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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전례의 숲: 주례와 교우들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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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1 ㅣ No.1336

[전례의 숲] 주례와 교우들의 인사

 

 

사람은 문화에 따라 여러 가지 말과 동작으로 인사를 합니다. 인사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에 따라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와 같은 말을 많이 씁니다. 지난날에는 “진지 잡수셨습니까?”도 흔히 썼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를 많이 쓰는 듯합니다.(이 표현은 우리나라에서도 곧잘 쓰는데 “좋은 하루 되십시오!”는 어법에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기뻐하십시오.”를 흔히 썼고(성모송에도 나온다), 로마인들은 “안녕/건강/행복하시기 바랍니다.”(“‘아베’, 마리아”, “‘살베’, 레지나”처럼 성모성가에서 볼 수 있다), “어떻게 지내세요?” 따위를 흔히 썼습니다. 성경에서도 굳어진 인사 표현들이 자주 나옵니다. 언제나 주님의 이끄심이나 보호, 주님이 베푸시는 평화, 은총을 기원합니다. 전례에서는 성경의 인사 표현을 받아들입니다.

 

 

시작 예식, 복음, 감사기도, 파견에서 인사

 

미사에서 주례와 교우들은 처음으로 십자성호를 함께 그으며 만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시작 인사에서 말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처음으로 만납니다. 어떤 모임에서나 맨 처음에 주관하는 사람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도 다락방에 들어오시어 제자들의 모임에서 인사셨습니다(루카 24, 36 참조).

 

교회 초기부터 전례를 시작하면서 주례가 교우들에게 인사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고대 교회에서 주교가 주례하는 “등불 예식”이라는 저녁 전례에서 주례와 교우들은 인사를 주고받았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당신 영과 함께”(“사도전승”, 에디오피아본). 지금 미사에서 감사기도를 바칠 때 시작 대화와 같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미사 경본에서는 그전의 많았던 인사를 네 번으로 줄였습니다. 시작 예식에서, 복음, 감사기도에서, 파견에서 인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첫 인사를 제외하고 언제나 전통적인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인사말을 사용합니다. 현행 미사 경본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첫 인사에서 쓸 수 있는 여러 양식을 허용합니다. 특히 2002년부터 직접 여러 양식을 싣고 있습니다.

 

첫째,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 인사는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 마지막에 나오는 인사말입니다(13, 13). 다만, 우리말 미사경본에서는 하느님의 현존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고,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하느님”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또한 원문에 없는 “아버지”를 넣고, “주 예수”에 “우리”를 보탰고, “여러분 모두와”에서 “모두”를 뺐습니다.

 

둘째,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이 인사말은 성 바오로 서간의 시작 부분들에서 나온다(로마 1, 7; 1코린 1, 3; 2코린 1, 2; 갈라 1, 3; 에페 1, 2; 필리 1, 2). 마찬가지로 우리말 미사경본에서는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 대신 그분의 현존을 기원하고, 하느님 앞에 있는 “우리”를 뺐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를 “여러분과 함께”로 옮겼습니다.

 

셋째,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인사입니다. 이 양식도 성경에 여러 번 나옵니다(룻기 2, 4; 2역대 15, 2; 2티모 21, 22).

 

넷째, “평화가 여러분에게”는 주교가 쓰는 인사말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대신에 사용합니다. 우리말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로 옮겼습니다. 특히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하신 인사 양식입니다(루카 24, 36; 요한 20, 19. 21. 26).

 

이에 덧붙여 우리말 미사경본은 다섯 개를 더 싣고 있습니다. 모두 성경에서 그대로 따오거나 영감을 받았습니다(주교회의 인준은 받았으나 교황청 추인이 없어 출판을 못함).

 

 

회중의 응답도 성경에서 따와

 

주례의 인사에 회중은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현재 우리말 미사경본에는 “또한 사제와 함께.”) 응답합니다. 전에 있었던 둘째 양식의 응답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찬양 형태의 응답은 2002년 미사경본에서 빠지고, 전통적인 응답 양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주례가 어떤 인사 양식을 고르더라도 교우들은 언제나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또한 사제와 함께.”)하고 인사합니다.

 

이 응답도 성경에 따온 말입니다. 성 바오로는 이렇게 기원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의 영과 함께 계시기를 빕니다.”(2티모 4, 22). “그대와 영과 함께”는 셈족 언어의 표현으로서 “그대와 함께”라는 뜻입니다.

 

이 응답(Et cum spiritu tuo)의 우리말 번역, “또한 사제와 함께.”는 우리나라 주교회의가 인준한 우리말 미사경본을 교황청이 추인하지 않은(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경신성사성은 “진정한 전례”의 지침에 따라 원문대로 충실히 옮길 것을 요청합니다. 다시 말하면 “영”을 넣어야 합니다. 영어에서도 “또한 당신과 함께”(And also with you)를 쓰다가 최근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And with your spirit)로 바꾸었습니다. “영”을 뺀 번역(“또한 당신과 함께”)은 간결하고, 그 뜻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위에서 말한 대로 셈족 표현의 본디 뜻에 더 자연스럽습니다.

 

한편,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로 옮겨야 할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전례 본문은 성경에서 따온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그리고 동방과 서방 교회에서 공통적으로 2천년 동안 전통적으로 그렇게 사용해온 역사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전례적 의미, 곧 사제의 인격체나 그의 영혼이 아니라 그가 받은 은사를 가리킨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주님의 현존으로 은총을 내리시어 당신이 받은 (서품의) 은사가 효력을 내기를 빕니다.”라는 뜻으로 새길 수 있습니다.

 

 

인사는 주님의 현존과 활동에 대한 믿음을 자극

 

주례와 회중이 인사하는 것은 미사가 참석자 모두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모임을 이루고 있음을 깨닫고 존경한다는 표시입니다. 아울러 거룩한 은총을 간구하는 뜻도 드러납니다.

 

그러나 인사는 무엇보다 주님의 현존과 활동에 대한 믿음을 자극합니다. 다시 말하면, 주님께서 몸소 하신 약속과 보증에(마태 18, 20; 미사경본 총지침 27 참조) 따라 전례 행위 동안에 일어나는 당신 현존에 대한 기억과 믿음을 새롭게 합니다(미사 경본 총지침 50). 이것이 바로 전례 안에서 주례가 회중에게 여러 번 인사하는 까닭입니다. 사실 하나의 대상에게 한 공간에서 여러 번 인사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현존에 대한 믿음은 먼저 기원으로 표시됩니다. 곧 “지금 여기에 주님께서 오시어 계시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기억 또는 선포로도 드러납니다. “지금 여기에 주님께서 계십니다.”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라틴어에서는 동사를 사용하지 않아 두 기능을 모두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말 번역은 라틴말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번역들에서는 보통 기원을 표현하는 동사를 사용합니다.

 

사제는 팔을 펼치면서 인사를 합니다(다만, 복음에서는 손을 모으고 인사합니다). 이 동작으로 영적인 친교를 강조하여 표현합니다. 단순한 인사와 축원이 아니라 상호 친교와 함께 그리스도의 현존을 확인하고 여기에 연결된 기쁨과 평화의 감정을 서로 교환하는 것입니다.

 

가끔 미사에서 주례가 미사경본에 제시된 인사 대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하는 일상 인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룩한 인사를 일상적인 인사로 바꾸는 것으로 전례적인 의미를 잘 드러내지 못하므로 미사에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목 이유에서 꼭 일상 인사를 하고 싶으면 먼저 정해진 인사말을 한 뒤에 상황에 맞는 인사말을 곁들이면 좋을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11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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