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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본당사목] 세상에 열린 공동체: 의정부교구 전곡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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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2-11 ㅣ No.1186

[세상에 열린 공동체] 의정부교구 전곡본당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본당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 사도행전(2,44-47)의 말씀은 본질적으로 공동체인 교회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사도행전은 또한 그런 모습이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며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고 전한다. 그래서 교회는 그 모범을 세상에 드러내고 세상을 공동체적 친교로 이끌어야 할 소명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아버지의 집”(「복음의 기쁨」, 47항), “세상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에 함께하는”(사목 헌장, 1항) ‘열린 교회’의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세상과 깊이 결합한 존재로서’ 본당공동체가 지역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의정부교구 전곡본당을 찾았다. 북한과 휴전선을 접하고 있으며 의정부교구의 유일한 군 단위 농촌 지역인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전곡본당은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녹색 교회, 지역 사회에 열린 교회, 지역 사람 누구나 편안하게 찾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곡본당이 오늘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사회 사목에 대한 꿈과 열정을 가진 두 사제의 헌신적인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김규봉 가브리엘 신부(7면 왼쪽)와 박성욱 엘리야(7면 오른쪽) 신부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김규봉 신부가 전곡본당에 부임한 것은 2013년 9월. ‘간추린 사회 교리’를 3분 교리 형식으로 교우들과 나누기 시작하면서 전곡본당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2015년 봄에 진행한 협동조합 강좌에 80여 명의 신자와 주민들이 수강한 것을 계기로 요양·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 ‘참조은’과 로컬 푸드로 지역 경제와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추구하는 주류 협동 조합 ‘참게여울주가’가 차례로 설립되었다.

 

교리실이 있는 성당 지하는 청소년 전용 도서관인 ‘참게도서관’(9면 사진)으로 단장해 지역 주민과 공유했다. 신자 아닌 아이와 엄마들이 찾아오니 본당에 활력이 넘쳤다.

 

공정 무역을 알리고 환경과 건강, 생명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자 커피 재배 농가와 공정하게 계약한 커피와 설탕 등을 쓰는 북카페 ‘폴’(Paul)도 문을 열었다(10면 사진). 카페의 수익금은 제삼 세계의 청소년과 연천 지역의 청소년 양성 기금으로 쓴다.

 

성당에서 자판기는 모두 치웠고, 지역 주민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커다란 ‘EM 통’이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쓰레기 소각장 반대 운동, 작은 영화관 건립 운동뿐 아니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집 고쳐 드리기’를 진행하는 등 성당은 지역의 든든한 울타리요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당 공동체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수식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으로 드러내는 삶입니다.” 김규봉 신부는 삶의 자리에서 실천을 강조한다.

 

 

지역 복음화 특성화 본당

 

교구에서도 본당의 변화에 발을 맞추었다. 지난해 전곡본당을 ‘지역 복음화 사목 특성화 본당’으로 지정한 것이다. ‘지역밀착형’ 사목으로 지역 사회 복음화에 새로운 디딤돌이 될 ‘지역 특성화 본당’은 이 지역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지역 공동체로 일궈 나가겠다는 사목적 의지가 담겨 있다.

 

김규봉 신부는 “지역 사회에 밀착한 다양한 사목을 모색함으로써 지역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역 복음화 사목 담당으로 임명된 김 신부는 전곡본당 협력 사목과 환경 · 농촌사목위원회 위원장도 함께 맡고 있다.

 

김 신부는 “더 자유롭고 편하게 지역 주민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며 군민연대 모임 설립 등 지역 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신부의 후임은 김 신부가 “사목 경험이 풍부하고 복음의 열정으로 가득찬 1004회 신부”라고 칭찬한 박성욱 신부가 임명되었다. 지역 복음화 사목에 동의하는 신부가 주임으로 부임함으로써 사제의 이동에 따른 본당 사목의 변화 없이 지역 복음화의 연속성을 유지하게 된 셈이다.

 

박성욱 신부는, “지역 복음화 사목은 교구 신부에게는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사목으로 여러 사정으로 미흡하고 미약하게 해 왔던 것을 본디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사목 활동”이라며, “모범 본당으로서 먼저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사목을 실천하는 전곡 천사회

 

“신자들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본당 신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입니다.”

 

박성욱 신부는 “하느님께서 온 세상을 사랑으로 창조하시고 다스리신다는 교회 공동체의 믿음을 실천하는 교회의 사목 활동을 사회 사목이라 부른다.”며 이를 실천하는 조직으로 ‘천사회’를 꾸렸다. ‘천사회’는 본당 안에서 사회 사목, 곧 사랑을 실천하고 정의를 선포하는 이들의 모임으로 1,004명이 함께 기도하고 희생을 봉헌하며 활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회원들은 좋은 이웃, 민족 화해, 이주 사목, 환경 농촌 등 네 팀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이웃에게 다가가 믿음과 삶이 일치하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미사 참석 기준 3-400명인 전곡본당의 천사 회원은 200여 명이다.

 

“본당은 지역 사회의 가장 중요한 현안에 대해 같이 아파하고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성욱 신부의 말은 “길을 가다가 목마른 이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지성소이며,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살아 있는 친교와 참여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복음의 기쁨」, 28항 참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와도 통한다. 그래서 전곡본당의 주보 옆에는 늘 협동조합 가입 신청서가 함께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신자들은 강좌와 현장 탐방, 그리고 협동조합 설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역 사람들을 만나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는 등 지역 일에 열심히 뛰어다닌다. 건강한 마을 공동체, 대안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에 관해서도 생각을 나눈다. 지역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 · 재생 에너지 사용을 도모하며 지역 복음화에도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세상을 등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함께 연대하면서 이 세상을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참게여울주가의 조합원인 한 신자의 말이다. “신부님 말씀이 처음에는 무척 이상하게 들렸는데, 이제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면이 많이 생겼습니다. 신부님들이 오면서부터 우리 생활이 다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좁은 길을 헤쳐 나가느라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면 넓은 길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가톨릭이 중심이 되어 세상에 대안을 제시해 보자는 생각이 무모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져야 할 시대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스스로 희망을 보태고 있으니 잘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의 완성은 주님이 하실 것이니 희망이 있습니다.”

 

꿈이 있는 두 신부가 연대하고 경험과 지혜를 모아 항구하게 외치는 소리에 많은 이가 화답한다. 전곡본당의 지역 복음화 활동도 점점 빛을 발하는 듯하다. 사목의 위기라는 요즈음 전곡본당 공동체가 지역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그 전형을 보여 주는 본당으로 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경향잡지, 2019년 12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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