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그륀 신부의 계절 편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없애는 성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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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11 ㅣ No.1255

[그륀 신부의 계절 편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없애는 성찬례

 

 

가을이 오면 만물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릅니다. 가을의 마지막은 위령성월이 장식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11월 1일에 고인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한국에도 죽은 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풍습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돌아가신 친지의 무덤을 찾아가 무덤에서 식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가톨릭은 한국의 전통 방식을 존중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찬례 때마다 죽은 이들과 친교를 경험한다고 믿습니다. 성찬례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식사를 기념하며, 동시에 죽은 이들은 하늘의 결혼 잔치를 기념합니다. 따라서 모든 성찬례는 하늘과 땅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없앱니다. 우리는 다 함께 죽음을 이긴 예수님의 승리를 기념합니다. 우리는 죽음과 부활을 이미 경험했습니다. 그분과 친교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먼저 가신 이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성체성사의 빵과 포도주를 통해 그분의 살과 피, 그분의 사랑과 정기 그리고 영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예수님은 성체성사에서 축성되는 빵을 두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54). 많은 이들에게 이 말은 잔인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피는 항상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정기를 상징하고, 빵을 사랑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돌아가신 부모나 조상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정기와 정신 그리고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이러한 생각은 이탈리아의 작가 이그나치오 실로네(Ignazio Silone)의 소설에서 아주 놀라운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루이지가 경찰에게 밝혀 죽자 그의 아버지는 친구들뿐 아니라 문 두드리는 거지마저 초대합니다.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루이지는 이 빵을 구울 수 있도록 곡식을 수확하고 빻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와서 드세요. 루이지의 빵입니다. 루이지는 이 포도주를 만들 수 있도록 포도를 수확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와서 마셔요. 루이지의 포도주입니다.” 우리가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그리스도를 받아 모실 때, 우리는 돌아가신 가족이나 친지가 자신들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빵과 포도주를 주었고 또 지금도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의 헌신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베풀고 있음을 느끼고, 그들이 우리를 걱정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성체성사는 죽은 이들과 친교를 경험하는 장소입니다. 감사기도 제2양식에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교우들과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도 모두 생각하시어.” 우리는 죽은 이들과 그들이 준 모든 것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성체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받아 모심으로써, 빵과 포도주의 삶에서 준 모든 것 또한 받게 됩니다. 우리는 죽은 이들이 전해 준 삶의 지혜로 오늘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고난과 죽음으로 우리에게 선사해 주신 것입니다.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그분의 헌신으로 우리는 살아갑니다. 죽음과 부활로 자신을 내어 준 그분의 헌신을 기념할 때, 우리는 죽은 친지나 친구들이 베푼 것 또한 기억합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를 죽은 이들이 지금 우리와 함께 기도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믿는 자로서 그러나 때로는 의심하는 자로서, 때로는 구도자로서 기도하는 동안 죽은 이들은 선견자로서 기도합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하늘과 땅을 연결합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선조들의 신앙 체험에 참여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오늘날 우리를 이끈 그들 신앙의 뿌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8년 가을호(Vol. 43), 글 안셀름 그륀 신부(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번역 김혜진 클라라(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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