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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갈등, 어떻게 대할 것인가: 갈등은 삶의 한 부분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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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19 ㅣ No.322

[경향 돋보기 - 갈등, 어떻게 대할 것인가] 갈등은 삶의 한 부분이라는데

 

 

갈등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겪는 삶의 일부분이다.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저마다 크고 작은 갈등 상황을 겪게 되고, 그에 대응하는 태도나 해결 방법 또한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각자의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대부분 갈등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갈등의 문제는 왜 발생하며 그것의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또 비슷한 갈등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원만히 해결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하는데, 그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개인의 내적인 측면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내면에 얽힌 문제들

 

갈등은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처럼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쉽게 풀리기보다는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상태를 말한다. 뒤엉킨 것이 좁게는 개인의 내적인 것에서부터 관계의 갈등, 넓게는 사회 집단 간의 갈등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갈등의 문제이다.

 

갈등은 관계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데, 가령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일회성의 관계에서 생기는 다툼이나 화풀이는 갈등이라고 볼 수 없다. 갈등은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관계를 가지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두 사람이 똑같이 겪는 갈등 상황에서 한 사람은 순조롭게 해결하는가 하면 다른 한 사람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그 차이는 두 사람이 상황을 대처하는 반응 양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곧, 각자의 내면에 형성된 관점, 가치관, 기억, 생각, 욕구, 감정, 태도 등에 따라 드러나는 반응이나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관점이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갈등은 상황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내면에 형성된 반응 기제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갈등 상황에 대응하는 유형들

 

갈등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저마다 나름대로 상황에 대처하는 해결 방식이 다르게 학습된 습성 때문이다. 이 습성은 갈등 상황과 마주했을 때 드러내 보이는 행동이나 태도를 통해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학습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비롯해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관, 정체성 등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순간순간 접하는 대상에 반응한다. 형성 과정에서 유연하고 폭넓은 견해가 자리하였다면 대상을 받아들이는 폭이 넓을 것이고, 반대로 견해가 자기중심적으로 형성되었다면 대상을 받아들이는 데 제한적이고 협소하여 불편함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같은 상황에서 각자가 서로 다르게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면 불필요한 오해나 과장된 해석을 피할 수 있어 소통을 촉진한다. 그 반대로 자신과 다른 대응 방식을 틀린 것이라고 단정지은 채 자신의 관점만 고집하거나 주장한다면 갈등은 심화되고, 해결의 실마리는 더 얽히게 된다.

 

그래서 갈등 자체를 긍정과 부정,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적으로 평가하는 잣대를 잠시 제쳐 두고 각 사람이 갈등 상황에서 드러내 보이는 대응의 유형을 파악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가 보기로 한다. 대응의 유형은 여러 가지지만, 여기서는 주로 나타나는 몇 가지만 알아본다. 

 

그 유형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정주진 박사가 지난해에 낸 「갈등은 기회다」(163-171면)를 참고하면 좋겠다.

 

▶ 회피형

 

회피형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갈등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반응을 피하면서 혼자 감정을 추스르려고 노력한다.

 

그 이유는, 첫째, 갈등이 자신과 주변에 위협적이거나 불편한 일이 된다고 생각해 애써 피한다. 둘째,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석하며, 대응책을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해서 일단 전략적으로 회피한다.

 

이러한 전략적 회피형은 적절한 시점까지 대응을 미루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더 깊은 내면에서는 자신의 적극적 대응이 자신과 관계있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쳐 자신에게도 힘든 상황이 닥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 경쟁형

 

경쟁형은 상대방을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으로 갈등도 승패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 때문에 대화와 타협, 합의보다는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상대를 설득하거나 굴복시킴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 유형의 가장 큰 문제는 힘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에 문제의 봉합이나 강제적 종료가 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내적으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자신에게 이익이 되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수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자주 충돌하기도 하며, 자신의 주장과 방식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여 자기 생각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답답하게 여기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이런 점은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거나 갈등을 악화시키고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 수용형

 

수용형은 경쟁형과 반대되는 유형으로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을 우선하므로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주장을 되도록 수용하려고 한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측면이라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고자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상대의 것을 수용한 나머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봉합되므로 때로는 갈등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곧, 비슷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갈등을 빈번하게 겪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상대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 타협형

 

타협형은 경쟁형과 수용형의 중간 유형으로 자신과 상대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자신이 서로 다른 생각과 주장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상대방도 그러기를 요구한다.

 

간단히 말해서 적절한 선에서 조금씩 손해 보는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유형이다. 그 때문에 이 유형은 비교적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 같지만 실은 문제를 덮는 선택을 하기 쉬우므로 갈등의 재발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 협력형

 

협력형은 말 그대로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등 갈등에 가장 이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형이다. 자신은 물론 상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물어 알아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유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어느 정도 나은 편이지만, 갈등이 상대와 대화하고 합의를 해야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각각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모두 협력형을 반기는 것도, 협력형에 잘 대응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갈등의 해결 여부와 우리의 자세

 

엄밀히 말하면, 갈등의 해결 여부는 실제로 어느 유형의 사람을 만나는지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각자가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자신의 대응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그중에서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통찰하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형성된 습관대로 말하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이러한 태도가 모두 ‘정당하고 옳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신념을 조금만 떨어져 바라보면 자신의 태도에도 모순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갈등 상황에 대응하는 유형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이러한 반응들은 내면에 잠재된 내용(생각, 욕구, 기대, 가치관, 고정관념, 선입견, 감정 등)이 특정 상황을 만나 드러나는 것이므로 먼저 갈등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태도를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 인식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 그러려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어야 하며, 외부에 대한 주의를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향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곧, 갈등 상황에서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갈등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려면 먼저 자신의 반응과 거리를 둔 다음 주의 깊게 그 반응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며 행동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렇게 알게 된 자료들이 과연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졌는지 검증해야 한다.

 

혹시 주관적으로 추측하고 해석하거나 짐작해서 비롯된 결과는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지난날의 경험으로 형성된 왜곡된 습관을 바로잡는 정신 훈련의 과정으로 습득되면 마음의 고요와 평온을 유지하는 척결이 된다.

 

사람들 대부분의 주의는 외적인 상황에 기울어져 있어 현재 자신이 무슨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 때문에 갈등 상황에서 어느 정도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온전히 상대방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탓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결과 갈등의 골이 더 깊게 되어 관계가 깨지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갈등 상황을 마주할 때 그 상황에서 자신의 습성으로 말미암아 비롯된 책임이 얼마나 되는지 자신의 태도에 주의를 기울여 살핀 다음 그중에 무엇을 변화시켜야 되는지 통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윤혜진 마리스텔라 - 평화심리상담소 소장으로, 원광디지털대학교 중독재활복지과 외래 교수를 맡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심리상담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명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7년 4월호, 윤혜진 마리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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