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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문화] 성경, 문화와 영성16: 예수님의 죽음과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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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12 ㅣ No.3381

성경, 문화와 영성 (16) 예수님의 죽음과 안장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은 내려져 무덤에 안장된다. 많은 화가들이 이 비통한 순간을 그렸다. 카라바조는 복음서의 내용을 재해석하면서 예수님의 안장 장면을 그림으로써 우리에게 또 하나의 걸작을 만나게 한다.

 

 

■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과 예수님의 안장

 

네 복음서 수난 이야기의 정점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과 죽음 장면이다. 마르 15,24-41에서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숨을 거두신다. 예수님의 십자가 위 죽음 장면은 오후 세 시를 시간적인 배경으로 한다.(마르 15,34) “예수님께서는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다. 그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그리고 예수님을 마주 보고 서 있던 백인대장이 그분께서 그렇게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하고 말하였다.”(마르 15,37-39) 그 후 마르 15,42에서는 준비일 곧 안식일 전날의 저녁때가 새로운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되고 새로운 등장인물인 요셉이 소개된다.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빌라도에게 당당히 들어가,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였다.”(마르 15,43) 요셉은 명망 있는 의회 의원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의 나라를 열심히 기다리던 사람으로 소개된다. 그는 위험을 무릅 쓰고 빌라도에게 당당하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할 만큼 용기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예수님의 시신은 아직 빌라도의 손에 있었다. 요셉은 자신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는 용기를 가졌다. 그는 예수님에 대한 존중을 자신의 안전이나 사회적 위치보다 더 상위에 두었다. 요셉의 요구에 반대하지 않는 빌라도는 백인대장에게 예수님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시신을 내주었다. 요셉은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고 아마포로 싼 다음 무덤에 모셨다. 여기서 요셉은 예수님에게 헌신적이고 충실한 제자로서 행동한다. 사실 스승의 시신을 장례 치르는 것은 제자들의 일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십자가 주변에는 그분의 제자들이 없었다. 그들은 스승이신 예수님의 시신을 모시지도 않았다. 제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참된 제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다.

 

복음서 본문은 예수님 무덤의 정확한 위치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시신이 어디에 모셔지는지를 지켜보던 두 여인인 마리아 막달레나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마르 15,47)는 살로메와 함께 그분의 십자가 위 죽음을 지켜보았던 이들이다.(마르 15,40) 이 여인들은 주간 첫 날에 예수님의 시신에 향료를 발라 드리려고 무덤으로 갔다. 그러나 그들이 만나려 기대했던 예수님의 시신은 그곳에 없었다. 무덤의 젊은이는 그들에게 예수님 부활의 메시지를 전하고 그것을 제자들에게 알리라고 말한다. 이 여인들은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서 부활의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과 안장의 증인이 바로 그분 부활의 증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예수님의 안장에 대한 요한 복음서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그 뒤에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게 해 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하였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였지만 유다인들이 두려워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빌라도가 허락하자 그가 가서 그분의 시신을 거두었다. 언젠가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니코데모도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지고 왔다. 그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관습에 따라,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쌌다.”(요한 19,38-40)

 

 

■ 예수님 무덤의 고고학

 

● 예수님 당시 유다인들의 장례 풍습에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이나 땅을 파서 만든 무덤 등이 사용되었다. 부유한 이들은 전자를 사용했고, 가난한 이들은 후자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당시의 매장 방식에는 나무관, 석관, 유골함 등이 있었다.

 

● 복음서는 예수님의 시신이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의 가족묘인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예수님의 경우, 십자가형을 당하고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매장되었으므로 땅에 무덤을 팔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 예루살렘 구시가의 북서쪽에 있는 그리스도인 지역(Christian Quarter)에는 골고타와 예수님의 무덤이 위치했던 곳에 “주님 무덤 성당”(Church of the Holy Sepulchre)이 있다. 이 성당의 골고타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 예수님의 시신을 염하던 받침대(Stone of Anointing)가 있다. 이것은 예수님의 시신을 매장 전에 향료와 함께 아마포로 감싼 것을 기념하는데 12세기에 처음으로 생겼다. 지금의 것은 1810년의 것이다. 이곳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하는 십자가 길의 제13처이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의 빈 무덤 앞에서 끝난다.

 

 

■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안장〉

 

●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안장〉(The Entombment of Christ)은 1602-1604년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300×203cm의 크기이며, 바티칸 박물관의 회화관(Pinacoteca Vaticana)에 소장되어 있다.

 

● 이 그림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안장하는 순간을 그렸다. 화면의 배경은 캄캄한 어둠에 잠겨 있고, 화면의 오른쪽 위로부터 쏟아지는 빛은 예수님의 시신을 비추고 있다. 어둠과 빛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명암법은 카라바조 그림의 특징을 잘 표현한다.

 

● 예수님의 시신은 십자가에서 내려져 무덤에 안장된다. 그분의 눈은 감겨 있고 얼굴은 창백하며 못 자국 난 손등이 보인다. 예수님의 머리와 몸은 축 늘어져 있고 오른팔은 힘없이 아래를 향한다. 이 모습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년)의 〈피에타〉에서 성모님의 품에 안긴 예수님의 모습과 유사하다.

 

● 예수님 주변에는 비통한 모습을 한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있다. 예수님 시신의 상체를 받치고 있는 이는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인데 그의 오른손은 그분 옆구리에 난 상처에 닿아있다. 니코데모는 시신의 다리를 잡고서 관객을 향해 쳐다본다. 그의 시선은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무언의 힘을 느끼게 한다. 그는 관객들에게 이 애통한 순간에 함께 공감하고 동참하도록 초대하는 듯하다.

 

● 파란색 옷을 입은 성모님은 두 팔을 십자가 모양으로 펼치고 있고, 마리아 막달레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는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6년 4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c/caravagg/07/37depo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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