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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회 영성: 한국CLC - 세상 속의 교회로 살아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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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18 ㅣ No.594

[수도회 영성] 세상 속의 교회로 살아가는 삶, 한국CLC(Christian Life Community)

 

 

20대의 나

 

요즘 젊은이들이 그렇듯 대학 입시 압박 속에서 다른 여력 없이 공부만 했다. 진로로 간호사의 뜻을 품었고 대학을 가서도 고등학교 때보다 빡빡한 학업 스케줄 속에서 국가고시며 취업을 위해 집, 도서관을 반복해 오가며 생활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했다.

 

그때쯤 나의 질문은 시작되었다. ‘정말 내가 바라는 건 뭐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슴이 뛸까?’ ‘왜 가난은 없어지지 않나?’ 이런 질문이 생기며 그동안 내가 달려오고 달려가려고 했던 것들이 과연 옳은가? 이런 물음 속에 그때서야 사춘기를 겪었다.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어했고, 정신과 간호사여서 심리극이며 미술치료며 인간의 심리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갔지만, 나는 계속 갈증이 났다. 이후에도 MBTI며, 에니어그램, 각종 심리서적, 피정까지도 나의 두드림은 계속되었고 그럴 때마다 한 번씩 기분전환은 되었지만 다시금 도돌이표처럼 삶이 공허했다.

 

 

CLC와의 만남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같이 봉사활동을 하던 지인을 통해 CLC에서 주관하는 강의를 소개 받았다. ‘세상 속의 영성수련’이라는 강의였다. 세상! 영성수련! 이 두 단어가 나에게 호기심을 주었고, 열심히 일을 마무리하고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의를 들으며, 뭔가 내 머리를 ‘띵’ 하고 치는 것 같았다. ‘내게 신앙이란 무엇이었나?’ 유아세례를 받고 성가정에서 자랐지만, 주일을 거르지 않으려 하고 십계명을 지키려 애썼던 율법적인 신앙으로, 그저 학교나 직장에 열심히 다니듯이 미사 다니는 것밖에 없었던 나였다.

 

강의를 통해, 나에 대한 질문이 늘어나고, 세상에 대한 질문 또한 생겨났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예수님은 어떤 분일까? 질문을 하고 느끼기 시작했다. 예수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예수님이니까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까. 때로는, 굳건한 저 힘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등 예수님과 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더 예수님을 만나고자 『영성수련의 실제』를 통해 기도훈련을 시작했고, 이후 CLC 유기서약을 위한 수련기에 들어갔다. 3년여 동안의 교육, 훈련, 수련기, 영성수련 피정을 통해 CLC 유기서약 회원이 되었다.

 

그 과정 안에서 나는 무엇보다 나와 함께 계시고, 무척이나 많은 선물을 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진심으로 느끼고 깨닫게 되었다.

 

 

CLC 회원으로의 일상

 

서약을 했다고 해서 하느님의 풍성한 사랑, 예수님과 함께 세상을 사랑하고자 뛰어들고 싶은 그 열망이 항상 충만할 수는 없다. 세상 속에서 기쁘게 사명을 살아가는 것이 CLC로 사는 우리의 소명임에도 영성생활, 즉 기도하고 성찰하는 것을 게을리 할 때 이 삶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성생활을 하는 자체도 공동체의 사랑과 지원이 없었다면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서약을 하며 나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생활방식을 살아가기로 서약했다.

 

미사와 성사생활에 애쓰며, 매일 복음 묵상을 한다. 하루에 대한 의식성찰을 통해 나와 함께하신 주님의 사랑을 깨달으며 회심한다. 매년 서약 회원 연례피정인 7박 8일 침묵피정을 가지며 더욱 영성생활의 중심을 잡는다.

 

나는 직업적으로 정신과 상담간호사로 일하며, 정신적으로나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CLC 성소 안에서 좀 더 내적 평화와 자유를 잃지 않고자 상담기술뿐 아니라, 기도와 성찰에 애쓴다.

 

같이 일하는 동료와 선배, 나의 반려자인 남편, 주님의 선물인 아이들, 이웃, 정치참여, 소비문화, 친환경을 위한 노력 등, 온 지구를 보살피시는 주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훈련한다. 그래서 주님의 손길이 머무르는 곳에 식별을 통한 사도적 태도가 드러나게 된다.

 

 

공동체적 삶, 사도적 삶

 

서약 후 3년이 지났을 즈음, CLC 공동사도직 중 사회 사도직으로 운영하던 이주민센터에서 실무자 요청을 받았다. 식별을 통해 요청에 응답하고 실무자로 파견되었다. 나에게 익숙한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웠지만, 주님과 공동체를 의지하며 더욱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조 개선에 함께하고자 파견의 삶을 살게 되었다.

 

두렵지만, 주님께 의탁하며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근로자, 결혼이주여성과의 만남 속에서, 주님은 나를 더 깊이 보게 하셨다. 그러면서 나의 보기 싫고 감추고 싶은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보도록 자유롭게 해 주셨다. 그들을 약자로 생각하고 도와주려고 했었는데 도전과 용기, 절실함 등 내가 얻은 게 더 많다.

 

CLC는 계속해서 한국사회 안에서 주님의 요청을 식별한다. 2002년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인권현실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하여 이주민센터가 개소되었는데, 이후 관련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며 국가 지원기관이 늘어났고 어느 정도 그들에 대한 지원의 기반이 마련되어졌다. 그래서 CLC는 공동식별을 통해, 이주민센터는 10주년을 기점으로 정돈하고 사회의 희망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청소년 중심의 ‘희망학교’를 새롭게 열게 되었다. 따라서 나의 파견도 마치게 되었다.

 

그렇게 공동사도직에 파견되어 일하며 더욱 영적인 민감함, 사도적인 태도, 공동체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몸소 수련하게 되었다.

 

 

세상 속의 교회로 살아가기

 

CLC 서약회원으로 살아가던 중에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이제는 아이 둘이 태어나 더 단란한 가정이 꾸려졌다. 그러면서 나의 연민은 더욱 세상으로 눈길이 돌려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주님이 창조하신 대로 회복해 가기를 기도하게 된다.

 

세상 속의 교회로 살아가는 CLC 회원들은 바쁘다. 사회구조 개선이 필요한 곳곳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사도적인 삶들로 바빠진다.

 

각자의 가정 안에서, 이웃 안에서, 소공동체 안에서, 한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세계라는 지구촌 안에서, 우리는 개인(또는 직업적인 역량)으로 그리고 CLC 공동사도직을 통해 흩뿌려진 교회로 존재한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받은 선물을 기쁘게 세상에 내어 줄 것이다.

 

다른 평신도들도 CLC에서 주관하는 강좌 「예수님에게 인생을 묻다」, 「목요신학 강좌」 등을 통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장에 초대되면 좋겠다.

 

[평신도, 2017년 가을(계간 57호), 이현화 루치아(한국CL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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