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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전례의 숲: 미사 독서의 실제 지침과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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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1349

[전례의 숲] 미사 독서의 실제 지침과 방법

 

 

유다교 전통에는 성경 독서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회당 주임이 율법서 독서를 하라고 아키바 랍비를 불렀다. 그러나 그는 독서대에 오르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스승님, 율법서는 삶의 전부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왜 독서를 거부하시지요?’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그날만 독서 하는 것을 거절했네. 읽어야 할 본문을 두 번이나 세 번 읽지 않았기 때문이네. 자기 자신 앞에서 두 번 또는 세 번 읽지 않으면 회중 앞에서 율법서를 선포할 자격이 없네.’” 구약의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에 이러한 존경과 정성을 드렸다면 신약의 신자들도 못지않게 큰 의무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성당에서 실제로 있던 일입니다. 주임 신부님이 식당 일을 하는 어떤 교우에게 미사 독서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바빠 시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더군다나 그는 미사에서 독서를 해 본 일이 없어 잘 할 수 없을 것 같아 주저하였습니다. 그러나 순명의 정신으로 결국 부탁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주일 미사에서 훌륭하게 독서를 했습니다. 그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신부님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준비를 잘했습니까?” “새벽에 사람들이 없을 때 성당에 와서 세 번 독서대에 올라가 연습을 했습니다. 집에서는 열 번도 더 읽었습니다.”

 

미사에서 성경 독서가 없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독서자는 사제처럼 거룩하고 귀중한 임무를 맡은 것입니다. 독서자의 목소리를 통하여 하느님 말씀이 종이에 기록된 글자에서 살아 있는 목소리로 변하여 백성에게 다가갑니다.

 

 

독서는 선포, 말하는 분과 듣는 분 이어주는 중개

 

미사 독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 하는 읽는 것이나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서는 선포이기 때문에 개인으로 신문이나 소설을 읽는 것이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하고 완전히 다릅니다. 선포는 말하는 분과 듣는 사람을 이어주는 중개 활동입니다. 좋은 중개를 하려면 목소리, 태도, 환경, 문장 운율과 같은 요소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각자의 목소리에는 자기 색깔이 있습니다. 다양한 감정 영역을 표현하기 위하여 목소리는 묵직한 소리부터 날카로운 소리까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문을 선포할 때에는 거기에 어울리게 진지한, 가벼운, 장중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또한 태도도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단정하고 차분하고 정중한 모습은 선포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독서자가 자기 목소리를 보내는 환경을 생각해야 합니다. 환경은 본문과 회중, 장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실제 독서할 성당에서 연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운율이 있는 독서는 본문에 생기를 줍니다. 운율의 힘으로 본문은 다른 힘을 얻게 됩니다. 특히 쉼과 침묵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낱말을 강조하려면 그 낱말을 누르지 말고 앞뒤에서 가볍게 멈추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한 행동을 표현하는 동사 앞에서는 언제나 잠깐 멈추어야 합니다. 

 

독서를 맡으면 실제적인 준비를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미리 주의 깊게 두 번 이상 읽어 본문의 깊은 의미와 전달할 메시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본문의 여러 부분의 구조와 연결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본문에 들어 있는 핵심 단락, 핵심 단어를 찾아냅니다. 본문을 선포할 때 강조하기 위해서는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리 끊어 읽을 데도 미리 알아 놓는 것이 좋습니다.

 

나아가 본문의 문학 유형을 알아 알맞은 목소리 형태, 쉼, 운율을 선택해 놓습니다. 노래 가사인지, 묵상인지, 이야기인지, 교리인지에 따라 독서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발음하기 어려운 낱말은 (예를 들어, 네부카드네자르, 리토스트로토스) 연습을 해 두어야 합니다.

 


독서대로 갈 때 제대에 인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미사 독서자는 미사 시작에 앞서 도착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깐 기도와 묵상을 합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한 번 이상 읽으며 독서를 준비합니다. 발음하기 어려운 낱말은 다시 한 번 연습합니다. 그리고 미사 전에 독서대에 놓인 독서집을 살펴봅니다. 읽을 부분이 제대로 펼쳐져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다른 부분이 펼쳐져 있으면 다른 독서를 할 수도 있고, 당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대에도 친숙해질 기회를 갖게 됩니다.

 

좋은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독서대로 다가가는 모습부터 중요합니다. 기도 또는 노래가 끝난 뒤에 독서대로 나갑니다. 차분한 이동은 신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여 주의 깊게 독서를 듣는데 도움을 줍니다. 

 

잡지 형태(매일미사)나 낱장 또는 전자기기 같은 보조 자료는 독서대에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자료는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선포하는 동안 방해를 할 수 있습니다. 편집 형태도 독서집과는 견줄 수 없이 빈약합니다. 무엇보다 독서대에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곳에서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이 오래 계속되고 있습니다!) 

 

독서를 선포하기 위해 나갈 때 언제나 과장된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감실에 계신 성체께는 규정에 따라 그 앞을 지나갈 때 합니다. 주례 사제에게는 인사하지 않습니다. (암브로시오 예법에서는 강복을 받는 표시로 주례에게 인사를 합니다) 신자석에서 독서대로 갈 때에는 보통 제대에 인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아무튼 미사에서 주님 현존의 중심은 감실이나 주례석이 아니라 제대입니다(복음 선포 전 사제도 제대에 인사하고 기도합니다).

 

필요하다면 확성기 위치를 자기 입에 알맞게 맞춥니다. 그리고 신자들이 모두 앉아서 침묵을 이룰 때까지 기다렸다 독서를 시작해야 합니다. 가슴은 펴고, 얼굴은 책 위에 묻지 않습니다. 독서를 들을 대상을 확인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눈을 들어 회중을 한 번 바라봅니다. 과장되게 또는 거만하게 고개를 돌려가며 바라보지 않습니다(선보는 어른이 아니라 선뵈는 처녀처럼!). 독서 동안에는 쉴 때마다 회중을 바라보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회중에게 어색한 느낌이나 당혹스런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제1독서, 제2독서, 화답송, 알렐루야, 복음 환호송과 같은 제목은 읽지 않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성경에 들어 있는 내용이 아니라 참고하라는 지시문이기 때문입니다. 회중은 이미 독서자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정보를 읽는 것은 쓸모가 없습니다. 곧바로 독서의 출전부터 읽습니다. 예를 들어,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

 


본문은 큰 소리로 또록또록 천천히 읽어야

 

이어서 본문을 읽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하느님께 입을 빌려드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겸손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시는 “나”를 독서자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권고하는 이, 위로하는 이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독서자는 그 말씀에 봉사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본문은 큰 소리로 또록또록 읽어야 합니다. 또 보통 대화보다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너무 빨리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례에서는 천천히, 또 천천히, 정말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듣는 사람은 자신이 듣는 소리들을 의미를 갖춘 문장으로 조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마디라도 삼키거나 얼버무리지 말고 정확하고 분명하게 발음하고, 문장은 제대로 운율을 가지고 읽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대로) 음절과 낱말의 연결과 띄움을 조심합니다. 숨은 알맞은 방식으로 쉬어야 한다. 특히 문장을 시작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신파조나 선동조 발음, 지루한 음조, 문장 끝에 목소리 떨어지는 현상, 서두름과 같은 것들은 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본문을 다 읽고 나서는 3~5초 정도 멈춘 다음 “주님의 말씀입니다.”를 말합니다. 

 

제1독서가 끝나면 화답송을 하기 전에 침묵의 시간이 있습니다. 회중이 방금 들은 말씀을 묵상할 시간입니다. 적어도 20초 정도는 필요합니다. 독서자는 물론 주례도 이 침묵의 시간을 빼앗을 권리가 없습니다. 독서자가 화답송도 할 경우, 보통 바로 후렴을 노래하거나 낭송합니다(“모두 함께”, “되풀이 합시다.”와 같은 말은 회중에게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회중이 후렴을 잘 기억하지 못할 것 같으면 독서자가 회중과 함께 되풀이하며 인도합니다(마이크에서 입을 조금 떼어 회중의 목소리를 압도하지 않도록 합니다.). 제2독서 또는 화답송이 끝나면 알렐루야나 복음환호송을 노래합니다. 누가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할 수도 있으니 미사 전에 성가대 지휘자나 주례에게 묻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독서가 끝나면 독서대를 떠나기 전에 잠깐 멈추고 회중이 응답(하느님 감사합니다)을 기다립니다. 그 뒤에 조용하고 차분하게 자기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하기 싫은 일을 마치고 도망치듯 떠나서는 안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3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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