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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서울 수서동본당, 설립 예정인 세곡동 본당공동체에 새 성당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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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1-16 ㅣ No.321

서울 수서동본당, 설립 예정인 세곡동 본당공동체에 새 성당 선물


형제본당 맞는 기쁨을 봉헌합니다

 

 

- 서울 수서동본당 신자들이 설립 예정인 세곡동 본당공동체를 위해 선물한 세곡동성당 전경.

 

 

“새 성당을 선물합니다~!”

 

이만저만 큰 선물이 아니다. 6000여 명의 신자들을 위한 새 성당이 선물이라니. 

 

선물을 한 주인공은 서울 수서동본당(주임 임상만 신부) 신자들이다. 이들은 조만간 설립 예정인 세곡동 본당공동체를 위해 새 성당을 지었다.

 

새 성당을 지어 선물하는 신자들, 그 선물을 받은 신자들의 모습. 한국교회 역사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본당 주임 임상만 신부는 “수서동본당 신자들의 헌신과 배려는 마치 한국교회 초기, 신앙생활에 필요한 내·외적인 터를 미리 닦아놓고 사제를 모시고자 노력했던 신앙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수서동본당 신자들은 처음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정말 새 성당을 지어줄 수 있을까?’, ‘왜 그래야할까’라는 의아함과 당혹스러움이었다.

 

곧바로 신자들은 스스로에게 먼저 되물었다.

 

“나에게 ‘성전’이란 어떤 의미인가?”

 

본당 주임 임상만 신부가 던져준 이 질문에 신자들은, “나도 ‘성전’에서 주님을 만나 기쁨을 얻었고, 내 자신이 먼저 내 모든 삶을 그리스도화 해서 ‘성전’이 돼야 한다”는 성찰을 이어갔다. 그리고 아기 예수께 유향과 몰약과 황금을 봉헌하듯 ‘형제’들을 위한 예물을 내놓았다. 

 

사실 수서동본당 신자들은 이전에 자신들을 위한 성당을 이웃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세웠다. 하지만 “다른 공동체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니, 우리도 돕지 않아도 된다”가 아닌, “우리는 아무 도움을 받지 않고도 성당을 지을 수 있을 만큼 은혜 받은 공동체”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주해 세곡동 본당공동체를 이룰 형제들의 짐을 덜어주자는 생각, 우리가 먼저 형제들을 위해 나누자는 생각을 앞서 했다. 이 또한 임 신부와 오랜 시간 함께 소통하고, 새 성당 봉헌을 위한 묵주기도 100만 단 등을 봉헌하는 가운데 키워 낸 의식이었다.

 

특히 앞으로 신설될 세곡동본당 신자들을 ‘이웃’이 아닌, 한 ‘형제’라고 부르는 인식은, 새 성당을 짓는 여정에 큰 힘이 됐다. ‘형제’와 함께, ‘본당’의 경계를 넘어 전례와 신앙 활동을 위한 구심점을 함께 만들고자 했다. ‘형제’와 함께, 지역사회에 신앙의 씨앗을 널리 뿌리고자 했다. 이들에겐 세곡동본당이 ‘이웃본당’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형제본당’이다.

 

2009년 시작한 새 성당 건립을 위한 묵주기도 100만 단 봉헌 및 모금 활동, 2014년엔 부지를 축성하고 이듬해엔 기공, 이어 한 해 후엔 성당 상량식과 십자가 봉헌. 그리고 2017년 1월 22일 새 성당을 봉헌한다. 봉헌식을 보름 앞둔 시간, 신자들은 새 성당 청소에 한 마음으로 나섰다. 그리고 다짐했다. 

 

“하느님께서 안배해주신 성당, 우리 손으로 지어 올린 이 성당을, 우리는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공간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 또한 우리의 몫입니다.”

 

 

세곡동성당은… 열린 ‘빛의 성당’

 

- 새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새 성당에 들어서면 누구든 가장 먼저 ‘밝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른바 ‘빛의 성당’을 기치로 설계한 덕분이다.

 

대성당 내부는 대부분 흰색으로 꾸몄다. 각종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로 빛이 충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중 성당 주출입구 로비 전면은 ‘카나의 혼인잔치’를 주제로 한 대형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 더욱 눈길을 끈다. 

 

또한 새 성당은 열려 있다. 성당 곳곳에는 누구든 서로를 맞이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역민들이 사방 어디에 서 있든 성당에 다다르기 쉽게, 출입구도 일곱 군데나 만들었다. 성체조배실과 성당 카페도 항상 열려 있도록 꾸몄다.

 

특히 혼인성사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도를 높였다. 이를 위해 별도의 파우더룸과 화장실이 있는 신부대기실과 연회장, 넉넉한 주차 공간 등도 갖췄다.

 

성당 유아실 뒤편에는 별도의 놀이공간을 만들어,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이 보다 편안하게 전례에 참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체 성당은 대지면적 2590㎡, 연면적 7198㎡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었다.

 

 

새 성당 건립 노력들

 

- 새로 이전한 신자들을 위한 가정 축복 미사(2012년 3월 4일).

 

 

- 새 성당 부지 축성(2014년 1월 19일).

 

 

- 상량식(2016년 3월 20일).

 

 

- 수서동본당 신자들과 설립 예정인 세곡동본당 신자들이 함께 수서동성당에서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새 성당 준비한 서울 수서동본당 주임 임상만 신부

 

형제자매를 비롯해 이웃들과 조건 없이 나누는 삶, 무엇보다 누구도 성당이라는 외적 요인 때문에 신앙생활의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는 의식은 임상만 신부가 펼치는 사목적 배려 곳곳에 배어 있다. 이러한 의식은 서울 수서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면서도, 이웃 지역에 설립될 세곡동본당을 ‘다른’ 본당이라고 구분 짓지 않는 데까지 이어졌다. 수서동본당 신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뜻이 점차 확산됐다. 그 결과, 세곡동 새 성당 완공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몇 년 전부터 서울 강남구 가장 끝자락 허허벌판과 같은 곳이 주택지구로 개발되면서, 새 성당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곳 세곡2주택지구에는 최소 6000여 명의 신자들이 전입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신자들은 기존 수서동본당에서 갈라져 나오지만,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온 이들이다. 게다가 2~3년씩 공백을 두고 이주해오는 터라, 새로운 본당공동체를 설립해도 이들만의 힘으론 성당을 짓기 힘든 현실이다.

 

임 신부는 “새로 봉헌하는 성당은 기존 신자들의 보다 안정된 신앙생활을 돕는 것은 물론, 지역 사회에 희망이 되는 열린 공동체를 만드는 노력의 하나로 마련한 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사비 200억 원 규모의 새 성당을, 그것도 다른 본당공동체를 위한 성당을 짓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임 신부는 자신부터 먼저 2년간 하루 한 끼를 굶어, 그 비용을 건립 기금으로 봉헌해왔다. 

 

특히 수서동 본당공동체 신자들과 앞으로 세곡동 본당공동체를 이룰 신자들이 더욱 결속하고, 새로 이주해온 신자들과 보다 깊이 사귀고 나눌 수 있도록 힘써왔다. 매일 신자들이 고리기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세곡동본당 신자들을 위한 가정미사와 구역 모임, 임시사목협의회 구성과 운영 등도 적극 지원했다. 

 

임 신부는 본당 신자들에게 “우리는 빛의 은총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하며, “이는 빛을 받고 일어나 다시 다른 이들을 위한 빛을 비추는 소명을 받았다는 의미”라고 독려해왔다. 또 “새 성당은 기도하러 가고 싶은 성당, 신자들과 만나 친교를 나누고 싶은 성당, 하느님께 섬김을 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역설해왔다. 

 

“성당은 세상 안에 있으면서도 세상과 구분되는 공간입니다. 새로 지은 성당에서도 지역민 누구나 하느님을 체험하고 새로운 만남과 친교를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월 15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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