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 (화)
(백) 부활 제3주간 화요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전례ㅣ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283번: 순교자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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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09 ㅣ No.2125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83번 “순교자 찬가”



우리나라 천주교회는 이승훈이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한국인 최초로 영세 받은 1784년에 창립되었습니다. 선교사에 의해서가 아닌, 우리 민족 스스로 진리를 깨달아 신앙을 갖게 되었다는 점은 한국교회의 큰 자랑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천주교회가 알려진 그날부터 급격한 전교가 이루어졌으며, 100여 년 동안에 일만여 명의 순교자가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84년 5월 6일,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103명의 ‘복자’를 성인품에 올리셨으며, 30년이 지난 2014년 8월 16일, 우리나라를 찾아오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이 거행되어 124명의 복자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교자들의 시복과 시성은 그분들의 영광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를 위한 영광입니다.

가톨릭 성가 283번 ‘순교자 찬가’는 박해를 받으면서도 오직 한분이 신 천주님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친 그 사랑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본래 이 곡은 복자품에 올랐던 103인을 기리기 위해 작곡되어 정선 가톨릭 성가집 127번 ‘복자 찬가’로 실려 있었던 곡이었으나, 그분들이 모두 성인이 되시어 ‘순교자 찬가’로 바뀌었습니다.

세 도막 형식 내림마장조 4/4박자로 구성된 이 곡은 Andante Moderato(안단테 모데라토, 조금 느린 보통 빠르기)의 속도로 노래합니다. 두 번째 첫 단락의 ‘칼 아래 스러져 백골은 없어도’ 부분만 조금 여리게 부르며 성인들의 죽음을 애도하지만, 전반적으로 f (포르테)로 강하고 웅장하게 ‘순교자들의 정신’을 노래합니다. 또한 ♩(4분음표)의 정렬된 리듬은 더욱 단아한 의지를 담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며, 간간히 나오는 점음표의 부점 리듬은 곡의 맛을 내는 데 충분합니다.

마지막 23마디 ‘우리게’의 늘임표는 순교 정신과 그 믿음을 주시도록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단순하면서도 편하게 9월이면 흔히 부르는 곡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은 순교자들의 신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곡의 가사를 쓰신 최민순 신부님(1912-1975)은 ‘시편과 아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분입니다. 1960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고전문학과 신비신학을 공부하며 많은 저서를 남기셨고, 수도회의 영성신부로 1974년 로마 가르멜회 총본부에서 명예회원 표창을 받으셨습니다. 작 곡자 이문근 신부님(1918~1980)은 1955년 로마 교황청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가톨릭 성음악의 선두주자가 되어 많은 공헌을 남기셨습니다. 그러므로 두 분의 신부님 손을 거쳐 탄생된 ‘순교자 찬가’는 가톨릭 순교정신과 순교성인의 넋을 더욱더 가슴 깊이 전해들을 수 있게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교우들에게 ‘순교는 죽음으로 자신의 하느님을 증거하고 목숨을 바쳐 사람들에게 나의 하느님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오늘날 ‘피의 순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신앙을 마음에 담아 나의 삶 안에서 신앙을 실천하며,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소외되고 잊혀 가는 많은 이들을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 역시 순교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생활 안에서 ‘순교의 삶’이 될 수 있는 ‘작은 나눔’을 실천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길잡이, 2014년 9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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