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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문화] 성경, 문화와 영성17: 부활하신 엠마오의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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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16 ㅣ No.3411

성경, 문화와 영성 (17) 부활하신 엠마오의 예수님

 

 

신약 성경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의 증언을 전한다. 우리는 이 증언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이 제자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들에게 부활 사건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복음서는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그 어떤 추상적인 이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복음서는 부활하신 분을 만나 삶이 변화된 사람들의 뜨거운 체험과 생생한 증언을 들려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천을 만나게 된다.

 

 

■ 엠마오 이야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이후 제자들 중에는 실망하여 갈릴래아로 떠나든지(요한 21장) 혹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던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엠마오 이야기(루카 24,13-35)는 클레오파스(Cleopas)와 다른 제자가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던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감동적인 체험을 전한다.

 

13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바로 그날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한 스타디온이 약 185m이므로, “예순 스타디온”은 약 11km가 된다. 현재까지 엠마오로 추정되는 곳은 예루살렘 주변의 다양한 장소들인데, 대표적으로 암바스, 엘 쿠베이베, 아부 고쉬, 칼로니에 등이 있다.

 

두 제자가 가던 길에 예수님이 다가 오셨다. 그러나 그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대화에서 최근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가 드러난다. 두 제자의 이해(19ㄴ-24절)와 예수님의 이해(25-27절)가 상이하다. 두 제자는 예수님이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으나 결국 그분이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예수님은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말씀을 설명하신다.

 

마침내 그들이 저녁 때가 되어 엠마오에 이르러 집에 들어가 식탁에 앉았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30-31절) 그 때 제자들은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32절)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35절)

 

엠마오 이야기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제자들의 체험을 증언한다. 어떻게 그들이 부활하신 분을 알아보지 못했던 오해에서 그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로 변화되었는지를 잘 표현한다. 이 증언에 따르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자리는 바로 말씀과 성찬례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사도들의 믿음을 믿는 것이고 그 믿음을 이어받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동체와 그 살아있는 전통 안에서, 역사적 예수님에 대한 기억과 현존하는 몸을 거행하는 성찬례 안에서, 그리고 부활 신앙을 증언하는 성경에서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신앙의 유산을 만난다. 이 신앙의 유산이야말로 우리가 신앙인들의 공동체인 교회 안에서 배우고 체험해야 할 은총의 선물이다.

 

 

■ 카라바조의 〈엠마오 만찬〉

 

카라바조의 〈엠마오 만찬〉(The Supper at Emmaus)은 1601년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141×196cm의 크기이며, 영국 런던의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에 소장되어 있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엠마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인 저녁 식사 장면을 그린다. 그림의 배경은 어둡고, 빛은 등장인물들을 비추고 있다. 배경의 어둠이 제자들의 절망과 슬픔을 표현한다면, 부활하신 예수님의 등장으로 새로운 빛이 비춰진다. 여기에서 빛과 어둠의 분명한 대조가 표현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카라바조 당시의 평범한 옷차림의 사람들이다. 성경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화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여관 주인이 그들에게 식사를 자져온다. 식탁의 모습은 카라바조 당시의 평범한 이들의 식사 상황을 반영한다. 그들은 아직 저녁 식사를 시작하지 않았다. 식탁 위의 음식 중에 닭은 잘려지지 않았지만, 빵은 이미 떼어져 나누어져 있다. 하얀 식탁보 위에 물병의 물이 반사되어 있다. 식탁 위의 바구니 안에는 포도, 석류, 무화과 등의 과일들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비평가들은 이것들이 여름 과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즉 부활 시기의 과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탁 중앙에 앉은 머리카락이 긴 젊은이가 바로 예수님이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축복하고 있다. 그는 더 잘 집중하기 위해 눈을 내려 보고 있다. 주변의 세 사람이 모두 그를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가들은 예수님을 마르고 수염이 난 얼굴로 표현한다. 그런데 카라바조는 볼이 통통하고 수염이 없는 젊은이의 모습으로 예수님을 그린다. 일반적인 종교화에서 흔히 발견되는 후광도 여기서는 없다.

 

엠마오의 두 제자는 예수님이 만찬 중에 음식을 축복하자 그분이 바로 부활하신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자세를 취한다. “빵을 드시다”, “찬미를 드리다”, “빵을 떼시다”, “제자들에게 주시다”는 표현들은 최후 만찬에서의 예수님의 동작을 기억하게 한다. 놀라워하는 두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은 매우 차분한 표정으로 축복하신다. 빛이 예수님의 얼굴과 옷을 비추고 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예수님의 얼굴은 그분이 빛의 원천이시라는 사실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분이 젊은이로 그려진 것은 부활하신 주님의 영원한 생명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오른손을 뻗어 축복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자를 당신과의 만남에로 초대하는 듯하다.

 

이 놀라운 순간에 검은 옷을 입은 그림 왼쪽의 제자는 자신의 눈을 믿지 않고 있다. 그는 팔걸이를 짚어 의자를 뒤로 밀며 몸을 앞으로 기울여 일어서려 한다. 몸을 수그린 채 예수님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의 소매가 찢어져 있는 모습이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림 오른쪽의 제자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순례자의 표시인 조가비를 달고 있다. 이것은 카라바조 당시의 전형적인 성지 순례자의 표시였다.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놀라워하고 있다. 이 몸짓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회상하게 한다. 이 제자의 왼손은 마치 그림 바깥의 관람자를 향해 내뻗고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이 카라바조는 <엠마오 만찬>을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의 감동적이고 놀라운 순간을 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자들을 이 만남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식탁 옆에 서 있는 여관 주인은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허리끈을 두 손으로 잡고 있다. 그의 시선은 예수님에게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무감각한 표정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놀라고 있는 다른 두 제자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foil)을 한다.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6년 5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c/caravagg/06/35emmau.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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