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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갈등, 어떻게 대할 것인가: 갈등의 긍적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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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19 ㅣ No.321

[경향 돋보기 - 갈등, 어떻게 대할 것인가] 갈등의 긍적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

 

 

인간 생활의 보편적인 현상인 갈등

 

우리는 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살아간다. 가족 구성원 간에는 세대와 가치관의 차이나 대화의 부족 또는 서로의 책임과 역할 기대 등으로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친구나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의견 차이나 불합리한 의사소통 등으로 갈등이 생기며, 나라 간이나 기업 간에도 갈등은 있다.

 

갈등은 인간 생활의 보편적인 현상이며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존재하고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의 사업화, 전문화, 조직화된 곳에서는 갈등은 불가피한 현상이며, 계속적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경제 성장과 사회 구조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다양하고도 심각한 사회 갈등에 노출되어 왔다. 특히 권위주의 정치 체제 아래 잠재적으로 심화되어 왔던 계층 간의 갈등은 90년대 이후 더 심해졌다. 곧 사회의 민주화와 국제화·정보화에 따른 욕구 증가와 문화의 다양화 등의 요인에 힘입어 더욱 많은 분야에서 자주 표면화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갈등의 양상도 복잡하고 그 규모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의 갈등은 사회 갈등과 국론분열로 치닫고 있다. 촛불 집회는 국정 농단 사태를 만든 주역들을 성토하며 나라를 비정상적으로 운영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태극기 집회는 보수 세력의 몰락에 대한 불안과 기득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심산에서, 이 나라를 좌파에게 맞길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을 지켜내고자 탄핵 기각을 외쳤다.

 

양측의 이념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우리 사회를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얼굴 없는 대중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질시키고 있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양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갈등은 어려움을 느끼는 상태이므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오히려 상대방과의 갈등을 드러내 놓음으로써 어려움에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이러한 갈등을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갈등의 일반적 기능

 

갈등을 대체로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갈등의 역기능적 견해의 대표적 이론가인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 메이요(Elton Mayo)는 갈등을 일종의 악이나 사회적 기능의 결핍증으로 취급하고 안정과 현상 유지를 해치는 요소로 본다. 미국의 사회학자 파슨즈(T. Parsons)도 갈등을 질병으로 간주하였다. 이것이 분열적이고 분리적이며 역기능적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때로는 갈등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고, 갈등으로 말미암아 당사자 간에 좀 더 발전적인 관계로 나갈 수 있으며, 갈등이 인간에게 긴장감을 주어 역동성을 일으키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코저(Louis Coser)는 갈등이 느슨하게 구조화된 집단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회와 다른 사회의 갈등은 통합적 중심을 회복하기도 한다. 이는 전쟁을 겪는 국가의 단결력에서도 나타난다.

 

한 사회의 갈등은 대체로 고립된 개인들에게 활동적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1960년대 반전 운동에 참여한 미국의 청년 운동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전쟁 뒤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갈등은 의사소통 기능을 수행한다. 갈등은 당사자들의 힘에 대해 잘 알게 만들고, 평화적 화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갈등이 없는 사회가 좋지만 갈등은 누구에게나, 어느 곳에서나 자연히 발생되고 불가피하며, 경우에 따라 관계의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에너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사회에서의 갈등이 적거나 너무 많으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갈등이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되게 하는 가운데 수용과 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관계의 질을 높여야 한다.

 

 

갈등의 부정적 기능

 

갈등이 해로운 것을 다른 말로는 부정적 기능(역기능)이라 하고, 유익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기능(순기능)으로 구분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사회 갈등 지수 국제 비교 및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 지수는 1,043으로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의 조사 대상 25개국 가운데 5위다.

 

사회적 갈등이 야기하는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 때문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최대 24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았다. 연구소 측은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의 27%를 갈등 해소 비용으로 지불한다고 분석했다.

 

국민의 갈등 의식 조사에서도 갈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회 갈등이 사회 비용을 유발하여 사회 발전을 해할 것이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72.7%였다. ‘사회 갈등은 건전한 경쟁을 자극하여 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17.9%였으며,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9.9%로 나타났다.

 

갈등의 부정적 영향은 먼저 개인·집단·조직 등의 균형과 통합을 깨뜨리고 불안과 무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노사 간의 갈등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갈등이 지속될수록 적대적 감정이 올라가고 과격한 행동이 나타나게 되며 갈등의 핵심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이러한 것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현재 나타나는 현상만을 바라보아 결국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 내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갈등은 사회 구성원 간의 폭행, 방화, 범죄 등 사회 병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갈등으로 빚어진 사회 병리 현상은 갈등을 더욱 장기화시키거나 극단화시키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길게 이어진 촛불 집회처럼 장기화된 갈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의 손실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에 대한 핵심 가치로 시작했지만 본질이 변하여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 또는 숫자 싸움을 일으켜 갈등을 심하게 지각하는 개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적대적 감정이 생긴다. 이러한 갈등 양상은 사회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 대립을 더욱 극대화시켜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

 

개인에게서 나타나는 갈등은 물질적 · 정신적 · 감정적 자원이 집중적으로 소모되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갈등은 적대적 감정과 불만을 야기하는데 이로 말미암아 또 다른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부정적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의 분노, 공포, 좌절, 실망, 편집증, 의심, 시기심, 부끄러움 등의 감정이 나타날 수 있다. 갈등이 과도하면 스트레스로 말미암은 의료 비용의 증가뿐만 아니라 시간과 생산성의 손실이 오기도 한다. 결국은 삶의 질이 하락하게 된다.

 

 

갈등의 긍정적 기능

 

갈등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 또는 조직의 정체되고 비발전적인 상태를 수정하고 개인 · 집단 · 조직 등의 발전을 구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봉건 권력과 민중 권력이 갈등하다가 결국 민중 권력이 승리한 대혁명으로 민주주의가 들어설 수 있었다.

 

미국의 남북 전쟁도 관세와 노예 제도에 대한 입장이 달라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 그 뒤, 결과적으로는 남북 전쟁을 통해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노예 제도의 폐지와 더불어 미국이 세계 강대국이 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갈등은 더욱 발전된 체제를 형성하는 데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와의 갈등은 그 집단 구성원의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화해 주는 효과도 있다. 조직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난 때에는 조직의 내부적 응집성이 강하여 구성원의 충성심을 고양시키고 탄탄한 조직성을 가져오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동시에 새로운 조화와 통합의 국면으로 접어들기도 한다. 또한 집단에서의 갈등은 집단 내부의 응집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목표를 만들게 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조직 갈등은 조직 내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갈등의 긍정적 기능은 창조와 성장, 민주주의 · 다양성 · 자기실현 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갈등과 긴장은 개인과 조직 발전의 요소가 되고, 삶의 질 향상과 업무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데 필요하다. 갈등 해결 과정에서 당사자 상호 간 오해 해소와 이해 증진을 통해 관계가 발전되고 친밀감이 향상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고, 갈등 조정 과정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무사안일을 탈피하고 환경 적응 능력이 생긴다.

 

지금까지 언급한 갈등의 기능은 열거적이고 예시적인 것이며 또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이다. 갈등은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므로 갈등의 부정적 기능과 긍정적 기능을 상호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사회 갈등을 거시적 차원에서 인식하여 그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안을 모색해야 한다.

 

* 강용 - 한국심리상담센터 대표와 한국우울증연구소 소장을 지내고 있다. 부부 상담, 심리 상담, 우울증, 스트레스, 홧병 전문가다. 서울시 교육연수원에서 감정 코칭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4월호, 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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