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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묵주기도 중 구원을 비는 기도 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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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20 ㅣ No.1486

묵주기도 중 ‘구원을 비는 기도’ 왜 할까


파티마 성모 당부에 바치기 시작

 

 

“예수님, 저희 죄를 용서하시며, 저희를 지옥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많은 신자들이 묵주기도 한 단을 마치면 바치는 기도가 있다. 바로 구원송이라고도 불리는 ‘구원을 비는 기도’다. 평소에 묵주기도를 자주 바치는 신자들은 종종 묵주기도를 바칠 때가 아니어도 영광송을 바친 후에 반사적으로 구원을 비는 기도가 튀어나오는 경험을 할 정도다. 그런데 사실 묵주기도 중 구원을 비는 기도는 의무가 아니다.

 

묵주기도는 순교자들이 썼던 장미화관 꽃송이마다 기도를 바치던 초기교회 신자들 전통과, 끊임없이 기도하고자 했던 은수자들 기도에서 유래해 오늘날까지 발전해 온 기도다. 1000년이 넘는 묵주기도 역사 속에 구원을 비는 기도를 바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 일이다. 오랜 묵주기도 역사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기간 이어진 신심인 것이다.

 

묵주기도 중 구원을 비는 기도를 바치는 신심은 1917년 파티마 성모발현에서 시작됐다. 6차례에 걸쳐 파티마에서 발현한 마리아는 전쟁 종식과 죄인들 회개를 위해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강조하고 자신이 ‘묵주기도의 어머니’라고 선언했다. 특히 3번째 발현 중에는 묵주기도 각 단을 바친 후 구원을 비는 기도를 바치길 당부했다. 이에 구원을 비는 기도는 영어권에서 ‘파티마 기도’(Fatima Prayers)라 불리고 있다.

 

따라서 박해시기부터 한국교회 기도서로 사용되던 「천주성교공과」에도 매괴경, 즉 묵주기도를 설명하는 데 구원을 비는 기도가 실려 있지 않았다. 다만 파티마 성모발현에 대한 신심으로 신자들 사이에서 여러 번역으로 구원을 비는 기도가 바쳐지고 있었다. 2011년에 들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가 구원을 비는 기도 통일안을 정했지만, 당시에는 구원을 비는 기도가 전례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톨릭 기도서」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구원을 비는 기도가 「가톨릭 기도서」에 수록된 것은 2018년 이후 일이다.

 

공식 묵주기도 기도문은 아니지만, 교회는 영광송 후에 바치는 짧은 마침 기도를 권장하고 있다. 특히 묵주기도 중 구원을 비는 기도를 바치는 신심은 한국 신자들에게 뿌리 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이 박해시기부터 유달리 성모신심이 깊었고,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등 마리아에 대한 열렬한 공경과 사랑 덕분으로 보인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통해 “오늘날 묵주기도에서는, 영광송 다음에 짧은 마침 기도가 이어진다”며 “지역 관습에 따라 다양한 마침 기도로 신비의 관상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전한다.(35항)

 

주교회의는 이 교서에 부록으로 묵주기도 방법을 게재하며 구원을 비는 기도를 실었다. 해당 부분에서 “지역 관습에 따라 다양한 짧은 마침 기도를 바칠 수 있다”는 교황 가르침을 재확인하면서 “여기(이 책)에는 한국교회 오랜 관습에 따라 바쳐 온 ‘구원을 비는 기도’를 싣는다”고 부연했다.

 

[가톨릭신문, 2020년 10월 18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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