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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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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사제답게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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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30 ㅣ No.757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402) 사제답게 사는 길

 

 

문 : 사제 수품이 얼마 남지 않은 부제입니다. 사제가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사제답게 살 수 있는 것인지 막연한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답 : 긴 준비의 시간을 마치고 수품을 앞둔 것을 축하합니다. 사제가 되기 전에 부제님처럼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사제가 된 후에도 지금처럼 고민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좋은 사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사제로서 잘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겸손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마음가짐이니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사제임에 지나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자신의 삶에 지나친 자긍심을 갖는 순간 바리사이즘에 빠져 사람들을 무시할 수 있기에 자기에 대한 물음을 내려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조언은 기도하는 자리를 잘 지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성모님께서 파티마에 발현하신 100주년 기념 미사 때 성당이 꽉 차도록 오신 교우들을 보면서 이분들이 사제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잘 생긴 신부? 잘 노는 신부? 술 잘 마시는 신부? 아니지요. 신자분들이 바라는 사제는 신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사제,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사제입니다. 물론 거기다 강론도 잘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하는 자리에 머무는 사제입니다. 

 

몇 해 전 등산을 가다가 무당이 굿을 준비하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무슨 굿이냐 하고 물었더니 자기가 모시는 신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한 굿이라고 하더군요. 사제 역시 하느님과 성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기도하고 교우들의 영육간 안녕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사제직의 첫 번째 직무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제가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기도하는 자리를 피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자리를 피하면 사제가 아니라 성당을 운영하는 경영자처럼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져서 자신이 목자란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그때부터 크고 작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됩니다. 그때부터 성당의 작은 폭군이 되는 경향조차 있습니다. 심지어 사제의 길을 잃어버려 교회를 떠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제들에게 기도는 선택의 여지없는 필수라고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조언은 신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제가 되라는 것입니다. 심리치료 관점에서 보면 사제는 신자들에게 제2의 아버지, 진정한 마음의 아버지 자리를 가진다고 합니다. 이상적인 아버지의 상을 제시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 사제의 자리란 것이지요. 그래서 사제는 교우들에게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비록 소수지만 본당 신부 중에 지나치게 엄격한 분들이 계셔서 신자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미사 시간에 늦었다고 성당 문을 닫아버리는 분, 옷차림이 보기 싫다고 면박을 주는 분, 교무금이나 헌금을 적게 낸다고 버럭 화를 내는 분 등 참 다양합니다.

 

교우들이 성당에 와서 미사에 참여하고 가는 과정은 성당 옆에 사는 사제들로서는 알지 못할 복잡함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1시간여 미사를 보면서 아침부터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하는지, 휴일에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성당에 나오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그리고 매주 나와 기도해도 아무런 기적도 일어나지 않고, 집안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기도하는 신자분들의 믿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제들은 신자들이 없으면 물 없는 어항 속 붕어처럼 죽은 목숨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성당을 찾아주는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저희 같은 사제들은 사제복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래의 자기보다 더 높이 평가받고 더 대우받는 사람들입니다. 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간과 쓸개 다 내놓고 살아야 하는 교우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누구보다 이해받고 용서받고 살면서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사제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은 사제들이 지향할 덕목 중 가장 큰 것입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8월 6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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