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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모색: 한국 가톨릭 성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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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25 ㅣ No.421

[평신도 연구]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모색 - 한국 가톨릭 성인교육

 

 

교회가 자기 복음화의 길을 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때, 신자 재교육도 쇄신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시대의 징표’들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을 새롭게 체험하는 ‘새로운 복음화의 때’가 왔음을 전 세계 교회에 천명하였다. 특별히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서도, 평신도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체계적인 교리교육 활동에 대한 매우 귀중한 공헌을 해야” 함을 언급하였다.

 

한국 교회 또한 평신도들이 “자신의 소명을 더욱 분명하게 발견하고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면서 그 소명을 생활화하고자 하는 더욱 굳은 의지를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리교육에 힘써왔다. 그러나 평신도 교육은 여전히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교회 안팎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것이 신자 재교육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신자 재교육이 보완해야 할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한국 가톨릭 성인교육을 위한 교육목표 정립’이다. 교육활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려면 세 가지 질문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이는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교육대상),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교육내용), 그리고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교육방법)이다. 한국 교회는 시대의 징표에 따라 이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세상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교육대상의 범주를 넓히고,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신자 재교육’이라는 개념은 더욱 보편적인 의미를 지닌 ‘가톨릭 성인교육’으로 개명되어야 할 것이다. 즉 신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앙, 신심 교육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육대상의 범위를 넓혀 비신자들도 참여하는 ‘평생교육’, ‘모두를 위한 열린 교육’인 시민교육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이는 ‘세상 속의 교회’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의지의 발로이며, 나아가 ‘가톨릭 성인교육’은 “더욱 성숙한 교회 공동체의 형성”을 위한 기초이고 “교회 내적 쇄신의 시대적 요청에 대한 교회 차원의 응답”이 될 것이다.

 

둘째, ‘신자 생활환경을 토대로 한 사목지침과 교육편람의 마련’이다. 한국 교회에서도 신자 재교육 쇄신을 위해 ‘신자의식 조사’를 실시하고, 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자교육과 사목활동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신자의식 조사’나 ‘신자교육 실태조사’는 일관성을 지니지 못한 한정된 수집 자료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또한 실태 조사에 대한 연구보고서 대부분은 교구 내에서 사목방침을 위한 기본 자료로만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들이 신자 재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신자 재교육’이 ‘한국 가톨릭 성인교육’으로 확대되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 국민생활지표를 토대로 한국 가톨릭 신자의 삶의 질과 신앙생활에 대한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연구를 반영하여 사목 지침과 교육편람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유기적인 가톨릭 성인교육의 체계 마련’이다. ‘신자 재교육’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 중의 하나가 교구, 본당, 단체 등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일관된 지침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국 교회의 신자 재교육이 최소 단위인 본당에서부터 최종적인 기관까지 유기적으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본당 신자 재교육 기구의 자율성 확립이다. 한국 신자 재교육에서 일관된 교육지침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각 본당 교육 기구가 사목자의 배려 속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본당 교육 담당 기구가 교구 차원 성인교육 담당 기구의 지침을 공유하면서 서로 논의하고 합의하여 교육을 실시한다면, 본당 신자들은 사목자의 임기와 상관없이 일관된 교육과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각 본당과 본당 또는 연구소와 같은 교육기관들이 서로 연계하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본당 신자 재교육 담당 기구의 투명성 확립이다. 본당 교육 담당 기구가 교육 지침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하고 상부기관인 교구 신자 재교육 담당 기구와 연계하게 되면, 한국 신자 재교육의 교육결과를 통계로 산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가톨릭 성인 교육의 유기적인 체계 마련은 결국 본당 신자 재교육 기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누가 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신자 재교육에서 교육주체는 평신도이어야 한다. 한국에서 신자 재교육이 유기적인 체계를 갖춘 가톨릭 성인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선결될 문제는 교육에 대한 평신도들의 의지이다. 교육 내용과 교육방법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할 점은 이미 교육을 받은 평신도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성숙한 시민, 성숙한 신앙인이 되기 위한 교육대상이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열린 교회, 열린 신앙교육을 꿈꾸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한국 신자 재교육은 50여 년 동안 ‘쇄신’의 기로에만 서 있었다. 공의회 이후로 교회 내 ‘위’(성직자)와 ‘아래’(평신도)의 층이 무너지고, 교회의 ‘안’과 ‘밖’을 나누던 벽이 허물어졌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가 변화의 흐름 속에 자신을 내던지며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 및 존재 물음을 새롭게 던지려고 하지 않는다면, 한국 신자 재교육도 ‘쇄신’의 기로에만 멈춰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신자 재교육이 나아가야 할 좌표는, 한국 교회가 “자신이 선포하는 메시지의 거룩한 힘을 통하여 모든 개인과 집단의 양심, 그들의 활동, 그들의 삶과 구체적인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할 때 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가 “복음의 힘으로 인류를 내부로부터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대사회에서 무엇을 권고해야 할 것인가? 세상에서의 인간 활동은 무슨 궁극적 뜻을 지니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하고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 교회가 자기 복음화의 길을 가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때, 신자 재교육도 쇄신될 수 있다. 이제 한국 평신도 교육은 쇄신의 기로에서 과감하게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교인’(churchman)으로만 머무는데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세상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야 한다. 당당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의식 있고 교양 있는 시민이 되고, 나아가 이들이 복음화의 정신으로 성숙한 시민 사회를 이루게 하는 거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평신도, 2016년 겨울호(VOL.54), 김 율리아(사회사도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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