 교류하는 것이다.

 

둘째, ‘극화’, ‘극단화’, ‘집단 극화’이다. 극화는 자신이 이미 선택한 곳의 맨 끝을 향하여 가는 것이고, 극단화는 방향과는 상관없이 중간점에서 바깥쪽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집단 극화는 집단에서 상호작용하는 개인들이 집단의 동일한 방향으로 더 극단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개인의 선택적 노출이 유유상종으로 이어지고 결국 집단 극화되는 것이다.

 

셋째, 심리학적 요인으로써 ‘확증 편향’이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주장과 같은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자신의 정치 성향과 비슷한 정보를 원하다 보니 이러한 가짜 뉴스 소비가 더욱 늘어나는 것이다.

 

넷째, 정신 병리학적 관점에서의 분노다. 오늘날 가짜 뉴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경제적, 정치적 양극화로 생겨난 분노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분노라는 감정이 가짜 뉴스의 파급력을 더욱 강화시킨다고 보는 것이다.

 

 

가짜 뉴스의 대응책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가짜 뉴스를 명확하게 구분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진실과 거짓을 구분한다. ‘절대적 진실’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언론은 결국 ‘종합적 진실’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의 일반화로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방대하고 다양한 유형의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면서 대중은 ‘종합적 진실’을 전달하는 공식 언론사의 뉴스에 대해서도 쉽게 신뢰하지 못한다.

 

사실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뉴스 생산과 유통 과정의 투명성 강화, 언론의 품질 고양, 미디어 교육의 확대 등이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시되지만 이는 단시간에 효과를 발휘하기보다는 장기간을 필요로 하는 방안들이다. 

 

가짜 뉴스는 대규모로 빠르게 확산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개인이 일상에서 늘 조심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그 어떤 가짜 뉴스 대응책보다 효과가 크다. 최소한 확산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 오세욱 -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 연구 위원. 진화하는 기술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과 그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가짜 뉴스 현황과 문제점」, 「디지털 저널리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기술적 제안」 등의 연구서를 펴냈다.

 

[경향잡지, 2018년 5월호, 오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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