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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가톨릭 성가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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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1 ㅣ No.2178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세상을 맡기셨으며, 창조된 인간 각자에게 세상을 향한 소명을 부여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한 소명을 받고, 이 세상으로 부르심을 받으셨나요?

성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류작가 중 한 명인 프랜시스 리들리 하버갈(Frances Ridley Havergal)은 1836년 영국 애스틀리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몸이 허약하여 42세에 그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버갈은 성공회 신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신앙심이 깊었고, 7살 때 시를 쓰기 시작하여 35년간이나 찬송시를 썼습니다. 그는 서한에서 “하느님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인격적이요, 나의 주님으로부터 받은 직접적인 사명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헌신의 성가 작가’라 불리는 하버갈은 성가를 통하여 교계에 많은 공헌을 남겼습니다.

하버갈이 작시한 수많은 찬송시 중에서도 ‘나의 생명 드리니’(Take my life, and let it be)는 그에게 매우 특별한 사연이 담긴 중요한 신앙시입니다. 이 찬송시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에 작시한 것인데, 비신자들과 그리스도를 알지만 기쁨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회심을 위해 기도하던 중 오히려 자기 자신이 비상한 영적체험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작시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훗날 프랑스어, 독일어, 스웨덴어, 러시아어 및 아시아를 포함한 기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세계적인 성가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허버트 플랫 메인(Hubert Platt Main)이 모차르트 곡과 뮬러의 작품에서 발췌하여 성가로 편곡한 이 곡은, 우리의 귀에 익은 멜로디로 노래하고 있지만 가톨릭 성가 210번 ‘나의 생명 드리니’의 멜로디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하버갈이 원곡을 성령의 은총으로 기쁘고 벅차게 써내려갔다고 표현하였듯이 원곡과 사뭇 다른 성가 역시 가사의 내용에 따라 기쁜 마음으로 노래하도록 제시하고 있으나, 박자 두 도막 형식으로 구성된 이 곡은 매우 단순하게 노래합니다. 이처럼 순차 진행의 단순한 멜로디 흐름은 그래서 더욱 간절히 주님께 향하는 마음이 되고 호소력 있게 표현됩니다. 시를 읊듯이 조용히 시작되는 이 곡은 나 자신 전부를 봉헌하고 주님의 도구로 쓰이기를 갈망하는, 즉 이 곡의 두 번째 소절 ‘주여 받아주시어’에서 강하게 신앙을 고백하며 감사와 찬미, 봉사와 나눔을 청합니다.

이 성가를 노래할 때는 기쁨의 봉헌임에도 불구하고 가슴 가득히 벅차오르는 뜨거움이 남습니다. 나의 전부, 생명까지도 온전히 받아주시기를 청하며 의탁할 수 있는 주님을 뵙기에 감사로움의 눈물로 눈시울이 붉게 물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한 소명을 받고 이 세상으로 부르심을 받으셨나요? 우리는 하버갈 같은 헌신의 성가 작가도 아니고, 이름 석 자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세를 탄 사람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모습 그대로 주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특권을 받았으며, 이 세상에 주님의 사랑을 나누어야 할 소명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의 소명은 ‘생명이 되어 움직일 때’입니다. 모두가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그 시간까지….

[길잡이, 2015년 2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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