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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음으로 세상 보기: 핵발전소를 바라보는 복음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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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1-06 ㅣ No.1434

[복음으로 세상 보기] “핵발전소를 바라보는 복음적 시선”

 

 

지난해 추석 연휴가 시작하기 하루 전날이었던 2016년 9월12일을 기억하시는지요. 그날 우리는 깜짝 놀라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바로 경주 일대에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났고, 약 50분 후에는 그보다 더 큰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했습니다. 경남 일대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지진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정도였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경주에서는 선반 위의 물건들이 떨어지고 상가 쇼윈도가 깨어지는 등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진에 대해서는 특별한 걱정이 없이 살았던 우리나라에 기상청 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추석 연휴를 앞둔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은 지진에 대한 걱정을 넘어 경남 일대에 몰려있는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게 했습니다. 지진에 의해 핵발전소가 무너지고 대량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는 가정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상의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정말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준이 된 것입니다.

 

- 수명을 다해 영구 중단된 고리 1호기.

 

 

우리나라에는 현재 24기의 핵발전소가 운전 중이며 5기가 건설 중이고, 2기는 건설 준비 중입니다. 1978년 국내 최초로 건설된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지난 6월19일로 수명을 다해 영구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정책에서 ‘탈핵’을 공약으로 내건 정부는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는 전력 수급상황을 봐서 가급적 빨리 폐쇄하고, 신규 건설을 준비 중이던 것은 설계 용역을 발주하려던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 가운데 공정률이 90% 정도 진행된 신한울 1호기는 공사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공정이 약 30% 정도 진행된 신고리 5,6호기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핵발전소가 필요하고 그동안 투입된 비용이 있으니 계속 진행하자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핵발전소는 너무 위험하고 앞으로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중단하는 것을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핵기술과 핵발전을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요?

 

 

핵발전은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한 깊은 성찰 필요해

 

사실 핵발전과 핵무기를 포함한 핵기술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그래서 주교님들께서도 신앙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 ? 핵발전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의 성찰”이란 책을 지난 2013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명의로 발표하셨습니다. 이 자료집에는 인류가 이룬 기술발전 가운데 하나인 핵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신앙인의 입장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를 제시하십니다.

 

발간사에서 주교님들이 핵기술의 문제에 주목한 것은 “핵발전의 문제가 이해득실에 따른 정책적 타협이나 강요된 희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한 국민 모두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절제와 희생을 포함하는 결단을 통해서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단순히 핵발전의 문제는 기술적이거나 상업적인 차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개개인의 이득을 따질 차원의 문제도 아니며 우리 자신은 물론 미래의 모든 인류의 생존에 걸린 문제이기에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몇 가지 핵발전에 대한 찬반 입장을 소개하며 교회의 입장을 제시하셨습니다.

 

첫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핵발전의 안전성 문제입니다. 핵발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핵이야말로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거의 완벽하게’ 건설되었고 최고의 핵분열 제어 기술을 갖추고 있기에 사고가 나더라도 폭발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지진이나 해일 등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대비되어 있고 핵발전소가 수명을 다해 해체할 경우에도 그 기술은 충분하다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핵발전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조금 다릅니다. 인류 역사상 핵발전소의 사고는 끔찍한 재앙을 초래했고 특히 최근 일어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음을 지적합니다. 아무리 안전한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자연재해나 기술적 불완전함 혹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의 피해에 따라 한 번 발생하게 된 핵사고는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낳는 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설령 사고 없이 안전하게 수명을 중단하게 되는 핵발전소가 있다 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인 핵연료와 오염된 물질들로부터 위험을 없앨 수 없는 무서운 기술이라고 주장합니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핵의 경제성입니다. 찬성의 입장을 가진 분들은 핵발전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인 발전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발전 단가를 비교해보면,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핵발전은 kwh당 62원인데, 석탄화력은 74원, LNG는 101원, 신재생에너지는 157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적인 핵발전으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지금 사용하는 핵발전을 모두 화력발전으로 대체하면 연간 15조원이 더 들어가고 가구당 약 86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에 핵이야말로 경제적 강점을 가진 에너지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여기에 고려할 것이 많다고 반론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발전비용에서는 낮은 단가를 기록할 수 있지만, 핵발전소의 건설비는 점차 증가하고 있고, 핵발전 사고대비 비용이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용, 핵발전소 폐쇄비용 등 핵발전을 하고 나온 여러 부산물이나 사후처리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이기에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돈이 아닌 생명의 문제로 지혜로운 식별해야

 

세 번째로 바라볼 것은 핵발전이 친환경적인가 하는 점입니다. 찬성론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화석연료사용 발전에 비해 1% 수준이며,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같은 환경오염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으므로 현실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개선할 친환경적 청정에너지라고 말합니다. 이에 반해 반대론자는 핵발전은 전(前) 과정에서 핵발전에 사용할 우라늄 연료의 가공 과정에 많은 절차가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에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후(後) 과정에 나오는 엄청난 방사성 폐기물은 매우 위험한 물질로 결코 안전한 발전 방식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이처럼 핵발전소 문제는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명확하게 나뉘고 있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복음의 가치에 따라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경제적 이익과 편리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돌보고 가꾸라고 맡기신 모든 피조물에게 선익이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핵기술 역시 인간에게 봉사하고 모든 생물체를 존중할 수 있을 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때 겪어야 하는 엄청난 피해를 목격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문제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이 아닌 생명의 문제로 지혜로운 식별을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11월호,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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