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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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아! 어쩌나: 성물에 대한 집착, 괜찮은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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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10 ㅣ No.783

[홍성남 신부의 아! 어쩌나] (419) 성물에 대한 집착, 괜찮은건가요

 

 

문 : 아는 자매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방안이 온통 성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매님과의 대화 내용도 거의 영적이고 제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버럭 화를 내시면서 “왜 주님이 기뻐하지 않는 세속적인 이야기를 하느냐”고 소리를 치십니다. 저는 그런 자매뿐만 아니라 그 방에 들어가면 몹시 답답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가 믿음이 부족한 탓일까요? 그렇게 하는 것은 우상숭배가 아닐까요.

 

 

답 : 우리 가톨릭 교회에는 성물에 대한 신심이 있습니다. 기도하는 물건을 축복받고 몸에 지니고 다니면 주님과 성모님께서 지켜줄 것이라고 믿지요. 이런 믿음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인생은 워낙 변수가 많은데다 우리의 인지 능력으로는 앞날을 알 수 없어서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불안감이 자리 잡게 됩니다. 그래서 늘 우리를 힘들게 하는데 이런 힘겨운 마음을 달래 주고 안정시켜 주는 것이 바로 성물입니다. 그래서 전쟁터의 군인들이나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이 늘 작은 십자가나 묵주, 성모님의 성물들을 몸에 지녔던 것입니다. 

 

이것은 우상숭배와는 다릅니다. 우상숭배란 하느님과 성모님이 아닌 성물 그 물건 자체를 신적인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말합니다. 성물을 통해 주님과 성모님께 대한 믿음을 키우고 지키려고 하는 것은 참 신앙이지요. 

 

그러나 과유불급. 이런 성물에 대한 신심이 지나친 분들이 계십니다. 집안뿐만 아니라 온몸에 성물을 달고 다니시는 분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성물에 집착하는 분들은 심리적 불안이 심한 분들이십니다. 무속인들이 부적을 섬기듯이 성물을 자기를 보호해 줄 부적처럼 생각하는 것이지요. 

 

물론 성물이 갖는 힘, 성물의 심리적 안정 기능은 우리 교회 안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으며 가톨릭 신심 중의 하나로 정착됐지만, 어떤 일이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듯이 그런 신심 행위 역시 지나치면 심리적 문제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대체로 그런 분들 가운데는 개인적인 트라우마나 깊은 두려움이 각인되는 경험을 하신 분이 많습니다. 불안과 공포가 신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이미 인간 역사 안에서 자연신을 모시는 형태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섬기는 신의 이미지가 ‘공포의 대상’이란 것입니다. 주님처럼 죄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셔서 구원의 길, 삶의 길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육화하신 하느님이 아니라 전제군주처럼 군림하고 공포로 통치하는 신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신심을 가진 사람들을 ‘심리적 우상숭배자’라고 합니다. 실재하신 하느님이 아닌 마음의 문제가 만들어 낸 허상, 그것도 공포의 허상을 신처럼 섬긴다는 것이지요. 이런 분들은 외관상 엄청나게 기도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 기도가 주님과의 행복한 만남의 시간이 아니라 노여움에 사무친 신을 달래기 위한 기도이기 때문에 기도하면 할수록 심리적인 문제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어떤 가정의 가장이 아무 이유 없이 분노하면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까요? 아무 이유 없이 두려움에 떨면서 포악한 아버지를 달래기 위해 온갖 것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게 부모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과연 성장하면서 정상적인 어른으로 클 수 있을까요? 여러 상담 사례를 보아도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장하면서도 심리적으로 위축돼 사람들 앞에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눈치꾸러기로 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더욱이 그런 아버지에 대해 자기 마음을 말하라고 하면 아버지를 절대적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등의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흔히 봅니다. 심리적 왜곡이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어 생긴 현상이지요. 

 

따라서 그렇게 성물에 대한 집착, 성물이 없으면 허전한 정도가 아니라 심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은 그런 마음을 마귀 탓으로 돌리지 마시고, 심리 치료 특히 불안감에 대한 치료를 받으실 것을 권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시는 분이심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2월 10일,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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