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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유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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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31 ㅣ No.893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유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질문

 

저는 너무 진지하고 심각합니다. 재미있고 즐겁게 느껴지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TV 코미디를 봐도,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가족들과 놀러 가도 지루하고 심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 자신이 지칩니다. 저 스스로도 웃을 줄 알고, 상대방에게도 웃음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억지로 될까요?

 

 

답변

 

독일 속담에 ‘웃음은 울음보다 더 멀리 들린다’고 했습니다. 유머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문제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능력에 깊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치료적 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유머의 본질은 정신적인 자극으로부터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의사소통의 한 형태로서, 유머를 통해 우리는 우월감과 해방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즉, 우월감은 자신보다 못한 남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고, 해방감은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금기, 억압이 해소될 때 터지는 통쾌함을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구나 맹구 시리즈 같은 바보 유머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고, 성적 유머나 정치인에 대한 풍자를 한 유머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있는 것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 도움을 주기도 한 것 같습니다.

 

스티븐 주이트 의학박사는 인터뷰를 통해 100세 이상 노인의 심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를 한 결과, 공통적으로 낙천적인 성격, 남다른 유머감각, 삶을 즐기는 자세, 작은 즐거움에 감사하는 능력, 일상생활에 대한 만족과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유머감각은 장수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행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긍정심리학의 핵심 개념인 회복탄력성(resilience)에도 유머는 중요한 요인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버드대학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유머는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긍정과 자신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답니다. 그렇다고 유머가 있는 사람들이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유머를 자주 쓰다 보니, 개인에 대한 신뢰도와 믿음이 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심각한 순간에도 가볍게 행동해 의도치 않은 실수나 실례를 하기도 하고, 사람에게 쉽게 눈에 띄다보니 본의 아니게 부정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관계에서나 유머가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해학(유머)과 풍자(익살)가 있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들 대화 속에 이러한 해학과 풍자가 녹아 있었을 것입니다. 하루는 대원군이 책을 읽는데 선비가 찾아와 절을 했습니다. 대원군은 일부러 못 본 척하고 계속 책을 읽었답니다. 이 같은 대원군의 행동에 대해 선비는 자기를 아직 못 알아봤다고 생각하고, 다시 절을 했답니다. 그러자 대원군이 버럭 화를 내며 “왜 산 사람에게 두 번 절을 하느냐? 내가 죽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답니다. 그러자 선비는 “먼저 한 절은 문안 인사이고 나중 것은 물러나기 위해 한 것입니다”라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선비가 긴장된 순간에도 유머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유머가 허락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유머는 상대방과의 맺고 있는 신뢰 관계 안에서 단순한 웃음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따뜻함으로 감동시키려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러한 마음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유명한 찰리 채플린도 원래 웃긴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노력으로 웃음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시대는 서로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기 위한 말 한마디가 그 어느 때보다 아주 절실합니다. 유머를 대화의 기술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내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하시고, 그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9년 1월 1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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