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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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신앙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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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28 ㅣ No.395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신앙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질문

 

2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어려서부터 방탕한 생활을 했습니다. 한순간의 즐거움만을 위해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제가 왜 이렇게 망가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워낙 오래 무절제한 생활을 하다 보니 그 전의 삶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답변

 

옛날에 어느 대단한 부자가 사람들과 내기를 걸었더랍니다. 부자는 사람들에게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기만 하면, 하루 동안 걸어서 발로 밟은 만큼 땅을 내어주겠다고 했답니다. 단, 걸어서 다녀올 때까지 물도 먹을 수 없고,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땅을 좀 더 많이 갖겠다고 따가운 햇볕 아래 탈수로 지쳐가도 걷고 또 걷고 했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쳐서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기 전에 땅을 밟고 돌아온 한 청년이 있었답니다. 모두 그 청년을 부러워했습니다. 그 청년이 차지할 땅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자마자 죽어버렸답니다. 넓은 땅을 차지할 생각에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지 간에, 무절제한 생활은 결국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살아가는 것인데도, 살면서 자주 그것을 잊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점점 가족이나 사회 구성원 간의 정서적 유대감이 상실되고, 개인으로 하여금 방탕하고 무절제한 방법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경향이 생겨납니다. 게다가 한국 특유의 음주문화와 성문화가 더욱 문제를 심각하게 만듭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더 늦기 전에 개인의 가치와 의미를 회복하려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자체로서 문제 해결의 첫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이냐시오 성인도 젊은 시절 자신이 방탕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영성서적 두 권을 통해 헛된 명예와 개인의 영달보다는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고자 결심했습니다.

 

루카복음 15장 ‘돌아온 탕자’의 비유는, 술과 여자 등으로 살아왔던 둘째 아들이 결국 몸과 마음이 병들고 만신창이가 되어 아버지 품으로 돌아오게 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비유를 보면, 아들의 잘못을 조건 없이 용서하는 아버지가 있고 그 용서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아들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늘 함께하던 큰아들의 섭섭함을 달래가면서 돌아온 둘째 아들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지요.

 

우리는 모두 매일 처음 살아보기 때문에, 또한 매일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답니다. 류시화 시인의 말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과거는 기억에 있을 뿐이고,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살아볼 희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어떤 다른 삶을 살지 모르니, 자기 자신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돌아온 탕자’처럼 응답해 주실 때까지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오늘이길 바랍니다.

 

언젠가부터 봄이 되면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버스커 버스커’는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패자부활로 기회가 다시 주어졌기 때문에 유명 밴드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에게 그 기회가 다시 주어지지 않았다면 ‘벚꽃엔딩’을 들을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돌아온 탕자’를 진심으로 반겨줄 줄 아는 너그러운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많은 실패자들의 과거보다는 그들의 현재의 삶을 가지고 평가를 받을 수만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7년 5월 28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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