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전례ㅣ미사

[미사] 전례의 숲: 미사 주례와 거행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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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1332

[전례의 숲] 미사 주례와 “거행 기술”

 

 

어떤 젊은 신부가 이따금 미사 시간에 늦고, 더구나 혼자서는 시간을 바꾸어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알고 뉘우쳤습니다.

 

“부제 때까지는 내가 미사 시간에 맞추었다. 언제나 미사의 주인은 예수님이셨다. 그러나 서품을 받고 나서는 주님께서 내 시간에 맞추어 오시게 되었다. 내가 주인이 되었구나!”

 

실제로 신자들이 모이고 준비가 끝나도 사제가 없으면 미사를 거행할 수 없습니다. 물론 미사에는 사제 외에도 많은 이들이 수고를 합니다. 시종과 독서자, 시편 담당과 성가대(지휘자, 선창, 오르간 연주자 포함), 해설자, 안내 담당, 헌금 담당, 장식 담당과 제의실 담당, 전례 담당이 있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들은 모두 중요하고 가치가 있습니다만 미사를 거행하려면 사제가 꼭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성찬의 성사를 이룰 수 있는 집전자는 유효하게 수품된 사제뿐’이기 때문입니다.

 

미사는 단순히 빵 나눔으로 주님의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지역 공동체의 행사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제사를 새롭게 하는 성사입니다. 비록 모든 신자들이 세례 성사의 힘으로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고 성찬의 제사를 봉헌하지만 오로지 사제만이 서품 성사의 힘으로 성찬의 성사를 이루고 백성 전체의 이름으로 제사를 바칠 수 있습니다. 서품을 받은 사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제는 교회법으로 금지를 당하지 않고, 다른 법의 제재도 받지 않아야 미사를 거행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교회의 다른 법규범, 특히 전례 규범을 존중하고 지켜야 합니다. 교회법에는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가 지켜야 할 규범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사제는 신자들이 효과를 얻도록 합당한 방식으로 미사 준비를 해야 합니다. 또 미사를 마친 뒤에는 감사의 기도를 바쳐야 합니다. 나아가 신자들이 미사에 온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사가 인간 삶의 중요한 문제들과 현실의 중요한 사건들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게 해야 합니다.

 

 

사제는 원칙으로 하루 한 번 이상 미사 거행할 수 없어

 

미사 거행과 관련하여 사제들에게 해당되는 다른 규정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제는 날마다 미사를 거행하라고 간곡하게 권고를 받습니다. 이 권고는 신자들과 함께 거행할 수 없는 미사에도 해당됩니다. 미사는 언제나 그리스도와 교회의 행위이며, 단순한 영성체로는 얻을 수 없는 풍요로운 열매가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권고는 신자들이 참여하는 미사가 정상이며, 신자들은 미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다는 다른 원칙들에 비추어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사제는 신자의 지향에 따라(보통, 예물을 봉헌하지만 예물 없이도 요청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미사의 효과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사는 살아 있거나 죽은 사람 모든 이를 위해서 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쉬고 있거나 성사 참여에 장애가 있는 가톨릭 신자는 물론이고,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모두 포함됩니다.

 

그러나 미사가 공적인 행사인 때에는 물의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합니다. 한편, 여러 가지 기원을 위해서나 신심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미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사제는 원칙으로 하루에 한 번 이상 미사를 거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교구장의 허락을 받아(수도회 장상은 안 된다.) 드릴 수 있습니다. 교구장은 사목의 이유가 있을 때 주일과 의무 축일에는 미사를 세 번까지 드리는 것을 허락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회법에 따라 모든 사제는 특별한 허락을 얻을 필요 없이 어느 날이나 미사를 공동으로 집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개인으로 미사를 거행할 수 있지만 공동 집전이 있는 성당이나 경당에서 같은 시간에는 할 수 없고,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와 부활 성야 미사도 따로 개인으로 봉헌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교회와 친교가 없는, 다시 말하여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나 공동체의 사제나 성직자들과 공동 집전을 할 수 없습니다.

 

 

미사의 주인공은 그리스도

 

회중 전체, 특히 사제는 “거행 기술”(ars celebrandi)을 익혀야 합니다. 전례에 관련된 교회 문헌에 요즈음 이 용어가 자주 나옵니다. 2007년에 나온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도 이 개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거행 기술은 “올바른 거행 방법”이란 뜻으로, ‘기도가 담고 있는 내용과 예식이 가리키는 뜻에 경건하게 마음을 맞추면서 올바른 방식으로 동작을 취하고 말을 발설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올바른 거행 기술은 신자들이 미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며 지름길입니다.

 

올바른 거행 기술은 살아계신 주님과 만나고 그분과 대화한다는 깨달음을 전제합니다. 이러한 자각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주님 앞에서 겸손하고 충실하게 봉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제는 미사의 주인이 아니라 미사의 봉사자입니다. 신자들이 사제 자신이 아니라 제대를 통하여 오시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합니다. 미사의 주인공은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연극의 주인공과 미사의 주례 사이에는 비슷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배우는 작품의 동작, 옷, 언어, 다른 소통 수단으로 작품의 인물을 표현하면서 관중의 주의를 끕니다. 한마디로 연기력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주례는 나타내려는 분을 흠숭하는 신앙인입니다. 그에게 최고의 연기력은 믿음입니다. 중요한 것은 관중의 박수가 아니라 신자들의 구원입니다.

 

당연히 사제는 자신의 관심이나 성향을 드러내기 위하여 미사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미사는 그 본성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거행 방법의 첫걸음은 정해진 동작과 말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사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나아가 성당 건축과 성화와 성상, 말과 노래와 침묵, 몸의 자세와 움직임, 전례 의복과 색깔과 비품과 같이 미사에 사용되는 여러 표지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정성을 다하여 마음을 예식에 일치시켜야 합니다. 일찍이 성 베네딕토는 “마음을 목소리에 맞추어” 시편을 바치라고 명하였습니다. 입술로 말하는 것과 마음으로 깨닫는 것 사이의 일치는 기도가 하느님 앞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어떤 동작을 할 때에도 이와 똑같은 내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몸으로 행하는 것과 마음으로 깨닫는 것의 일치!

 

그리고 올바른 거행 기술은 전례규범에 온전하게 순종하는 데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교회법과 전례 규범, 전례서들을 잘 익혀야 합니다. 미사 경본, 특히 미사의 신학과 구조, 거행의 구체적인 지침과 방법을 통틀어 싣고 있는 “미사경본 총지침”을 잘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도좌 훈령 “구원의 성사”는 올바른 미사 거행을 위한 실제 지침이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아울러 주교를 위해 성사 거행의 예규들을 모아 놓은 “주교 예절서”는 사제들에게도 매우 쓸모가 있습니다(아직 우리말로 출판이 안 되었다.).

 

 

언제나 같아 보이지만 늘 다른

 

사제는 미사에서 매우 중요한 표지입니다. 이 때문에 제의를 갖춰 입고 품위와 영예를 받습니다. 입당할 때는 백성들 가운데 오시는 그리스도를 나타내고, 복음을 선포하고 강론을 할 때에는 말씀하시는 그리스도를, 예물을 축성하여 나눠줄 때에는 제자들에게 자기 몸을 나누어 주시는 그리스도를 대신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미사를 드릴 때 거의 같은 말과 동작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성의 없이 기계적으로 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 확신과 힘이 빠질 수 있습니다. 하늘의 해와 흐르는 물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것들은 언제나 같아 보이지만 늘 다릅니다.

 

주님은 영원하신 분이지만 늘 새로운 분이십니다. 성경도 그렇고 미사도 그렇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6월호, 글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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