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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13: 노르망디의 초기 로마네스크 몽생미셸 수도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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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0-29 ㅣ No.680

[성당 이야기] (13) 노르망디의 초기 로마네스크 몽생미셸 수도원 성당

 

 

<지난 이야기> 카롤링거 왕조 이후, 교회는 암흑기에 들어섰지만, 클뤼니 수도원과 그레고리오 교황의 개혁 운동으로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조금씩 찾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성당 건축도 다시 활기를 띠게 되었는데 부르고뉴의 제2 클뤼니 수도원 성당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천장이 목조에서 석조로 바뀌면서 성당 전체가 석재로 지어지는 일체성을 갖게 되었고, 평면의 모듈화와 다발기둥 등의 발생으로 초기 남부 로마네스크의 특징이 형성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프랑스의 초기 로마네스크를 말할 때, 부르고뉴 지방에 버금가는 또 다른 중심지는 노르망디입니다. 노르망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상륙 작전이 펼쳐진 곳으로 유명하지만, 그 땅이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건은 천여 년 전 바이킹이라 불리는 노르만인들의 거침없는 상륙 작전(?)이었을 것입니다. 이후 그들은 그곳에 노르망디 공국을 세웠고(911년) 곧 영국에서 노르만왕조(1066~1154년) 시대를 열었습니다. 로마네스크 시기의 노르망디는 그런 영국의 노르만왕조에 속하였는데, 사실 건축적으로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북부 프랑스와 독일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10세기에 지어진 노르망디의 초기 로마네스크 성당들은 거의 사라졌고, 11세기의 것들이 남아 있지만, 그나마도 고딕 시대에 증축되어 부분적으로만 초기 로마네스크의 요소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르망디의 초기 로마네스크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12세기 초에 노르망디의 작은 섬 위에 지어진 몽생미셸 수도원 성당입니다.

 

몽생미셸 수도원 성당의 건축적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단순한 리듬의 기둥 체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원형의 코어기둥에 대응 기둥이 둘러싼 형태인데, 주기둥과 부기둥의 교체 리듬 없이 한 형태의 기둥이 성당 내부를 일률적으로 지탱합니다. 네이브월은 아케이드층과 갤러리층 그리고 클리어스토리의 3단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아케이드층은 한 베이가 하나의 아치로 구성되어 있고, 그 위의 갤러리층은 네 개의 작은 아치를 두 아치씩 묶은 두 개의 블라인드 아치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밝은 클리어스토리(천측창)가 있어서 아케이드층의 외부에 면한 창과 함께 실내를 밝게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어기둥의 네 면에 대응기둥이 덧붙여진 형태의 ‘기둥’과 아케이드층과 갤러리층의 ‘벽체’는 그 두께가 상당하여 로마네스크 성당이 갖는 물질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로마네스크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수평성입니다. 아케이드층 커다란 아치들의 수평적 연속과 갤러리층 작은 아치들의 같은 방향 연속은, 교체 리듬 없는 단순한 형태의 기둥과 함께 성당이 수평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천장이 목조 평천장이라는 것인데, 이는 노르망디가 석조 천장인 남부 로마네스크가 아닌 독일 로마네스크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2019년 10월 27일 연중 제30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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