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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미사

[축일] 키워드로 알아보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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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28 ㅣ No.1726

‘키워드’로 알아보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


사랑의 왕, 오직 당신만을 따릅니다

 

 

연중 마지막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왕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념하는 날이다. 아울러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게 됐음을 기뻐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리스도 왕의 다스림으로 인해 새롭게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어떻게 제정됐고,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관련 키워드들을 통해 알아본다.

 


■ 비오 11세 교황 - 그리스도의 주권 강조하기 위해 1925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 제정

 

1925년 12월 11일 회칙 ‘처음의 것’(Quas Primas)을 통해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제정했다. 무신론과 사회의 세속화가 만연해가는 세상 흐름에 맞서 인간과 제도에 대한 그리스도의 주권을 단언하기 위해서였다. 신앙 가치가 소홀해지는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복음과 신앙의 의미를 강조할 필요성이 대두됐던 것이다. 교황은 축일을 통해 그리스도의 통치권이 개인과 가정, 또 사회와 전 우주에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런 면에서 이날은 성탄 혹은 부활 대축일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 중 어떤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영적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데시오 출신으로, 암브로시오 도서관 관장(1907), 바티칸도서관 부관장(1912), 추기경 및 밀라노 대주교(1912)를 거쳐 1922년 교황으로 선출된 비오 11세는 ‘그리스도 안의 모든 것을 회복시키는 것’을 주된 임무로 여겼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도 그러한 배경에서 제정됐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1925년, 1929년, 1933년 희년 주제로 삼았고 격년으로 성체대회를 개최했다. 

 

1929년에는 같은 주제로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회칙 ‘그 거룩한 스승’(Divini illius magistri)을 발표했다. 혼인에 관한 ‘정결한 혼인’(Casti connubii, 1930), 레오 13세 교황의 사회교리를 재확인하는 ‘사십주년’(Quadragesimo anno, 1931) 등의 문헌도 같은 목적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 ‘콰스 프리마스’(Quas Primas) - ‘처음의 것’ 뜻하는 라틴어 대축일 제정한 회칙의 제목

 

그리스도 왕 대축일 제정이 이뤄진 ‘그리스도의 왕권에 관한 회칙’의 라틴어 제목이다. 회칙은 성경과 교부들 저술을 인용,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께서는 엄밀한 실재에서 왕의 칭호와 권력을 받으실 자격이 있다’(9항)고 밝힌다. 그리스도의 왕권을 성체성사 및 예수 신심과 연결짓고 있는데, 비오 11세 교황은 회칙을 통해 그리스도가 사람의 마음과 정신 의지를 다스리신다는 것을 깨닫고 세속주의와 무신론주의를 넘어서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는 이 회칙으로 ‘그리스도의 왕권의 인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파하고자 했다.

 


■ 연중 마지막 주일 - 제정 당시엔 10월 마지막 주일에 지냈는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 후 연중 마지막 주일로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전례주년의 마지막 주일에 지낸다. 1925년 축일 제정 당시에는 10월 마지막 주일, ‘모든 성인 대축일’ 전 주일에 지내도록 했다. ‘모든 성인과 선택받은 이들 안에서 승리한 그분의 영광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축일이 도입된 외적인 동기는 제1차 니케아공의회 16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축일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1970년 미사전례서를 통해 마지막 연중 주일로 옮겨졌다. 그리스도 왕권의 종말론적 관점을 드러내면서 ‘우주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축일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로써 교회는 현양된 주님이 ‘전례력의 목표점일 뿐만 아니라 교회와 그 지체들의 지상 여정 목적’임을 명백히 밝힌다. 이 같은 변화로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대림 시기와도 연관성을 지니면서 대림 시기는 주님이 영광 중에 오시는 때로 드러난다. 독서들은 그리스도를 ‘인류의 목자’ ‘영원하신 왕’ ‘십자가 위에 계신 왕’으로 표현하며, 본기도와 감사송은 그리스도 왕국 모습을 ‘진리와 생명의 나라,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로 그리고 있다. 또 죄악의 노예 상태에서 인류를 구원하신 주님께서 바로 만민의 왕이시며 그분 나라가 진리와 생명, 거룩함과 은총,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임을 고백한다.

 


■ 그리스도의 왕권 - 죄의 세력에 맞서 싸우며 진리와 생명, 정의, 평화의 왕국 세워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통해 신앙인들은 그리스도의 왕권을 기념한다. 회칙 ‘처음의 것’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영원한 사제요 보편적인 임금으로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부터 기쁨의 기름 부음을 받으셨다. 아울러 사제이신 예수님은 십자가 제대 위에서 당신 생명을 바치시고 이를 통해 인류를 구속하셨다. 임금이신 예수님은 모든 피조물을 통치하시며, 전능하신 아버지께 진리와 생명의 왕국, 정의와 사랑 또 평화의 왕국을 바칠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이다. 

 

그의 왕국은 세상에서 의미하는, 부유함과 영화로움을 지닌 왕국과 구별된다. 그리스도가 재림할 때 완성될 종말론적인 왕국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 36항에서는 그리스도 왕국을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요,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라고 밝히고 있다. 재림 때에 ‘모든 왕의 왕이시며 모든 군주의 군주이신’(묵시 17,14) 그리스도 왕은 모든 왕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그 왕국을 성부께 바치실 것이며, 성부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 발 아래 굴복시키실 때까지 군림한다.(1코린 15,24-25)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이 날의 의미는 그리스도 왕을 믿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 고백은 그리스도의 왕정에 참여 봉사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왕직을 구체적으로 실현한다는 것을 뜻한다. ‘왕국은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확장된다’(사도 1,8)는 말씀처럼 진리와 생명, 정의에 바탕을 둔 그리스도 왕국의 확장을 위해 죄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그리스도인의 신원과 역할, 의무를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헌장’ 36항은 “그리스도께 봉사하는 것은 바로 왕권으로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고 밝히고 있다.

 

 

■ 종말 -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며 세상 끝날, 구원을 희망한다

 

연중 마지막 주일에 기념하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그리스도 왕권의 종말론적 뜻을 나타낸다. 하느님께서 인간과 만물을 창조하셨으나 인간은 원죄로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구속 공로로 구원을 얻게 됐다. ‘종말’은 언젠가 세상 끝날에 그리스도가 재림하여 인간을 심판하실 마지막 때를 말한다. 구약의 종말 사상에서는 인간이 죄의 벌로 죽을지라도 존재는 계속되고(창세 2,7) 죽은 자는 셰올(Sheol, 지하 세계)에 있다고 했다. 신약에 와서는 하느님 정의가 실현되고 그 정의대로 인과응보를 받으며,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정의가 달성돼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믿음으로 변화됐다. 사도 바오로는 개종 후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 심판을 위해 재림할 그리스도를 기다렸다. 또 구원의 완성은 종말에 있다고 언급했다(콜로 2,19; 에페 4,15-16).

 

[가톨릭신문, 2017년 11월 26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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