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화)
(백) 부활 제4주간 화요일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평협ㅣ사목회

평신도 희년: 평신도와 사도직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01 ㅣ No.60

[평신도 희년] 평신도와 사도직 (상) “모두가 하느님 백성” 초대교회 인식 되찾는 노력 중요

 

 

2018년 ‘평신도 희년’이 밝았다. 평신도 희년은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권길중, 이하 한국평협)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포됐다. 평신도 희년은 평신도들이 교회와 세상 안에서 고유의 사명을 되새기며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평신도 희년을 맞아 먼저 2회에 걸쳐 평신도의 신원과 평신도 사도직의 의미를 올바로 알아보자. 그 첫 순서로 교회 안에서 시대별로 변화한 평신도의 신원에 대한 의식을 짚어본다.

 


초대교회의 평신도

 

초대교회는 ‘하느님 백성 안에 모두가 한 형제자매’라고 인식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 누구나 스스로를 ‘하느님이 선택한 자’, ‘성령의 궁전’, ‘성도들’, ‘제자’, ‘형제들’이라고 부르며 사랑과 일치의 생활을 했다. 교회는 다시 오실 주님을 증거하며 세상 안에서 세상과는 구별되는 공동체를 이뤘다. 초대교회는 성직자와 평신도를 분리하고 구분하기에 앞서 하느님의 백성이 이교 백성들 중에서 선택받고 분리, 성화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느님의 백성 안에 모두가 형제자매라는 인식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교회는 2세기 후반에서 3세기 초반, 그리스·로마의 정치와 사회, 문화 안에서 이단의 박해로부터 정통 신앙을 수호하기 위해 교회 구조를 발전시키면서 당시의 서열화된 사회구조를 모방하게 됐다. 사회구조가 교회 안으로 들어오면서 교회 내에 계급이란 용어가 정착했고, 서품으로 계급이 형성됐다. 이로써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도 분명해졌다.

 

하지만 초대교회에서의 성직자와 평신도 계급 구분은 직무를 강조한 것이었을 뿐 평신도를 경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성직자와 평신도가 이원적으로 엄격하게 분리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평신도들은 성직자들과 함께 교회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교회의 주체였다.

 

 

중세교회의 평신도

 

로마제국이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고 이후 가톨릭교회를 국교로 선포하면서 교회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교회는 소집단에서 탈피해 대규모 종교집단으로 변모했고, 정치·지리적으로 로마제국과 함께 했다. 제국의 사회구조와 화려한 문화·의례가 교회 안에 흡수됐다. 교황은 황제의 서열에 이르게 됐고, 주교들도 국가 공무직의 높은 서열에 올라 특전을 누렸다. 왕권과 신권은 공생관계가 됐으며, 로마의 주교인 교황은 서로마제국의 붕괴 이후 세속의 정치에까지 관여하는 절대 권력을 갖게 됐다.

 

국가의 모든 정책결정은 성직자들과 세속의 권력자들이 독점하게 됐고, 일반 국민과 신자들은 대중으로 전락했다. 초대교회의 ‘교회와 세상’이라는 구도가 교회 내부의 ‘성직자와 평신도’라는 구도로 변환된 것이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분리는 성직자들이 일반 신자들과 다른 고유한 형태의 생활을 함으로써 드러나게 됐다. 5세기 초부터 사제들은 고유한 복장을 착용하기 시작했으며, 5세기 말부터는 수도자들처럼 삭발을 했다. 6세기에는 성직자들의 독신제가 시작됐다. 일반인들이 라틴어를 점점 쓰지 않게 되면서 8세기부터는 성직자들만이 라틴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신자들이 라틴어로 거행되는 전례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참례하게 됐으며, 평신도는 ‘비전문가’, ‘교육받지 못한 사람’,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됐다.

 

2017년 11월 19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평신도 희년 선포식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 것을 다짐하는 평신도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근대교회의 평신도

 

16세기 종교 개혁가들은 성직주의 타파와 평신도의 위상 및 역할의 변화를 주장했다. 종교개혁에 대항해 교회는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를 열어 교회의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했다. 또 제1차 바티칸공의회(1869~1870)를 통해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성을 교의로 선포했다. 이로써 교회는 가르치고 성화하고 통치하는 성직자와 이에 순명하는 평신도로 구분됐다. 피라미드형의 성직자 중심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하지만 종교개혁과 18세기 계몽주의, 프랑스혁명 이후 불거진 세속화로 인간의 영역은 교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됐고 인간과 세상은 자율성을 강조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교회는 19세기부터 성경과 교부라는 교회의 원천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을 시작했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체이자 친교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재인식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더불어 새로운 사회 질서와 의식이 태동했다. 교회는 순례자로서 세상에 살면서 복음을 전파해야 할 사명을 인식하게 됐다. 성직자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복음을 증거할 수 없기에 교회는 평신도의 역할에 주목하게 됐다. 평신도들은 자신의 신원을 자각하고 활발한 운동을 전개했지만, 여전히 평신도 사도직은 교계 제도의 사도직에 평신도가 참여하는 것으로 성직자의 지도 아래에서만 가능했고 순명이 요구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평신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쇄신을 바라는 세상의 요청에 응답해 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세상과 대화와 협력으로 만나며 연대하려 했다. 공의회는 초대교회의 삶과 성경이라는 ‘원천’으로의 복귀를 추구했다. 공의회는 ‘시대의 증표’를 교회의 시선으로 이해하고 해석해 교회의 사명을 새롭게 실천하려 했다.

 

그 결과 교회는 하느님 백성으로 이루어진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그리스도의 성사라고 밝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 이하 교회헌장)에서도 평신도를 “세례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 구성되고,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 자기 나름대로 참여하는 자들이 되어, 그리스도교 백성 전체의 사명 가운데에서 자기 몫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31항)이라고 정의했다.

 

교회는 이 헌장을 통해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느님의 백성에 속한다는 성경과 교부들의 사상을 복구하고, 평신도의 역할은 ‘일상의 가정생활과 사회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안 평신도의 역할

 

교회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 이들을 교회의 직무에 따라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로 구분한다. 즉 평신도는 교회의 특별한 직무를 맡은 성직자와 봉헌된 삶을 사는 수도자를 제외한 모든 그리스도인을 말한다. 

 

교회 안에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의 구별이 있지만, 이 구별은 차별이나 상하 위계질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신도의 직무는 성직자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며, 성직자의 직무를 나누어 받는 것도 아니다. 평신도 역시 그리스도로부터 사도직 직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평신도들은 세례와 견진을 통하여 바로 주님께 사도직에 임명되었기 때문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900항)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직무에 성직자와 평신도가 각각 다른 방법으로 참여하고 있기에 성직자와 평신도가 직무로서 구별되지만, 품위와 활동에서는 평등하다고 가르친다.(교회헌장 32항 참조)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1일, 최용택 기자]

 

 

[평신도 희년] 평신도와 사도직 (하) 교회와 세상 속 평신도의 고유한 사명 깨달아야

 

 

올해 한국교회가 기념하고 있는 평신도 희년의 화두는 바로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다. 평신도는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 왕직에 참여한다. 교회가 평신도에게 부여한 사명인 평신도 사도직이 무엇인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인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Apostolicam Actuositatem, 이하 평신도 교령)을 통해 알아본다.

 

 

평신도 사도직이란?

 

‘사도직 활동’이라는 제목으로 1965년에 발표된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언급한 최초의 문헌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교회는 성직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으며, 평신도는 ‘듣고 따르는 교회’라는 수동성이 부각돼 왔다. 평신도 교령은 이러한 수동적인 평신도상을 극복하고 평신도의 특수사명이 지닌 의미를 밝힘으로써 평신도 사도직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효과적으로 참여하여 하느님 백성 전체의 사명에서 맡은 자기 역할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수행한다.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들은 복음화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도록 노력하여 실제로 사도직을 수행한다”(2항)라고 평신도 사도직을 정의하고 있다. 

 

또한 평신도 교령은 “교회의 사명에서 평신도의 고유한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오늘날의 상황은 더욱더 활발하고 광범위한 평신도 사도직을 요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날로 증가하는 인구, 과학 기술의 진보, 더욱 긴밀해지는 인간관계 등은 평신도 사도직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켰다. 그 영역의 대부분은 평신도들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평신도들의 깊은 관심과 연구가 요구되는 새로운 문제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1항)고 밝히며, 평신도 사도직에 큰 의미도 부여했다.

 

 

평신도 사도직의 목표

 

교회의 모든 사도직 활동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영적인 질서와 현세 질서 안에서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들이 이러한 교회의 이상을 수행하는 것을 평신도 사도직의 목표로 삼고 있다. 평신도 교령은 “두 질서는 서로 구별되지만 하느님의 하나인 계획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서 “신자이며 동시에 시민인 평신도는 이 두 질서 안에서 지속적으로 한 그리스도교 양심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5항)고 강조한다.

 

평신도 교령은 평신도가 이 두 질서 안에서 복음화와 성화를 이루며, 현세 질서를 그리스도교화하며, 자선활동에 매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복음화와 성화를 위한 평신도 사도직은 생활의 증언과 초자연적 정신의 선행, 그리고 말로 전파함으로써 가능하며, 현세 질서의 그리스도교화는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완성할 수 있다. 평신도 교령은 “이는 거의 전적으로 평신도들의 활동에 달려 있다”면서 “평신도는 가정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제도와 국제적 기구들이 공동선에 기여하고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도록 행동해야 한다”(7항)고 당부하고 있다.

 

또한 평신도 교령은 모든 사도직 활동은 사랑에서 시작되고 사랑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자선 사업은 복음의 가장 큰 계명인 이웃 사랑의 실천이며, 그리스도 제자의 표지”(8항)라고 강조했다.

 

 

사도직 실천 분야

 

평신도들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다양한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다. 평신도 교령은 그 중, 교회 공동체(본당)와 가정, 청소년, 사회 환경, 국가와 국제 질서 안에서의 활동을 강조했다. 특히 평신도 교령은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더욱더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도직 참여를 중요시했다.

 

평신도 교령은 “교회 공동체에는 평신도들의 활발한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평신도들의 활동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사목자들의 사도직도 완전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본당 공동체는 공동체 사도직의 훌륭한 표본”(10항)이라면서 본당 사목자와 협력할 것 또한 당부했다. 

 

이어 평신도 교령은 ‘사회의 첫째가는 핵심 세포가 되어야 할 사명을 받은’ 가정 안에서의 평신도 사도직 강화를 강조했다. 평신도 교령은 가족 간의 사랑과 가정 안에서의 성화로 ‘교회의 가정 성소’가 되어 교회의 사명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인 활동의 예로, 버려진 아이 입양, 이방인 환대, 학교 운영 지원, 청소년 인격 성숙 지원, 예비부부 교육, 교리 교육, 어려운 가정 지원, 노인에 대한 공경이 제시됐다.

 

다양한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의 활동 모습. 평신도 교령은 수동적인 평신도상을 극복하고 교회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평신도의 특수사명이 지닌 의미를 밝히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단체 사도직

 

특히 평신도 교령은 조직적인 단체 사도직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도직의 수행 방법은 여러 가지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개인 사도직과 오늘날 강조되는 가정 안에서의 사도직뿐 아니라 현대 사회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사도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령은 “신자들의 인간 조건과 그리스도인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것이며,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의 친교와 일치를 드러내는 표지”(18항)라며 단체 사도직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사도직 자체가 공동 활동을 요구하고 있고, 따라서 실제로 개인이 따로 행동하는 것보다 단체로 활동하면 훨씬 더 풍요로운 결실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신도 교령은 단체 사도직을 수행함에 있어 평신도들은 성직 위계와의 일치를 보전해야 하며, 사도직 단체들은 상호 존경과 일치의 정신으로 상호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어 평신도 교령은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평신도와 성직자가 서로 협력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성직자들은 평신도들이 교회 사명의 수행이라는 과업 수행에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당부한다. 성직자들은 평신도가 갖고 있는 은사를 인정하고, 평신도들이 사도직 수행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평신도들이 사목자들로부터 교회의 영적인 보화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또한 자신의 능력에 합당하게 교회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평신도 사도직의 과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기초해 1983년 개정된 교회법은 평신도의 성격과 직무를 새롭게 규정하고 부여했다. 교회법은 평신도의 법적 지위를 회복시켜 교회를 진정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 구성하려는 의지를 표현했다. 평신도가 없다면 교회도 없기 때문이다. 평신도는 더 이상 기도하고, 교회의 유지에 기여하며 교계 제도에 복종하는 보잘 것 없는 신분이 아니다. 

 

평신도는 교회와 세상 안에서 하느님 백성의 사명을 자신의 고유한 사명으로 알고 수행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평신도들은 교회와 세상 안에서 자신의 신원을 자각할 필요가 있으며, 평신도에게 부여된 사명 및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평신도 교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을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목소리와 성령의 인도에 기꺼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즉각 응답하기 바란다”고 간청하고 있다. 평신도들은 다양한 형태와 방법의 사도직을 통해 시대의 요구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주님의 협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1월 7일, 최용택 기자]



2,57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